[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프랑스의 천문학자 마랑(Mairan)은 18세기 초에 미모사(콩과의 한해살이풀)를 키우다가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창가에 둔 미모사가 늘 같은 시간에 태양을 향해 잎을 여는 것이었다. 빛의 영향일까? 마랑은 미모사를 캄캄한 방안에 갖다 놓았지만, 여전히 미모사는 아침마다 잎을 열고 저녁에는 닫았다. 그는 1729년에 파리 과학아카데미에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처럼 식물도 밤낮을 느끼는 섬세한 감각을 지닌 것 같다.” 마랑의 생체시계 발견은 다른 식물에서도 관찰되었고, 동물에서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연구되었다. 인간의 몸에도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960년대에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시도한 실험을 통해서였다. 사람을 어두운 지하 창고에 살게 하고 행동을 조사한 결과, 밤낮을 모르는데도 거의 24시간 간격으로 잠을 자고 깨어나기를 반복한 것이다. 외부 빛과 상관없이 우리 몸에서는 자발적으로 생체시계가 작동해 우리 몸을 조절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두 눈의 뒤쪽 뇌 가운데에 자리 잡은 시신경 ‘교차상핵(SCN)’이라 불리는 곳에 있다. 생체시계는 약 2만 개의 신경세포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일본 여행 중 우연히 마주한 ‘지워지는 볼펜’은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답안을 수정할 수 있도록 연필 사용을 권장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지요. 연필은 틀린 부분을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유연함과 닮아있습니다.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랫말처럼, 잘못된 것은 언제든 고칠 수 있다는 연필의 장점은 매력적입니다. 삶이 연필처럼 수정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연필을 고를 때면 예쁜 외피에 눈길이 갑니다. 사각 연필, 삼각 연필 등 독특한 디자인은 소유욕을 자극하지요. 하지만 연필의 진정한 값어치는 외피가 아닌 심에 있습니다. 아무리 예쁜 외피를 가진 연필이라도 심이 뭉개지거나 끊어진다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니까요. 연필과 같이, 우리도 겉모습보다는 내면이 중요합니다. 화려한 옷이나 값비싼 물건으로 치장하는 것보다, 따뜻하고, 정직하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우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지요. 삶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실수하고, 후회하며,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합니다. 연필이 지우개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듯, 우리의 삶도 언제든지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집착하기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누군가 하얀 종이를 길게 찢어 흩뿌려 놓은 듯하거나, 가느다란 실오라기가 하늘 한구석에 조용히 풀려 있는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꽉 찬 뭉게구름이나 무거운 비구름과는 달리, 아주 여리고 가늘어서 꼼꼼하게 보아야 그 아름다움이 보이는 구름.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하늘이 빚은 고운 자국, '오리구름'입니다. '오리구름'이라는 이름을 보시고 물에 떠다니는 새 '오리'를 떠올리셨나요? 하하, 재미있게도 이 구름은 '오리'와는 아무런 사이가 없답니다. 말집(사전)에서는 이 구름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실낱같이 가늘게 퍼진 구름 《표준국어대사전》 아쉽게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올림말(표제어)로 실려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녁놀'이라는 낱말의 보기 글에서 이 '오리구름'이 쓰인 모습을 찾을 수 있지요. 맑게 갠 하늘에 오리구름이 위로 뻗치고 저녁놀이 붉게 타고 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이 보기월을 읽으니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신가요? 맑은 하늘, 위로 솟구치듯 뻗어 나가는 가느다란 구름 조각들, 그리고 그 위로 붉게 번지는 노을... '오리구름'이 있어 저녁놀이 더욱 애틋하고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어제 상해 임시정부를 방문하고 밤늦게 돌아왔다. 오늘 새벽 머리맡에 흩어져 있는 몇 권의 책 가운데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를 펼쳐보았다. 단재와 가깝게 지냈던 안재홍의 서문을 다시 읽어 본다. 폐부를 울린다. 여기 일부를 옮긴다. 약간 쉬운말로 바꾸어 옮긴다. 단재 신채호는 구한말이 낳은 천재적 사학자이자 열렬한 독립운동가다. 그 천성의 준열함과 식견의 예리함은 세속의 무리가 따를 수 없었던고, 사상의 고매함은 홀로 속세를 한 걸음 벗어났다. 그의 《조선상고사》는 그가 남긴 책 가운데서 가장 이채로운 것이다. 그는 이미 약관의 나이에 사상혁명과 신도덕 수립에 뜻을 세운 바 있었다. 마침, 5천 년 조국의 명맥이 날로 기울어가고 백성들의 울분은 걷잡을 수 없었던 때였다. 서울의 평론계에 나선 단재는 억누를 수 없는 북받쳐 오르는 청열(淸熱)을 항상 한 자루 붓으로 사회에 드러냈고, 이로써 민족의 심장을 쳐서 움직였다. 그가 주필로 있었던 ‘황성일보’와 ‘대한매일신보’는 아마 그의 청년시대에 마음의 집으로 삼고 살았던, 꺼지지 않는 꿈의 자취라고 할 것이다. 그는 국정의 득실(得失)을 통렬히 논파하였고, 당시 인물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파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구름을 본 적 있으신가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그 모습을 보면, 문득 우리네 삶도 저 구름과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바로 이 구름의 덧없는 발걸음을 담은 말, '열구름'입니다. '열구름'을 말집(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아주 짧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구름.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두 말집 모두 똑같이 '지나가는 구름'이라고 풀이합니다. 뭉게구름이나 새털구름처럼 어떤 '모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흘러가며 지나가는 구름의 '움직임'과 '됨됨(성질)'에 마음을 둔 말이지요. 한자말로는 '다닐 행(行)' 자에 '구름 운(雲)' 자를 써서 '행운(行雲)'이라고도 하는데, '열구름'이라는 우리말이 훨씬 더 깊은 맛을 냅니다. '열구름'이라는 이름을 처음 보신 분들은 어떤 것을 떠올리셨을까요? 아홉 다음 열(10), 줄을 설 때 쓰는 열(列), 뜨거움 또는 더움을 나타내는 열(熱)을 떠올리신 분도 계시지 싶습니다. 하지만 '열구름'의 '열'은 열(10)도 아니고, 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여름 지독히도 비가 많이 내려 단풍이 물들 10월까지 햇살을 본 날이 손꼽을 정도고, 그러다 보니 사과 등 과일이 빨갛게 색이 나지 않아 과수농가들이 한숨을 많이 쉬었다. 과연 올가을처럼 가을같지 않은 가을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달력이 이미 11윌도 하순이니 그야말로 예년 기준으로 보면 가을을 보지도 못했는데 이미 가을이 다 갔다고 해야 할 터다. 문득 가을이란 계절의 이름은 무슨 뜻이고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진다. 더듬어 보니 사람들은 가을을 한자 ‘추(秋)’ 자로 많이 설명한다. 곧 ‘벼. 화’와 ‘귀뚜라미’의 합성어라고 말이다 ‘秋’ 자에 붙어있는 ‘火’ 자는 원래는 귀뚜라미 모습인데 획이 복잡해 火자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순수 우리말 '가을'이 있음에랴. 우리 말 어원이 있을 터인데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를 알려면 또다른 계절 ‘봄’과 ‘여름’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말 ‘봄’은 동사 ‘보다’에서 왔다고 한다. 봄이 오면 모든 생물체는 겨울의 긴 휴지기를 끝내고 새롭게 태어난다. 식물은 싹을 돋우고, 동물들은 겨울이 끝났다고 기지개를 켠다. 따라서 여기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싹틈을 ‘보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이른 아침, 문을 열었을 때 누리가(세상)가 온통 뽀얀 잿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본 적 있으신가요? 뫼(산)허리에 부드럽게 감겨 있거나, 들판 위에 나지막이 내려앉아 고요함을 자아내는 구름.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인데, 그 모습이 마치 땅에서 피어오른 안개와 너무나 닮아 있는 이 구름.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땅과 가장 가까이서 우리를 감싸주는 '안개구름'입니다. '안개구름'은 이름 그대로 '안개'처럼 보이는 '구름'입니다. 하늘 높이 떠 있는 다른 구름들과 달리, 땅에 닿을 듯 말 듯 아주 낮게 깔리는 것이 남다르지요. 말집(사전)에서는 이 포근한 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층운의 하나. 지평선과 나란히 층상(層狀)을 이루며, 높이 0~2km에 분포한다. 안개처럼 땅 위에 가장 가까이 층을 이루는데, 비가 올 때의 산간 지대나 맑은 날 이른 아침의 평야 지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하층운의 하나로, 지면 가까이에 층을 이루며 나타나는 안개 비슷한 회색 구름. 높이 0~2킬로미터에 분포하며, 안개처럼 땅 위에 가장 가까이 층을 이루는데, 비가 올 때의 산간 지대나 맑은 날 이른 아침의 평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공감은 남의 신발을 신고 그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보는 것이지요. 이해한다는 단어를 영어로 보면 'Understand'입니다. 'Under'는 '아래'를 의미하고, 'stand'는 '서다'를 의미합니다. 곧, '이해한다'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아래에 서서 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는 것처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느껴보는 것이죠. 한자문화권에서 쓰는 '용서'라는 단어도 흥미롭습니다. '용서(恕)'는 '如(같을 여)'와 '心(마음 심)'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곧, 상대방의 마음이 나의 마음과 같아질 때 비로소 용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감과 용서는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그를 용서할 수 있고, 용서를 통해 관계는 더욱 깊어집니다. 남의 신발을 신고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적인 이해를 넘어, 감정적인 교류를 의미합니다. 상대방의 기쁨과 슬픔, 좌절과 성공을 함께 느끼고, 그들의 삶에 공감하는 것입니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사회 전체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맑은 여름날, 하늘에 둥실 떠 있던 하얀 '쌘구름(뭉게구름)'이 어느새 무섭게 솟아오릅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솜 뭉치가 하늘을 찌를 듯이 커다란 뫼(산)가 되고, 볕을 받아 하얗게 빛나던 꼭대기와 달리 그 밑바닥은 시커먼 잿빛으로 물이 들지요. 이윽고 흙냄새를 실은 찬바람이 불어오면, 우리는 곧 천둥 번개와 함께 무서운 '소나기'가 쏟아지리란 것을 알아챕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바로 이 매우 커다라면서도 무서운 구름, '쌘비구름'입니다. '쌘비구름'이라는 이름은 참으로 씩씩하고 알기 쉽습니다. 우리가 앞서 배운, 솜 뭉치처럼 차곡차곡 '쌓인 구름'을 뜻하는 '쌘구름(적운)'에 '비'가 더해진 이름이지요. 곧, '쌘구름'이 하늘 높이 어마어마하게 솟아올라 드디어 '비'를 머금게 된 구름, '비를 품은 쌘구름'이라는 뜻입니다. 말집(사전)에서는 이 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적운보다 낮게 뜨는 수직운. 위는 산 모양으로 솟고 아래는 비를 머금는다. 물방울과 빙정(氷晶)을 포함하고 있어 우박, 소나기, 천둥 따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표준국어대사전》 수직으로 발달한 웅대하고 짙은 구름 《고려대한국어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하늘에 솜을 뜯어 둥실둥실 띄워 놓은 듯한 구름. 우리는 이 살가운 구름을 '뭉게구름'이라는 이름으로 참 자주 부르지요.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이 구름에, '뭉게구름'만큼이나 멋진 우리 토박이말 이름이 또 하나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이름은 바로 그 또 다른 이름, '쌘구름'입니다. '쌘구름'이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게 들리실 수도 있겠습니다. '쌘'이라는 말은 '쌓이다'의 준말 '쌔다'의 매김꼴(관형형)이랍니다. 구름의 생김새가 아마도 솜이나 볏단처럼 무언가를 차곡차곡 '쌓인 듯한' 모습을 보고 만든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쌓인 구름'이 '쌘구름'이 된 것이지요. 말집(사전) 풀이를 보면 더욱 또렷해집니다. 수직운의 하나. 뭉게뭉게 피어올라 윤곽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구름으로, 밑은 평평하고 꼭대기는 솜을 쌓아 놓은 것처럼 뭉실뭉실한 모양이며 햇빛을 받으면 하얗게 빛난다. 무더운 여름에 상승 기류로 말미암아 보통 2km 높이에서 생기는데, 발달한 구름 꼭대기는 10km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 비는 내리지 않는다 《표준국어대사전》 수직 방향으로 뭉게뭉게 피어올라 대체로 확실한 윤곽이 나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