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는 오래된 서점가가 있는데 간다진보쵸(神田保町町)에 있는 고서점가가 그곳이다. 도쿄에 있을 때 필자는 시간만 나면 이 거리에서 하루 종일 책 구경을 하며 지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이라도 싼 책은 10엔짜리부터 좀 비싸다고 해도 1천 엔 정도면 사고 싶었던 책을 손에 쥘 수 있어 부담이 적은 곳이다. 책이란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필요로 하는 책을 만났을 때 기쁜 것이기에 필자는 쓸쓸할 때나 우울할 때, 기쁠 때나 심심할 때 등 틈 만 나면 이곳 서점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좋은 책을 발견하고는 밤새도록 독서 삼매경에 빠지곤 했다. 우리나라에도 청계천일대에 헌책방가가 있긴 하나 일본 간다의 고서적 거리와는 좀 다르다. 그것은 “헌책방”과 “고서적”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이미지만큼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물론 간다의 고서점가에도 싼 책들이 즐비하지만 가게에 따라서는 3~400년 된 고서들도 많은데 그 값이란 몇 십만 엔에서부터 몇 백만 엔씩 하는 것도 있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때도 많다. 일본의 유명한 고서적 거리인 ‘간다지역’은 명치10년(1880) 때부터 이 지역 일대에 들어선 명치대학, 중앙대학,
- 이하라사이카쿠의 ‘한국판 장화홍련전’과 비슷한 이야기 - “예전에 히다(지금의 기후현 북부)지방에 한 무사관리가 있었다. 어느 날 이 관리가 산길을 가다가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이르렀는데 한 선인(仙人)이 길도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쫓아가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 그래도 자신이 무사인데 그냥 돌아가기는 뭐하고 해서 선인이 간 발자국을 따라 가다보니 큰 바위 동굴 하나가 나타났다. 무사관리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깜깜한 동굴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안쪽에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나고 약간 밝은 빛이 보여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맑은 물속에 빨간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지 않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안쪽으로 4~500미터쯤 더 깊숙이 더 들어 가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황금 마을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금은보화와 백옥으로 장식된 건물이 즐비했다. 자신이 동굴에 들어오기 전에는 분명히 한겨울이었는데 그곳은 사방에 꽃이 만발하고 종달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이 휘황찬란한 마을을 구경하다 무사관리는 그만 졸음이 몰려와서 한쪽 풀밭에 벌렁 드러누워 잠이 들었다. 그 순간 한 꿈을 꾸게 되었는데
일본말에 “닛코를 보지 않고는 (일본을) 봤다고 하지마라 (日光を見ずして結構と言うこと莫れ)”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닛코(日光)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관광지이다. 도쿄에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닛코는 덕천가강(德川家康)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3대 장군인 덕천가광(德川家光) 묘는 서기 2000년도에 350년 만에 일반에게 공개했는데 그때 마침 필자는 와세다대학에 있을 때여서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 덕천가강의 사당인 도쇼궁(東照宮)은 지은 지 400년이 되었지만 그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도쇼궁의 정문인 양명문(陽明門)은 일본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문으로 일본 국보이다. 또한 도쇼궁 전체(社殿群)는 1999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도쇼궁에는 신큐사라는 신위를 보관하는 건물이 있는데 이곳에 유명한 3마리 원숭이 조각상이 있다. 지붕 처마 부분에 3마리의 원숭이 상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입을 막은 모습인데 서양에도 "Three wise monkeys"라고 알려져 있을 만큼 유명하다. 봐도 보지 않은 듯, 들어도 듣지 않은 듯, 말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것은 전통시대 한국의 여성에게도 해당되던
1월 14일은 일본의‘성인의 날(成人の日)’이었다. 올해 스무 살을 맞이하는 젊은이들에게 성인이 됨을 축하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도록 인식 시켜주는 날이 성인의 날인데 갓 성인이 된 사람을 일컬어 일본에서는 신성인(新成人)이라고 부른다. 성인의 날을 맞아 다이아몬드온라인(ダイヤモンドオンライン) 회사에서는 이들 신성인들이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는가에 대한 이른바 2013년 신성인에 관한 설문조사 (2013年 新成人に關する調査)를 했는데 결과는 77%가 어둡다고 답했다. 어둡다고 생각한 이유는 지속되는 불경기, 수출로 먹고 사는 일본의 엔고현상 지속, 고령화사회를 우려하는 남성들의 답과 젊은 세대를 키울 만한 일본 사회의 에너지 고갈, 자녀 양육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등의 여성들의 답이 주류를 이뤘다. 여기서 미래가 어둡다고 답한 여성들의 답을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젊은이를 키워낼 기력이 없는 사회, 그러한 정치판, 저자녀 출산임에도 지원이 부족한 현실, 몰상식한 사회인의 증가”같은 이유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웃 일본만의 일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올해 만 스무 살을 먹는 젊은이들의 잔치인 성인의 날은 1999년까지는 1월
양력설을 쇠는 일본은 지난 한주 동안 오세치요리(お節料理)라는 설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엊그제 1월 7일은 그동안 설음식으로 빵빵해진 배를 편안하게 하는 나나쿠사죽(七草粥)을 먹음으로써 설날 먹거리를 통한 새해의식을 다졌다. 한국인들이 설날에 해먹는 음식이 있듯이 일본도 설날을 맞아 먹는 음식이 있는데 이를 오세치요리(お節料理)라고 한다. 요즈음은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집 보다 편리하게 큰 백화점이나 인터넷 등에서 주문해서 먹는 가정도 늘고 있다. 3~4인분을 기준으로 21,000엔부터 84,000엔짜리 오세치요리를 선보인 오식스주식회사(オイシックス株式社) 누리집(홈페이지)은 보는 것만으로 화려한 오세치요리(설음식)가 가격별로 준비되어있다. 십여 년 전 양력설에 일본친구 집에서 설날을 맞은 적이 있었는데 친구의 시어머니가 한국인 손님을 위해 오세치요리를 먹음직스럽게 해서 보내준 것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오세치요리에 쓰는 재료는 대부분 연기(緣起)라고 해서 음식 자체보다는 장수, 부자, 자손번영 같은 것을 의미하는 재료가 쓰인다. 새우는 허리가 굽을 때까지 장수하라고 쓰며, 검은콩은 인생을 성실하게 살고, 밤조림은 황금색이 의미하듯 부자를, 청
가내안전, 학업성취, 장사번성, 교통안전, 개운초복(開運招福) 정도면 인간 생활의 축복은 거의 대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복을 빌기 위해 정초 일본인들이 신사나 절을 찾아 가는데 이러한 것을 하츠모우데(初詣)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기도는 일년 365일 하는 것이지만 특별히 정초에 가는 것을 처음이라는 뜻의 하츠(初)를 붙여 하츠모우데라고 하며 우리말로는 ‘정초기도’ 정도로 해석 할 수 있다. 설날을 음력으로 세는 한국인들에게 양력설은 기껏해야 동해안 일출을 보러 가거나 12월 31일 날 보신각 타종소리를 들으러 종로에 나가거나 집에서 티브이를 모는 일 외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양력설을 세는 일본인들에게 정초는 설날이자 신사참배를 가는 중요한 명절이다. 정초 신사참배 풍습은 도시코모리(年籠り)라고 해서 집안의 가장이 기도를 위해 그믐날 밤부터 정월 초하루에 걸쳐 씨신(氏神の社)의 사당에 들어가서 기도 하는 것을 일컬었다. 그러던 것이 그믐밤 참배와 정초참배로 나뉘어졌고 오늘날에는 정초 참배 형태가 주류이다. 이러한 정초기도 풍습은 명치시대(1868년) 중기부터 유래한 것으로 경성전철(京成電鐵) 같은 철도회사가 참배객 수송을 대대적으
일본의 연말연시 풍경으로 한국인에게 낯선 게 있는데 바로 복주머니(福袋, 후쿠부쿠로) 풍습이다. 커다란 쇼핑 가방 속에 들어 있는 물건들은 옷, 신발, 속옷, 액세서리, 장난감, 과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문제는 이 가방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는데도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다. 예컨대 의류가 들어 있다면 사이즈나 색상 디자인을 알 수 없는데도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게 신기하다. 실제로 내가 아는 지인의 딸은 정초에 커다란 복주머니 가방을 여러 개 사들고 낑낑 거리며 집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정초에 백화점에서 파는 복주머니는 대개 젊은 10대나 20대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사지만 더러는 중년들도 있다. 새해를 코앞에 둔 지금쯤 슬슬 일본의 상점가는 정초에 팔 복주머니 만들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복주머니 내용물도 옷이나 액세서리를 벗어나 여행 상품권, 맨션아파트, 자동차, 운전교습소 수강권, 맞선 대상 등 기발한 품목이 ‘복주머니’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행성을 조작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복주머
안녕하세요,저는 우리의 도자기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이분을 알게되어 그분에 대한 책을 감명깊게 읽고 영화도 보았습니다. 참으로 감격적이고 이런 일본분도 계시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 ■ [이윤옥] 조선을 사랑한 아사카와다쿠미의 삶을 그린 영화"백자의 사람"을 보고... (2012-07-02 09:17) 개봉된다면 가족들과 한번 가서 보셔도 좋을 영화입니다.(7월12일개봉) 남을 이해하고 역사를 이해하는 일은 우리 삶의 가장 큰 중심에 둘 일이라고 봅니다. 바쁠수록.................. 아래 글은 인터넷신문 대자보 2012년 7월 2일자 기고문입니다. ------------------------------------------------------- 조선의 흙이 된 일본인을 아십니까? [시사회] 조선을 사랑한 아사카와다쿠미의 삶을 그린 영화 “백자의 사람” 이윤옥 조선을 사랑한 아사카와다쿠미(浅川巧, 1891.1.15-1931.4.2)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농상공부산림과(朝鮮総督府農商工部山林課)에 직원으로 고용되어 24살 때인 1914년
“도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 해넘이국수)를 먹는 풍습은 전국 각지에서 볼 수 있으며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국수가 선보이고 있다. 해마다 12월 31일에 해넘이국수를 먹는 사람들은 57.6%에 달하며 이러한 풍습은 일본의 문화로 깊이 정착되어 있다.” 네트리서치 DIMSDRIVE에서 “연말연시를 보내는 방법”을 설문조사한 결과(조사기간 2010년12월28일~2011년1월13일) 해넘이국수를 먹는다는 사람은 57.6%였으나 젊은 층은 거의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슬슬 일본 주부들은 12월 31일 밤에 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먹을 메밀국수를 장만 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메밀국수 판매의 최대 대목인 요즈음 일본의 상점이나 백화점, 인터넷 통신판매처에서는 쇄도하는 메밀국수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올릴 시간이기도 하다. 올해로 250년째 메밀국수를 만드는 나가노현(長野縣)의 고즈마야(小妻屋)의 누리집(홈페이지)에는 “12월 28일에 한정해서 판다”는 안내문을 큼지막하게 써놓고 있는데 미리 주문을 받아서 당일 날 일제히 발송한다고 하니 이 가게의 해넘이국수 값은 대관절 얼마나 될까? 오래된 가게답게 메밀국수 5~6인분은 송료포함 3,500엔(44
“어제 백악관 앞에서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있었는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골치 아픈 정치, 외교 문제를 잠시 잊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겼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올해로 8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거대한 트리는 1923년 캘빈 쿨리지 당시 대통령이 시작한 이래 미국의 전통이 되었다고 한다. 서양에서 시작된 성탄트리는 한국에도 뿌리(?)를 내린 듯 호텔이나 크고 작은 건물은 물론 서울거리 곳곳에 어김없이 그 찬란한 트리가 등장했다. 서양의 성탄트리를 연상 시키는 장식물이 일본에도 있는데 보통 연말연시에 집 대문이나 회사, 상점, 관청의 건물 입구 등에 매달아 두는 장식물로 외국인들의 사진기 세례를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시메카자리(注連飾り)를 들 수 있는데 12월 25일에서 28일 사이에 대문에 매다는 장식물로 시메카자리의 재료는 요즘처럼 수확을 하고난 지푸라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래는 수확 전의 파릇파릇한 벼이삭을 베어 말려 사용했었다. 이러한 장식을 하는 까닭은 농사의 신(稻作信仰)을 받드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는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운을 멀리하려는 뜻으로 신도(神道)가 지향하는 바와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