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뼘들이로 [뜻] 동안을 그리 띄지 않고 잇따라 겨끔내기로 들어서 [보기월] 뼘들이로 좋은 이야기를 해 주는 어른들도 있어야겠지만 믿음을 갖고 지켜 봐 주는 분들도 많아야겠습니다. 어제 날이 저물무렵까지 내리던 비는 이제 짙은 안개를 뒤에 두고 사라졌습니다. 곧 안개가 걷히고 해가 날 거라고 합니다.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참 오랫동안 해를 못 본 듯 합니다. 오늘 해를 보면 해가 더 반갑고 밝아 보일 것 같습니다. 이 이레에 비가 온다는 기별이 없으니 앞으로 여러 날은 봄을 느낄 수 있겠지요? 배곳을 옮긴 뒤 지난해 맡았던 아이들한테서 기별이 가끔 옵니다. 배곳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며 말을 걸어 오기도 하고, 밑도 끝도 없이 지난해 말 안 듣던 00인데 알겠냐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립다며 보러 오겠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구요. 스스로 되돌아 보아도 제가 그 아이들에게 그리 잘해 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느 해와 다른 게 있었다면 조금 덜 나무라고 아이들이 하는 걸 봐 준 것이 다른 것이었다고 할까요? 생각해 보면 사람이 사람을 바꾸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들은 바꾸기가 쉬울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예산의 유한팔(兪漢八)은 땔나무를 해서 시장에 내다 팔아 어미를 봉양하였는데 어미가 병이 들어 냉이 나물을 먹고 싶어 하자 밭으로 나가 소리 높여 우니, 냉이싹이 절로 나와서 캐다 드렸다. 어미가 또 등창을 앓았는데 입으로 고름을 빨아냈고, 점차 위독해지자 손가락을 잘라 그 피를 먹여 며칠 동안 더 연명하게 하였다. 이는 『일성록』 정조18년 (1794)년 10월 30일치 효자 기록 가운데 냉이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다. 요즘과 달리 한겨울에 나물 구경이 어려웠을 시절에 늙은 어머니는 봄철에 먹던 향긋한 냉이를 잊지 못한 모양이다. 냉이는 예전부터 우리 겨레가 즐겨먹던 봄나물 가운데 하나로 파릇한 잎새를 무쳐 먹거나 된장국을 끓이면 봄의 입맛을 되살리는데 그만이다. 냉이 가운데 황새냉이는 그 뿌리를 주로 먹는데 어렸을 때 들판에 나가 한소쿠리 캐오면 어머니가 살짝 데쳐 놓은 것을 무치기전에 집어 먹으면 달짝지근했던 기억이 난다. 다닥냉이, 논냉이, 구슬갓냉이, 좁쌀냉이, 애기냉이, 는쟁이냉이, 미나리냉이, 물냉이, 말냉이, 고추냉이, 장대냉이, 개갓냉이, 왜갓냉이, 싸리냉이, 서양말냉이, 황새냉이, 큰황새냉이, 꽃황새냉이 따위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버드나무는 예부터 우리 겨레와 친하게 지내온 나무로 고려청자나 고려불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나무다. 고려시대 작품으로 국보 제92호인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 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에 보면 갈대가 우거진 숲에 수양버들이 휘드러지게 늘어진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버드나무는 병을 낫게 하거나 악귀를 물리치는 영험한 나무로 고려불화의 관음보살그림에는 거의 빠짐없이 정병 속에 버드나무가 꽂힌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버드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40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는 갯버들, 냇버들, 키버들, 섬버들, 용버들, 콩버들, 떡버들, 왕버들, 수양버들, 여우버들, 고리버들, 용버들, 고수버들, 쪽버들, 산버들, 진퍼리버들, 선버들, 꽃버들, 반짝버들, 능수버들, 들버들 등 50여 가지가 넘는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다. ▲ 북한산 계곡에 막 피어나는 갯버들 1 버드나무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띈다. 청계천 갯버들 홍보 실제는 선버들이란 제목의 경향신문 2015년 3월 30일자 기사가 그것으로, 김은식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는 30일 청계천 식생을 2년간 조사한 결과 선버들이 전체 버드나뭇과의 절반을, 버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우리 풀나무 이름에는 쇠귀나물, 쇠뜨기, 쇠무릎, 쇠방동사니, 쇠별꽃, 쇠서나물, 쇠치기풀, 쇠털골, 쇠털이슬처럼 쇠자가 들어가는 것들이 있다. 쇠라고하면 쇠(牛)를 나타내는 것인지 쇠(鐵)를 나타내는 것인지 헷갈리겠지만 풀이름에 붙는 것은 소(牛)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소(牛)를 나타내는 풀은 쇠방동사니, 쇠별꽃, 쇠치기풀, 쇠털이슬, 쇠풀 따위가 있으며 이것은 일본말 우시(牛,うし)에서 유래한다. 쇠방동사니 : 우시쿠구(ウシクグ, 牛莎草) 쇠별꽃 : 우시하코베(ウシハコベ, 牛繁縷) 쇠치기풀 : 우시노싯페이(ウシノシッペイ, 牛竹篦) 쇠털이슬 : 우시타키소우(ウシタキソウ, 牛滝草) 쇠풀 : 우시쿠사(ウシクサ, 牛草) 이 가운데 쇠털이슬로 번역한 것의 일본사전 설명을 보면 흥미롭다. 『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에서 쇠털이슬을 집필한 고바야시쥰코(小林純子)는 이 이름은 우롱산(牛滝山)에서 생육하여 붙은 이름이다. 우롱산은 오사카부와 도야마현에 있으나 오사카부의 우롱산으로 생각된다. 홋카이도에서 큐슈에 걸쳐 분포하며 더 나아가 중국, 인도 북부에 분포한다 (원문 名は、牛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사시사철 나물을 즐겨 먹는 아주머니가 이웃집에 사는 덕에 심심치 않게 나물반찬을 얻어먹고 있지만 광대나물 무침이라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누리집에 광대나물을 소개하길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한방약으로 달여 먹으면 월경불순, 소아허열, 현기증, 간염, 부종 따위에 잘 듣는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광대나물도 흔히 먹던 나물이었던 것 같다. 어째서 나물이름에 광대가 들어 간 것일까? 누리꾼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싶어 뒤져보니 자칭 들꽃 도사들은 한결같이 꽃모양이 광대 같아서 라고 쓰고 있다. 정말 그럴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광대나물 : 꿀풀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 높이는 25~30cm이며, 잎은 마주난다. 4~5월에 붉은 자주색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윤산(輪繖) 화서로 핀다.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하고 전체는 토혈(吐血)과 코피를 멎게 하는 데 쓴다. 밭이나 논에 자라는데 한국, 북아메리카,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고 설명할 뿐 광대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광대라는 말이 들어간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어제 찾은북한산 등산길에는가는잎그늘사초(산거울)가 파릇파릇 싹을 틔우고 있었다. 지난 해 자란 길다란 풀은겨울을 지나는 동안 끝자락이 말려 있어 꼭 할아버지 수염 모습을 하고 있는데 땅 밑에서는 파릇한 싹이 움트고 있어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해준다. 어릴 때 산에서 머리땋기도하고 하고 아이들 발에 걸려 넘어지라고 함정을 만들어 놀던 이 풀 이름이 가는잎그늘사초(산거울)래요. 머리 땋기하며 놀면 참 재미납니다. 이는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글이다. 남자들은 모르겠지만 시골에 살던 여자애들은 이 가는잎그늘사초(산거울풀)로 머리땋기도 하고 남을 골탕 먹이기도 했던 추억을 하나 쯤 갖고 있을 것이다. 글쓴이 역시 그랬다. ▲ 할아버지 수염처럼 길게 늘어뜨린 산거울(가는잎그늘사초), 북한산에서 글쓴이 찍음 그러나 그때는 이 풀이름을 잘 몰랐고 다만 그 모습이 할아버지 수염같이 생겼다고 해서 코흘리개 우리들은 그냥 할배수염이라 부르며 컸다. 커서 이 풀이름이 무엇인가 했더니 가는잎그늘사초(산거울)란다. 특히 산거울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이 풀이름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할배수염처럼 생긴 이 풀이름을 왜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등대풀이라고 하면 언뜻 바닷가나 섬 같은 곳에 세워둔 등대(燈臺)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등대란 바닷가의 등대가 아니라 일본말로 등잔을 뜻하는 것인데 잘못 번역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어 어원유래사전(語源由來辭典)에 따르면, 등대풀에서 등대란 항로표시를 위한 등대가 아니라 옛날에 집안의 조명기구인 등명대(燈明臺)를 말한다. 등대꽃을 보면 심지처럼 노란꽃대가 올라와 있고 꽃잎이 그 주변을 받쳐서 마치 등잔처럼 보여 이렇게 부른다 고 풀이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등대풀(灯台草, 도다이구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등잔불을 켠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만 일본인의 눈에 그렇게 보인 것일 뿐이다. 만일 이 꽃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한국인에게 이름을 붙이라고 한다면 전혀 다른 이름이 나왔을지 모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꽃을 일본말 등대를 따서 등대풀이라고 부르고 있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다루지 않은 채 식물 생태만 말하고 있다. ▲ 꽃을 자세히 보면 등잔모양을 닮았다. 등잔을 뜻하는 일본말 고어가 등대인 것을 모르고 등대풀이라고 번역해서 쓰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지난번에 제2중부고속도로에 "길어깨 없음"라는 선간판이 눈에 거슬려 사진을 찍어 올린 적이 있는데 어제 또 다시 충청권에서 이 간판을 보았다. 당진대전간 고속도로 금강다리 앞 200미터 쯤 되는 곳에는 "공사중"이라는 팻말이 곳곳에 보이다가 "길어깨 없음"이라는 간판이 서 있다. 이 말은 지금 "갓길"로 고쳐써서 부르는데 한국도로공사는 왜 이 말을 줄곧 쓰는 것일까? 이 말은 일본말 로카타(路肩,ろかた)에서 온 말로 일본국어대사전 《다이지센, 大辞泉》에 보면 “路肩 : 道路の有効幅員の外側の路面” 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번역하면 ‘도로에 유효폭원의 외측 노면’이다. 곧 로카타(路肩)의 한자를 한국음으로 읽어 ‘노견’이라 했으며 한동안 우리가 쓰던 말이지만 이젠 '갓길'로 쓴다. ▲ 당진대전간 고속도로 금강 다리 200여 미터 앞 지점에 서 있는 "길어깨없음" 안내판 ▲ 제2 중부고속도로 갓길에 서 있는 '길어깨 없음' 안내판 원래 이것은 영어의 “road shoulder”에서 온 말로 일본사람들이 이를 직역하여 ‘노견, 路肩’으로 쓴 것이다. 이제 겨우 '갓길'로 정착 되었나 싶었는데 이 무슨 해괴한 표기란 말인가! 오이코시(추
[한국문화신문=리창수 기자] 마산 도서관(관장 이학헌)에서는 지난 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동안 토박이말교육학회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김수업)'와 함께 '사랑한다 우리말 우리글'이란 주제로 겨울 책읽기 배움터(독서교실)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거슬리게 하는 좋지 않는 기별들이 많은 요즘 초등학교 4학년 마흔 명의 아이들은 말이 단순하게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는 연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나 사물을 좋게 할 수도 있고 나쁘게 할 수도 있는 엄청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부터 배움을 시작했다. 이어진 자리에서는 온 누리의 많은 사람들이 뛰어난 글자라고 추어올리는 한글이 어떤 점에서 뛰어난 것인지 알아보고, 그런 뛰어난 한글이 그만큼 뛰어난 우리말 토박이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우리말과 글을 마음껏 자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다음에는 우리말과 아랑곳한 여러 가지 풀거리(문제)를 풀면서 우리말 힘 겨루기를 하면서 선물도 받고 미처 몰랐던 우리말을 배워 보는 자리를 가졌다. 이어진 토박이말 놀이 마당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기도 했고 즐거운 한바탕 잔치와 같은 자리였다. 토박이말 딱지 놀이, 토박이말 찾기 놀이에 이어 '토
[한국문화신문 =김영조 기자] 오늘은 을미년 새해입니다. 새해 첫날부터 우리 [쓴소리단소리]가 꾸지람을 하는 기사로 시작할 수는 없겠지요. 더구나 쓴소리는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니그저 오늘은 지난해 큰 친찬을 받았던 멋진 우리말 광고 잔치를 해야 하겠습니다. 먼저 대학광고로 인덕대학은 인덕 앓이와 기댈 언덕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영어 광고에 혈안이 된 다른 대학들에 견주면 우리말 사랑이 참 돋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새참과 끼니 그리고 그냥 밥집은 참 정겹습니다. 한자말이나 외국어 한 자 없이 온통 우리말 사랑으로 소박하게 채운 것이지요. 식당이나, 레스토랑, 가든을 쓰지 않고 우리말로 간판을 다는 식당 주인은 분명 애국자일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진주 배영초등학교와 금곡초등학교는 펼침막으로 열매 나누는 잔치라 했습니다. 그리고 경축 대신에 기쁨과 손뼉입니다. 정말 멋진 펼침막입니다. 또 영어자랑에 신이 난 롯데백화점에 견주면 애경백화점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만 쓰는 광고도 칭찬해야만 합니다. 그밖에 대웅전 대신 큰 법당이라 쓴 경기도 운악산 봉선사, 시민청 귀 빠진 날이라 쓴 서울특별시도 참 모범적인 자세를 가졌습니다.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