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제주 불탑사 오층석탑 - 이 달 균 귀 기울이면 절에서도 숨비소리 들릴까 물질 나간 해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먼 옛날 설문대할망 탑을 돌며 부른다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불탑사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절이다. 원찰인 원당사(元堂寺)는 원제국시대 제주도의 3대 절의 하나였다고 한다. 제주 4·3사건 당시 가람 대부분이 파손되었으며 1953년에 재건되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보수ㆍ확장 작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불탑사 오층석탑은 보물(제1187호)로서는 한국 최남단에 있다. 기단부에서부터 상륜 부재(部材)에 이르기까지 모든 석재가 제주 화산에서 비롯된 현무암으로 제작되었다. 적흑색 화산석으로 만든 석탑은 이곳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다. 고려 때에도 바다에선 해녀들 숨비소리 끊이지 않고 들렸으리라. 생업을 위해 태왁을 들고 물질 나갔던 아낙들, 더러는 파도의 쓸려 돌아오지 못한 축도 있었으리라. 그럴 때면 불탑사 석탑을 돌며 간절히 부처님과 설문대할망에게 소원 빌지 않았을까. 망부석이 되지 못한 고려 아낙의 기원은 지금까지도 들려온다. (시인 이달균)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망자를 저승으로 데려가며 부르는 뱃다래기 평안도 다리굿 신가(神歌)는 한때 평안도 땅 전역에서 전해져 왔다. 그러다가 한국동란이 일어나자 서울로 월남한 평안도 무당들이 남한에서 성황대제와 다리굿을 재개하면서 불리게 되었다. 다리굿에서 불리는 뱃다래기도 월남한 평안도 무당들이 불렀던 노래 가운데 하나며 평안도 다리굿의 중요한 자료다. 뱃다래기는 다리굿 후반부인 기밀굿의 수왕세텬(또는 시왕서천) 과정 속 들어 있는 노래이다. 무당이 망자를 오색화초가 만발한 좋은 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사자(使者)를 모신 뒤, 망자 혼이 실린 다릿발을 들고 저승으로 잘 데리고 가겠다고 다짐하며 부른다. 여기 소개하는 <뱃다래기>는 2003년 정대복 대무당이 구술한 것이다. 〈뱃다래기 신가〉 간밤에 백양래하니 칠백동자 전도합소사 송방은루 송동자니 사모혼신을 전도하소사 육로로 삼천리 수로로 이철리 약수삼철리 드리구 견을 쓰구 오색초롱 만발한데 환전인행하소다 동방에는 청대장군 청사초롱에 불할켜라 김일영감을 모셔라 서방에는 백일장군 백색초롱에 불발켜라 김일영감을 모셔라 북방에는 흑이장군 흑색초롱에 불발켜라 두황목에는 황이장군 황색초롱에 불발켜라 김일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초복과 더불어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 왔다. 여름은 항상 ‘더위와 에어컨의 시소게임에 흐트러지는 건강’이라는 생활이 반복된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19에 의한 마스크란 대복병 탓에 답답함까지 겹쳤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학생들이 애처롭다. 더더욱 올해 수능을 치러야 할 수험생들은 ‘공부 리듬이 흐트러지고 수능은 연기되고, 공부할 곳도 마땅찮고...’와 같은 열악한 조건 속에 더위와 씨름하고 마스크와 전쟁을 하고 있다. 수험생이 여름을 이겨내면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을 알아보고, 이것만이라도 차근차근히 해나간다면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1. 수험생이 여름에 극복해야 할 고난 올여름 예상되는 불볕더위와 마스크의 합작으로 힘겹게 보낼 것이 예상되는 와중에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실질적으로 열심히 공부할 때 방해인자와 조심해야 할 대상은 어떠한 것인지를 살펴보자. 냉방병 - 냉방병을 한방에서는 서풍(暑風)이라고 한다. 지금은 에어컨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나타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산수국[학명: Hydrangea serrata for. acuminata (Siebold & Zucc.) Wilson]은 범‘의귀과의 넓은 잎이 지는 떨기나무’다. 산수국(山水菊)은 한자의 뜻처럼 산에서 물을 좋아하는 국화처럼 풍성한 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산수국은 꽃이 아름답고 여름부터 가을까지 오랫동안 꽃이 피며, 물이 있는 곳에 주로 살아 우리에게 꽃의 아름다움과 함께 시원함을 선사한다. 영어 이름은 ‘Mountain-hydrangea’다. 팔선화(八仙花), 거치엽수구란 다른 이름도 있다. 한방에서는 토상산(土常山)이란 약재명으로 처방한다. 관상용, 식용, 약용, 차, 밀원용으로 한여름 산속에서 만나는 청보랏빛 산수국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산에서 자라지만 요즘엔 공원이나 화단에도 심어놓은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산수국의 꽃 색깔은 다양하여 처음에는 흰색으로 피었다가 푸른색이나 분홍색으로 변한다. 꽃 색깔이 다양한 이유는 꽃 색소가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처음 산수국 꽃이 피기 시작할 때는 연녹색이 도는 흰색으로 시작되어 꽃이 피는 동안 안토시아닌이 합성되면서 푸른색으로 변하며, 꽃이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코로나 19’ 사태는 단순히 개인의 생활 습관만이 아닌 사회와 국가경제 활동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규정이 이루어져 가고 있다. 이를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부른다. 잠잠해지는 줄 알았던 ‘코로나 19’는 이제 7월 들어서부터는 일반 독감처럼 우리와 함께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그 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 사회변화에 대응해 살아가는 방법과 세종시대를 견주어 보자. 사람이냐 경제냐 ‘코로나19’가 퍼질 때 나라마다 그에 대응하는 정책이 달랐다. 먼저는 제한 없이 유전자 증폭기술(PCR) 검사를 하느냐 아니면 며칠 동안 아픈 증세가 있어야 검사를 해주느냐다. 앞의 나라는 한국과 독일이었고, 뒤의 나라는 아픈지 3일이 지나야 검사해주는 일본이었다. 7월에 들어서는 어느 나라나 1차 파동이 멈추었을 때보다 늘어나고 있어 마찬가지 형편이 되었지만, 그간 의료체계를 갖춘 나라의 사망자는 적었지만, 검사를 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사망자도 많고 그 밖에 폐렴 등 다른 병으로 죽은 사람이 전해보다 많아 사망자 통계를 속이는 행정까지 나오게 되었다. 질병이 지속되자 몇 국가에서 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도피안사 삼층석탑 - 이 달 균 피안(彼岸)에 들고 싶다면 화개산 도피안사(到彼岸寺) 가자 깨달음의 언덕을 언제쯤 올라보나 열반은 가까이 있다 “귀를 열어라”고 탑은 말한다 도피안사는 피안의 세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번뇌와 고통이 없는 경지에 이르고 싶은가. 그런 이상적인 경지가 꿈처럼 요원하다면 남한의 최북단 철원 화개산 도피안사에 가자. 한국 전쟁 이후 군에서 재건하였다는 이 절의 〈사적기(寺蹟記)〉엔 재미있는 사연이 전한다. 당시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을 조성하여 철원에 있는 안양사에 봉안하기 위해 암소 등에 싣고 운반하는 도중, 불상이 없어져 찾아보니 현재의 도피안사 자리에 앉아 있어 865년(신라 경문왕 5)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그 자리에 절을 세우고 불상을 모셨다고 한다. 현재는 군에서 파견된 군승과 주지 김상기가 관리하고 있지만, 휴전선 북쪽 민통선 북방에 있어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3층석탑(보물 제223호)은 치열한 격전지에 있는 것에 견주면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하고 있다. 상륜부와 3층 지붕돌 일부만 손상되었을 뿐 전체적으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철조비로자나불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생명체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외부와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오늘은 몸이 순환하고 소통하는 통로인 발을 자극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며 ‘서서 활동’할 때 발바닥에 자연스럽게 자극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문명시대가 되어 신발을 신게 되었고, 평평한 곳을 걷는다면 발바닥이 골고루 땅에 접촉되지 않으면서 자극도 편중되어 드러난다. 그러므로 걷는 것의 목적을 건강에 두고 운동 효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여름의 건강은 발바닥이 책임진다」 (2020.7.5.일자 기사 참조) 1. 맨발로 걷기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 맨발로 생활을 하게 된다면 직접 땅을 밟을 것이다, 이때 흙을 밟는다고 할 때 발바닥은 다양한 요소들과 접촉한다. 눈에 보이는 흙과 돌, 모래 말고도 여기에는 세균, 곰팡이, 여려 유기물과 중금속 등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복합물을 우리가 만물(萬物)이라 칭하며 이러한 만물과 접촉하면서 발바닥은 만물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고 다채로운 발바닥 자극으로 인체가 골고루 균형 있게 성장하도록 세상에 나왔다. 옛날에 시골 어린
[우리문화신문=글/사진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수국[학명: Hydrangea macrophylla (HTHUNB.) Ser.]은 범의귀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 키가 작은 나무’다. 학명 ‘Hydrangea’는 그리스어로 '물'이라는 뜻이며, ‘Macrophylla’는 '아주 작다'라는 뜻이 있다. 자양화(紫陽花), Chinese-Sweetleaf, Bigleaf-hydrangea라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수구(繡球), 팔선화(八仙花)란 약재명으로 처방한다. 작은 꽃들이 많이 모인 물을 아주 좋아하는 꽃으로 한자 이름은 수구화(繡毬花)인데,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란 의미다. 옛사람들이 이름을 붙일 때는 특징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금세 알 수 있게 하여 감탄을 자아낸다. 수구화는 모란처럼 화려한 꽃이 아니라 잔잔하고 편안함을 주는 꽃이다. 꽃 이름은 수구화에서 수국화, 수국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국은 물을 매우 좋아하는 식물이다. 특히 꽃이 피어 있는 동안 물이 부족하면 꽃이 금방 지거나 말라 버릴 수 있으니 물주기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수국은 물을 많이 먹는 만큼 증산작용이 아주 활발하여 가습효과에 탁월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아시아나 비행기가 출발하려면 6시간이나 남았다. 나는 공항 안에서 점심도 사먹고, 손말틀(휴대폰)로 궁금한 한국 소식도 알아보고 등등 시간을 보냈다. 포노 사피엔스는 손말틀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가 있다. 공항에는 손말틀을 충전하는 시설까지 있으므로 배터리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나는 탈핵이라는 단어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하였다. 세계의 이름 있는 기업들이 ‘RE100’이라는 이름의 재생에너지 사용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RE100을 처음 들어보았다. RE100은 재생에너지 100%(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이다. 2014년에 시작된 이 캠페인은 다국적기업들이 생산 활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겠다는 선언이다. 2019년 현재 170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애플, 구글, BMW, GM, 이케아 등 유럽과 미국의 기업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삼성과 LG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기업은 한 곳도 동참하고 있지 않다. 이미 구글과 애플은 풍력이나 태양광발전에서 나오는 전력만으로 생산 활동을 하는 100%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정림사터 오층석탑 - 이 달 균 백제의 하늘이 내려와 놀고 있다 천년을 떠돌다 온 구름은 떠날 수 없다 조금 전 내렸던 비는 계백의 눈물이다 정림사터는 백제를 따라 걷는 순례지의 필수 코스다. 백제를 대표하는 정림사터 오층석탑, 자연과 어우러진 탑을 상상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시내와 가까워 방문이 쉬운 장점도 있다. 번듯한 주차장과 박물관도 있어 관람하기에 편리할 뿐 아니라 부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깝고, 주변에 부여국립박물관, 부소산성도 있어 함께 구경하기에 좋다. 우리의 탑은 늘 비극적 사연을 안고 있다. 이 탑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1층 탑신에 "大唐平百濟國碑銘"이라고 새겨놓아 당시의 수난을 엿볼 수 있다. 이 탑 옆에 서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백제를 만날 수 있다. 황산벌의 흙먼지를 느낄 수 있고, 계백의 눈물을 만날 수 있다면 오늘의 여행은 꽤나 쏠쏠한 이득을 얻은 것이다. (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