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은 사람마다 모두 생일이 둘이라고 말한다. 한 번은 각별한 생각으로 축하를 주고받는 자기의 생일이라는 날이고 다른 하나는 새해의 탄생이란다. 이날을 기점으로 누구나 자기의 시간을 셈해보고 남은 날을 헤아리기에 이날이 우리 인류 공동의 생일이란다. 우리 한국인에게는 설이 두 번이 있다. 양력으로 1월 1일 새해가 그것이요, 음력으로 1월 1일 설날이 그것이다. 양력의 설은 (요즘엔 그냥 새해 첫날이라고만 부르고 설은 음력에만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글자 그대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 365일 만에 맞는 새날이요, 음력으로 맞는 설은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해서 마음으로 맞는 새해다. 우리는 이미 한 달 전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했지만, 다시 음력의 설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나눈다. 어릴 때는 뭐 새해를 두 번이나 맞고 인사를 두 번이나 올리냐고 쑥스러워했지만, 양력 1월 1일을 하루만 쉬게 하고 음력설을 앞뒤 사흘쯤 쉬게 하니 음력으로 맞는 1월 1일이 진정으로 새해의 기쁨을 가정과 이웃 친지들과 함께 나는 명절이자 잔치 날이 되고, 그러다 보니 새해 덕담을 두 번 하면
[우리문화신문=김순흥 교수] 남북분단으로 섬처럼 고립되어 육지이면서도 비행기나 배가 아니면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현실. 하늘길이나 바닷길이 아닌 땅길로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으로, 아프리카 땅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노래 김순흥 작사, 주하주 작곡 <땅으로 가자>를 소개한다. 땅으로 가자 놀~부 김순흥 우리가 섬이냐 땅으로 가자 헤엄치지 말고 걸어서 가자 배타지 말고 버스로 가자 비행기 말고 기차로 가자 오늘 못 가면 내일 가자 이달에 못 가면 다음 달에 가자 올해 못 가면 내년에 다시 가자 하지만 끝까지 가자 서두르지 말고 가자 싸목싸목 가자 우리가 섬이냐 땅으로 가자 평양을 거쳐 가자 두만강을 건너가자 시베리아를 질러가자 땅으로 가자 베를린을 가보자 암스테르담도 가보자 안달루치아를 지나 땅끝 희망봉까지 땅으로 가보자 ▲ 김순흥 작사, 주하주 작곡 <땅으로가자> - 아쿠스틱 버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동의’는 당당하게 우뚝 선 우리나라 의학을 뜻합니다. ‘보감’은 보배로운 거울이란 뜻이지요. <동의보감>은 지금껏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보배로운 거울이 되었답니다. 우리 의학, 동의(東醫)! 중의학이 지배하던 조선 중기, ‘동의’라는 개념은 상당히 생소한 것이었다. 중국식 처방과 중국식 약재로 병을 치료하던 때, ‘우리식’ 처방과 약재를 담은 의학백과 《동의보감》은 획기적인 의서였다. 이지현이 쓰고 원혜영이 그림을 그린 이 책, 《동의보감》은 우리식 의학백과를 펴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으며,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는지, 재미있게 보여준다. 그림책이라 쉬우면서도 알차게 내용을 담고 있어 아이들에게 우리 의학의 매력을 느끼게 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의서들은 대부분 중국책이라 약재 이름이 모두 중국 이름으로 되어 있어 불편했어요. 우리나라에서 흔한 도라지가 중국 의서에는 ‘길경’이라 적혀 있어서 도라지를 옆에 두고도 약재로 쓰지 못하는 일이 많았답니다. 또한 약재를 중국에서 들여와 써야 해서 약값도 비쌌어요. 가난한 백성들은 아파도 의원을 찾아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우리 백성이 중국 사람과 달라 고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방총(龐蔥)이라는 고위 관리가 태자와 함께 조나라 서울 한단에 인질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떠나기 하루 전 방총이 임금을 찾아가서 묻습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시장 한복판에 호랑이가 나왔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아니요. 믿을 수 없소" "그러면 두 사람이 호랑이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글쎄요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믿을 수는 없을 것 같소." "그럼 세 사람이 호랑이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믿지 않을 수 없소." 방총은 시장에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세 사람이 말하면 이처럼 그럴듯해 보인다고 임금에게 말하지요. 그리고 자신이 조나라에 가면 세 명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험담하게 될 것이지만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임금은 알았다고 대답했습니다. 방총이 조나라로 간 다음 날부터 임금에게 방총을 험담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훗날 태자는 인질에서 풀려나 위나라로 돌아왔지만, 방총은 결국 임금의 의심을 받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방총의 위처럼 비유로 말했음에도 자신을 스스로 구해내지 못한 것이지요.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는 고사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바이든 행정부가 실시하고 있던 행정명령 78개를 무력화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미국 대통령이 정책을 신속하게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효력을 갖는데, 미국 헌법 제2조의 '행정권은 대통령에게 속한다'라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행정명령은 주로 연방 정부기관의 운영을 지시하거나 기존 법률을 구체화하는 데 사용된다. 바이든 정부의 중요 정책들을 무력화시킨 트럼프의 행정명령 가운데는 파리기후협약 탈퇴가 포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 직후 성명을 통해 “파리기후협약은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강도질”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오염 물질을 마음대로 배출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기업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염려된다. 파리기후협약은 산업 혁명 이후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 중에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수소불화탄소 등등)가 늘어나면서 대기의 기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막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조선 첫 서양의사 알렌(Horace N. Allen )은 자신의 일기에 1885년의 설 명절에 대해 적었다. 2월 10일(화) 오늘 음력 섣달 스무엿새날(12월 26일)인데 사실상 오늘부터 조선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 시작된다. 조선인은 설날 명절을 5일 동안 쉰다. 이 5일 동안 서울거리는 온통 잔치로 꾸며진다. 썩은 짚으로 된 거름더미 같은 것은 말끔하게 치워진다. 5일 동안에는 거리에 좌판을 벌여놓고 각종 물건을 물물교환한다. 모든 사람은 제각기 무슨 물건이라도 팔고 산다. 그래서 서울거리는 시장 바닥이 되고 만다. 각종 물품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각종 놋그릇(유기-鍮器)더미를 산처럼 쌓아놓은 것인데, 햇빛을 받아 번쩍번쩍 눈부시게 빛난다. 놋그릇 종류에는 촛대, 숟가락, 젓가락, 사발, 대야, 타구(唾具, 침 뱉는 그릇) 등이 있다. 타구는 달걀을 두 쪽으로 갈라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양끝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 유기는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고 그 값도 대단히 비싸다. 나는 조그마한 타구 하나의 값이 현금으로 500냥(약 50센트)이라는 말을 들었다. 조선사람은 어떻게 그같이 비싼 값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참으로 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우리가 흔히 대만이라고 읽고 중국 발음으로는 타이완(臺灣)이라고 하는 이 작은 섬나라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1949년 중국 대륙을 모택동(毛澤東 마오쩌둥)의 공산당 세력에 내주고 섬나라로 내려온 장개석(蔣介石, 장제스)과 국민당 정권일 것이지만 관광으로 대만을 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도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꼽히는 고궁박물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박물관의 소장품의 수는 70만 점이나 되어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쥬 미술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이라고 하기도 하고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넣어 5대 박물관이라고도 하는데 어떻든 유물이 그만큼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고 워낙 유물이 많아서 박물관에서는 3달에 1번씩 전시하는 소장품을 교환 전시하고 있는데도 모든 소장품을 관람하려면 8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런 점들이 대만 관광의 포인트로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흔히들 고궁박물관이라고 말하지만, 정식 이름은 국립고궁박물원(國立故宮博物院)으로 대만(정식 국호는 중화민국)의 행정원 산하기관이다. 잘 알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옛시는 강하다. 짧으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조용히 읊조리다 보면 굳었던 마음이 풀어지고, 옛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마력이 있다. 이런 매력에 빠져 오늘날에도 시읽기를 즐기고, 때에 맞게 인용하는 경영자가 많다. 고두현이 쓴 이 책, 《옛시 읽는 CEO》는 경영자가 읽고 그 참뜻을 되새길 만한 옛시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느낌에 맞게 분류하여 엮어낸 책이다. 옛시에 얽힌 이야기와 더불어 난감한 위기에 처했을 때, 시 한 수를 인용하여 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한 사례 등을 풍부하게 담았다. 말이 범람하는 시대, 옛시에 담긴 따뜻하고도 여백 있는 감성은 가슴을 울릴 때가 많다. ‘조선의 이태백’이라 불렸던 이안눌이 함경도 관찰사 시절, 눈이 천 길이나 쌓인 변방에서 겨울을 보내며 쓴 「따뜻한 편지」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차마 부모님이 걱정할까 전하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p.33) <따뜻한 편지>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다 흰머리 어버이 근심할까 두려워 북녘 산에 쌓인 눈 천 길인데도 올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적었네 - 이안눌 지은이 고두현은 자식이 어버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운때(時運) 산모퉁이 돌자 새길 나오듯(돌) 새길에서 반가운 님을 보듯(빛) 뿌린 대로 때맞춰 피는 것을(초) 가고 오는 세상만사 운때지(심) --- 25, 1. 11.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 우리 말에 운때라는 것이 있다. ‘운(運)’이라는 한자어와 우리말 ‘때’ 곧 시간의 합성어이다. 한자말로 다시 바꾸면 ‘시운(時運)’이다. 그때와 운수(運數)가 합해진 말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때가 있기도 하고 운수 곧 관운(官運)과 재수(財數)가 닥치기도 한다. 가장 좋은 경우는 때와 운이 만나 교차하는 것이다. 때는 이르렀는데 수(數)가 모자라면 그 수를 채워야만 하고, 수는 꽉 찼는데 때가 되지 않으면 때를 기다려야 일이 이루어진다. 태공망(太公望, 강태공)이 웨이수이강[渭水]에서 80년 동안 곧은 낚시를 한 것도 백세의 재상이 되어 천하를 경영하기 위함이었듯, 시대의 인물과 군자는 그때를 알아서 처신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운(國運)도 마찬가지라할 것이다.(돌)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도대체 제 상식에 맞지 않는 장면들을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같은 인간으로서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책이 있을까 하여 ‘극우주의’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는데, 한글로 나온 책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도르노의 연설문을 책으로 낸 《신극우주의의 양상》이라는 책을 사 보았습니다.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로 나치 정권 때 미국으로 망명하였다가, 종전 뒤 다시 독일로 돌아왔습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몸서리쳐지는 악몽을 겪었음에도, 전후 50년대부터 점차 극우주의가 고개를 쳐듭니다. 이들은 히틀러가 그래도 잘한 점이 많았다고 하던가, 심지어는 유대인 학살은 날조된 거짓이라고까지 주장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아도르노는 이를 설명해달라는 오스트리아 사회주의학생연합의 초청을 받고, 1967년 4월 빈대학에서 강연하였습니다. 그동안 이 강연은 녹음본으로만 존재하다가 2019년 처음으로 출판되었는데, 출판되자마자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