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살이 반백 년에 이르지만, 여전히 한국어로만 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재일 소설가 김길호 작가다. 꼭 일본어에 한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외국에 건너가 처음 몇 해는 언어의 부적응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10년, 20년, 50년... 세월이 흐르면 모국어보다는 현지어가 먼저 튀어나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쯤 되면 현지어가 모국어 보다 우선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김길호 작가의 일본어는 한국어를 뛰어넘는 언어일 텐데 왜, 무슨 까닭으로 그는 한국어 글쓰기를 고집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들을 절호의 기회가 지난 9월 26일 부산 동의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이경규 소장)주최의 <제24회 국제학술대회 '재일한인 연구 10년, 연구 성과에 대한 회고와 성찰', 아래, ‘동의대 재일한인 연구 학술대회’>였다. 평소 소식을 주고받던 김 작가로부터 ‘동의대 재일한인 연구 학술대회’ 소식을 들은 것은 행사 1주 전쯤이었다. 보내온 행사 일정을 보니 <주제1> 발표자로 재일동포 2세인 오문자 수필가의 <가교 역할을 희망한 재일코리안 여성의 염원>이고, 김길호 작가는 <주제2>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 이야기. ‘교과서’로 만난 역사는 참 딱딱한 적이 많았다. 과정은 생략되고, 연대와 결과 위주로 건조하게 서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가장 싫어하는 과목으로 ‘역사’를 꼽는 학생들도 적지 않고, 역사에 흥미를 잃어버린 채 성인이 되어서도 역사책은 전혀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은이 정명섭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사건실록》을 통해 결과만을 보여주는 교과서, 지루한 암기 과목이 되어 버린 ‘역사’라는 과목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 교과서에 간단하게 나오는 사건의 이면을 자세히 보여주며 역사는 한 편의 드라마, 박진감 넘치는 서사를 가진 생생한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책에는 ‘불패의 장수, 이성계’로 시작해 ‘멸망의 전주곡, 고종의 춘생문 사건(1895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16개의 사건이 실려있다. 지은이의 속도감 있는 필력 덕분에 역사가 이토록 재밌는 것이었는가 새삼 감탄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존현각 정조 암살 미수 사건(1777년)’이다. 조선 임금에 대한 은밀한 독살 시도나 반란은 많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자객으로 암살을 시도했던 사건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강(漢江)과 한강(韓江) 은하수처럼 흐르는 저 강물 (돌) 세월 따라 담는 의미도 달라 (초) 아리 아리 아리수 한물 났네 (빛) 두 한이 하나 되는 한강이여 (심) ... 25.10.3. 불한시사 합작시 한강의 옛 이름은 순수 우리말 ‘아리수’였다. 이 ‘아리수(阿利水)’라는 이름은 다행히도 압록강을 건너 고구려의 수도 국내성 집안(輯安)에 서 있는 광개토대왕비문에 새겨져 있다. 무려 1,600여 년 전의 기록이다. 지난해 11월 고구려 유적을 답사하던 길에 불한시사의 시벗들과 함께 그 비문에서 이를 직접 확인하고 크게 기뻐한 바 있다. 또한 한강의 다른 이름인 열수(洌水) 역시 ‘아리수’를 다시 한자화한 이름이리라. 한강(漢江)의 ‘한(漢)’은 흔히 오해하듯 중국 ‘한나라 한(漢)’의 사대적 의미가 아니라, ‘은하수 한(漢)’의 뜻이다. 곧 은하수(銀河)가 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며 흐르는 ‘은하수의 가람(江)’이라는, 매우 시적이고 아름다운 이름이다. 서울의 옛 중국식 호칭 ‘한성(漢城)’을 ‘서울(首爾)’로 개칭했을 때 중국인들이 반발한 것도, 그들이 이를 자신들의 한족(漢族) 문화의 이탈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는 어처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뒤, K 교수는 체육대학의 가 교수와 스파게티를 먹으러 미녀식당으로 갔다. 가 교수는 축구해설가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축구에도 관심이 많은 재단이사장이 다른 대학에서 스카우트 해 온 가 교수는 축구 선수 출신의 유명한 해설가였다. 그런데 체육대학에는 아직 미스 K의 소문이 알려지지 않았나 보다. 가 교수는 미스 K를 보자마자 “대단한 미인이십니다”라고 면전에서 칭찬의 말을 했다. K 교수가 “사장님은 실제로 1978년 미스 코리아 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가 교수는 깜짝 놀라면서 “아, 그래요? 그러면 아마도 40대 아닌가요? 저는 20대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남자들이 잘하는 뻔한 거짓말을 했다. 그날은 손님이 많아서 미스 K가 합석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가 교수는 미스 K를 바라볼 수 있었으니 여복이 조금은 있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안식년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가 교수는 학교에 온 지 6년이 되지 않는데도 작년에 안식년을 6개월 갔다 왔다고 한다. 안식년이란 지적 노동을 하는 교수들이 6년 동안 근무하고 재충전을 위해 1년간 쉬는 제도이다. 그러나 S대학 총장은 안식년을 교수들에게 주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불가에서는 ‘묵언수행([默言修行)’이 있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하는 참선을 말하는 것이지요. 말함으로써 짓는 온갖 죄업을 짓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정화하기 위함입니다. 세상은 참으로 시끄럽습니다.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알림 소리, 자동차 경적, 사람들의 목소리가 우리의 귀를 괴롭히지요. 이러한 소음공해 속에서 우리는 정작 중요한 소리를 놓치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침묵은 단순한 소리의 부재가 아닙니다. 때로는 침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나 고독을 의미하기도 하고, 깊은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사치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필요하지요. 침묵의 시간은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도록 도와주니까요. 침묵은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을 제공합니다.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지요. 명상이나 요가와 같은 활동은 침묵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말이 없다고 해서 소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 열하일기를 따라서, 답사 10일 차 일자 : 2025년 4월 28일(월요일) 북경공항으로 이동하여, 북경 출발~인천 도착 (10:40~13:50) 예정인 아시아나 항공 OZ332편은 관제탑 지시로 기내에서 80분을 대기한 끝에 12시 5분에 출발하여 14시 40분에 인천제1국제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답사단이 10일 동안의 강행군으로 2,390km를 달렸습니다. 단동부터 흥성고성까지는 국도로 이동했습니다. 작은 마을을 통과하다 보니 오토바이, 승용차, 농기계, 자전거, 개, 사람의 무단횡단 등으로 무질서하게 뒤엉켜 급정거와 서행을 반복하며 일정이 늦어졌고, 이후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달려도 날마다 밤 9시가 넘어서야 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버스로 이동하여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창대와 장복은 5달 동안 7,620리(3,048km) 길을 짚신 신고 걸었으니,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암의 예리한 관찰력과 시대를 앞선 기록 정신에 깊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실학을 통하여 청나라가 받아들인 서양의 과학기술과 선진 문물, 종교까지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소개되어, 새로운 문화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우리 고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전번에 소개한 일본인 스나가(須永)는 김옥균의 진정한 친구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옥균은 절해 고도 오가사와라 섬에서 인편으로 스나가에게 붓글씨를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곁들였다. 「小笠原島夏日、為試病腕、寄贈知我者」(오가사와라 섬에서 여름날, 병든 팔을 시험해보기 위해 ‘나를 아는 이’에게 보낸다.) 김옥균은 스나가를 ‘나를 아는 이’이라는 뜻의 ‘知我者’(아지자)라 불렀다. 이 말은 원래 중국의 고전 《시경(詩経)》에 나오는 것인데 시경에는 이 단어에 이어서 「謂我心憂」(위아심우: 내 마음을 걱정하다)가 나온다. 스나가의 일기에는 오가사와라 고도에서 보낸 김옥균의 고통이 담겨 있다. 김옥균을 방문하고 돌아온 유혁로가 전해준 김옥균의 실황이다. “위장병과 류마티즘은 아직 낫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배앓이까지 앓고 있답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개미와 독충, 뱀의 습격을 받습니다. 극히 쇠약하여 안색이 초쵀하고 몸은 말랐습니다… ” 스나가는 1888년 10월 13일 치 일기에 츠지 카쿠자부로(辻覚三郎)의 사망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누구길래? 바로 김옥균이 혁명에 실패한 뒤 제물포에서 일본배 치토세 마루호(千歳丸)를 탔을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며칠 뒤면 우리 겨레의 가장 큰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올해는 한가위 연휴가 길일뿐더러 중간 10일(금요일)에 연차를 내면 열흘을 쉴 수 있다고 좋아들 한다. 이렇게 연휴가 길다 보니 호기를 놓칠세라 모두 가방을 둘러메고 여행을 떠난다. 때를 맞이한 듯 여행업계는 호황을 맞이했고, 나라 밖 항공권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국내 주요 관광지의 숙소 또한 방 잡기 어렵다. 사람들은 긴 연휴를 맞아 맛집 찾아 즐기고 여행할 꿈에 젖어 있다. 그런데 문득 질문이 생긴다. “한가위라는 명분 아래 나라가 국민에게 긴 휴일을 허락한 참뜻은 무엇일까?”, “단순한 휴식과 유흥에 있는 것일까?“ 그 물음에 답하기 전에, 올 초 필자가 부탄의 전통 명절을 취재하던 중 한국의 전통 명절인 설과 한가위가 부탄과 유사한 점을 발견하고 이번 한가위 명절을 기해 한국과 부탄 명절을 비교하면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부탄은 전통문화를 삶의 중심에 두고 오랜 세월 동안 소중히 지켜온 나라다. 특히 두메 마을에 가보면 수백 년 전의 환경과 정서가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유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이 근대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전통이 빠르게 약화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정보와 소리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뉴스, 누리소통망(SNS), 대화, 광고 등 온갖 종류의 메시지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고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들지요.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짜 뉴스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됩니다. 과장된 정보는 진실처럼 포장되어 우리의 눈과 귀를 속이지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붐을 타고 동영상을 왜곡하기도 하고, 음성을 모방하기도 합니다. 가짜가 더 진짜 같고 진짜가 더 가짜 같은 이상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아동 성매매와 관련되어 있다는 가짜 뉴스가 미국을 몰아친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진실은 밝혀졌지만, 그사이에 선량한 유권자들이 판단에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됩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과장된 정보와 치료제에 대한 허위 정보가 온라인에 도배되었지요.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지 사람들은 공황에 빠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헛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우린 때때로 진심을 말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기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미국 침례교, 특히 남침례교에는 경건한 신자들이 많습니다. 노예들을 이용하여 목화나 사탕수수의 대농장을 경영하던 경건한 침례교인들은 주일이면 말쑥하게 데려 입은 옷을 입고 교회로 갑니다. 그리고 하느님에게 신실한 기도를 올립니다. 이렇게 경건하고 신실한 그들은 흑인 노예들을 부리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나요? 예! 많은 농장주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흑인은 하느님의 자녀가 아니라고 생각하였고, 노예들에게는 구원해야 할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유색가축’을 기른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느님은 그런 하느님이 아닙니다. 이들은 성경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성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종의 멍에를 메고 있는 사람은 자기 주인을 아주 존경할 분으로 여겨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야, 하느님의 이름과 우리의 가르침에 욕이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신도인 주인을 섬기는 종들은, 그 주인이 신도라고 해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주인을 더 잘 섬겨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섬김에서 이익을 얻는 이들이 동료 신도요,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