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푸나무: 풀과 나무를 아울러 이르는 말 보기월) 비가 내려서 푸나무가 더 무럭무럭 자랄 것입니다. 하늘이 유난히 더 맑아 보이는 아침입니다. 숨을 쉬기도 한결 나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빗방울인지 이슬인지 모를 듯한 물방울을 얹고 있는 풀잎, 꽃잎도 짜장 밝아 보였습니다. 어제 많이 내릴 것 같지 않았던 비가 제법 많이 내렸습니다. 메말라 있던 온 나라에 단비가 되었을 거라 믿습니다. 비가 내려서 푸나무가 더 무럭무럭 자랄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푸나무'는 '푸+나무'의 짜임으로 된 말이고 '푸'는 '풀'에서 'ㄹ'이 떨어진 말로 '초목(草木)'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입니다. '푸나무'가 들어간 말로 '푸나무서리'가 있는데 '풀과 나무가 많이 자라서 (무성하게) 우거진 사이'를 뜻하는 말이랍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시멘트 정글 속, 잊힌 삶의 터전 동식물의 터전인 자연에 시멘트를 바른 것은 인간입니다. 지구는 인간만의 터전이 아닌데 말이죠. 길을 걷다가 깨어진 아스팔트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노란 민들레를 봅니다. 그 경이로운 생명력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좁고 아슬아슬한 공간에 뿌리를 내린 건 민들레의 잘못만은 아닐 겁니다. 태초에 인류는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얻고 살았습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풍요로운 먹거리는 자연이 인류에게 베푼 선물이었지요.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숲은 베어지고, 강은 오염되고, 땅은 훼손됩니다. 문제는 그것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지요. 그 결과,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했고, 지구는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과연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가?" 인류의 삶을 되짚어보며 이 질문을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높은 산에 올라 문명화된 도시를 내려다보면 온통 콘크리트 천국입니다. 이렇게 시멘트로 뒤덮인 도시는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자연과의 단절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콘크리트 도시는 인간을 고립시키고, 도시의 소음은 자연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북대서양에는 아조레스(Azores)군도가 있다. 이 섬은 어떤 대륙으로부터도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가장 가까운 포르투갈의 로카(Roca) 곶과는 830km, 아프리카의 가장 가까운 곳은 900km 이상, 아메리카 대륙의 가장 가까운 곳인 뉴펀들란드의 레이스(Race) 곶 까지는 1,0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이 섬을 1883년 12월 조선인들이 방문한 사실이 동행한 미국 해군 소위 조지 포크(George Foulk)의 부모님 전 상서에 기록되어 있다. (전회 글 참고). 12월 24일 밤 11시 조지 포크가 트렌턴호 선상에서 쓴 부모님 전 상서의 일부를 여기 번역하여 공개한다. 트렌터호가 12월 1일 낮 11시에 출항했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순탄하게 바다로 나아가는가 싶었는데 이 계절 대서양이 늘 그렇듯이 악천후를 만났습니다. 증기와 돛을 겸용하는 우리 배는 등 쪽에 강풍을 받으면서 놀라운 속도로 이틀 동안 달렸습니다. 그런 다음 돛만으로 만류(灣流)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3일과 4일 험한 날씨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배가 덜컹대며 요동칩니다. 우리는 갑판 아래 깜깜한 곳에 몸을 납짝 엎드립니다. 총포 더미와 보트에 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꽃잠 꽃잠: 깊이 든 잠≒귀잠, 속잠 보기월)'꽃잠'은 '숙면'을 갈음해 쓸 수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여러분 꽃잠 주무셨는지요? 저는 요즘 꽃잠을 자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모두 날마다 꽃잠을 주무시기를 바라고 빕니다. '꽂잠'은 깊이 든 잠을 뜻하는 말로 '귀잠', '속잠'과 비슷한 말입니다. 그리고 '꽃잠'은 '숙면(熟眠)'을 갈음해 쓸 수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또 '꽃잠'은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을 가리킬 때도 쓴다는 것을 덤으로 알려드립니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 장의 사진에 나의 시선이 꽂혔다. 붉은색 천 조각을 기어서 만든 장삼 차림의 한 스님이 활짝 웃는 모습이다. 입가의 미소가 입술 끝을 한껏 끌어 올렸고 두 눈초리는 초승달처럼 휘어서 반대로 아래로 있다. 누가 봐도 웃는 얼굴이요, 온몸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주부터 어제까지 서울에서 열린 한 사진전에서 만난 정말 티 없이 맑고 순수한 멋진 웃음이다. 사진 설명은 '가섭의 미소'라고 했다. 전라남도 고흥 능가사라는 절의 응진전에 있는 16나한 가운데 한 명이다. 가섭은 누구인가? 바로 부처님의 '염화시중(拈華示衆) 의 미소'의 주인공이 아닌가? 2,600여 년 전, 어느 날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시다가, 문득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연꽃 한 송이를 들어서 설법을 듣고 있던 대중에게 들어 보였다. 이는 연꽃을 보여줌으로써 말을 넘어서는 깨달음의 의미를 대신 전하고자 한 것인데, 그 자리에는 수많은 대중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지만, 오직 가섭 존자만이 연꽃을 들어 올린 부처님의 뜻을 이해하고 빙긋이 웃어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부처님도 빙긋이 웃음을 보이며 가섭존자를 자신의 앞으로 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청록파를 기리며 푸른 사슴들 어디로 갔을까 (돌) 타는 저녁놀 강나루 건너서 (빛) 숲은 불타고 산길 무너지니 (달) 마음 나루에 맴도는 시어들 (초) ... 25.4.10.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한국 현대시사를 말하면서 청록파 세 시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이들 세 시인의 위상은 우리 현대시의 큰 산맥 같아서 지금도 그 줄기가 굳건한 것 같다. 왜 청록파인가. 오늘날 같은 혼란과 갈등의 시기일수록 우리의 정신적 내면적인 정체성을 떠올리며, 먼저 간 세 시인의 시와 그 삶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뒤의 사회적 대혼란 속에서도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바탕으로 정신적 내면적 안정과 정화를 추구하며 우리 고유의 맑고 밝은 시학을 구현해 준 고마운 시인들이었다. 세 시인은 서로 이질적인 시세계를 추구하면서도 늘 화합하는 삶을 보여준 점도 주목하고 싶다. 그들은 각기 불교, 기독교, 선도, 샤머니즘 등으로 뚜렷이 종교적 철학적 배경이 달랐음에도 늘 서로 화합하고 격려하며 자기 세계를 확립해 간 점은 우리 불한시사 역시 여러모로 본보기로 삼고 싶다. (옥광) • 불한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는 삼인칭이다. 실록에 나오는 역사는 사관이 제3자의 시각으로 써 내려간 역사다. 주인공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사관이 보고 판단하여 해석을 덧붙인 기록이다. 자연히 실제 인물의 의도나 생각과는 다른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은이 김응규가 쓴 일인칭 역사서, 《내가, 그다》는 ‘일인칭으로 읽는 조선 역사’라는 부제답게 역사 속 인물을 각자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태종, 정도전, 원경왕후, 단종, 조광조, 중종, 광해군, 소현세자, 사도세자, 정조까지 열 명의 인물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확실히 일인칭으로 보는 역사는 박진감이 넘친다. 속마음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비록 어느 정도 허구가 필연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소설식 구조이긴 하지만, 그만큼 어떤 마음으로 역사적 인물이 행동했을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인물 열 명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지만, 최근 사극으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원경왕후의 이야기가 특히 눈길을 끈다. 원경왕후와 태종 이방원은 조선판 ‘부부의 세계’라 할 만큼 애증으로 점철된 세월을 보냈다. (p.61) 1382년, 혼기를 넘었음에도 불안은 없었다. 평균 15세면 결혼하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에 대해 살펴볼 때, AI가 셀룰러 감옥 얘기를 하니, 셀룰러 감옥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네요. 영국은 세포이 항쟁에서 많은 인도인들을 체포하여 인도에서 격리시키기 위하여 안다만섬으로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안다만섬에 수용된 인도인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수감될 감옥을 짓게 하였으니, 그 감옥이 셀룰러 감옥입니다. 영국은 중앙의 감시탑에서 바큇살처럼 뻗어나가는 감옥을 지었는데, 이렇게 지으면 중앙의 감시탑에서 모든 수감자들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셀룰러 감옥은 탈옥할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감옥으로 악명을 떨쳤다고 합니다. 셀룰러 감옥이 이런 형태로 지어졌다고 하니, 판옵티콘이 생각납니다. 그리스어로 ‘판(pan)’은 ‘모두’라는 뜻이고, ‘옵티콘(opticon)’은 ‘보다’라는 뜻인데,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처음 이런 형태의 교도소를 제안하였습니다. 벤담은 이런 교도소를 지으면 최소 인력으로 최대 감시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공리주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지요. 그리하여 벤담은 프랑스 정부에 판옵티콘 감옥을 제안하면서 자신이 간수로 나서겠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급여도 받지 않겠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살다가 1년 전에 학교 후문 근처로 이사를 왔다. 큰아들이 작년에 K 교수가 근무하는 S대에 입학하였다. K 교수는 통학 시간도 줄이고 전원생활도 즐길 겸 학교 근처 농촌 마을로 이사 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으면 20분, 자전거로는 6분, 차로는 3분 거리였다. 시골 마을에는 버스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는 이제 아내 차지가 되었다. K 교수는 비가 오지 않으면 걸어서 학교에 가고 걸어서 집에 온다. 다른 교수들은 그러한 K 교수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전원생활은 평화롭고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재미있었다. 아내도 전원생활에 만족하였고, 아이들도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였다. 모든 것이 평범하고 순탄한 삶이었다. 그러나 전원생활은 도시 생활과 견주면 단조롭고 약간은 지루하였다. 남자의 삶이 지루해질 때 사건이 발생하는 법이다. 그날은 야간 수업이 있는 목요일이었다. 야간 수업이 끝난 후 밤 10시쯤에 K 교수는 자기가 쓴 수필집 앞 간지에 두 줄로 ‘K 사장님에게 저자 드림’이라고 써서 봉투에 넣었다. 그러고는 늦은 밤에 차를 몰아 미녀식당으로 향하였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예상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2025년 5월 1일 <지도 포럼 창립 총회>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나는 그 날의 세미나에서 강리도(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 1402년 조선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에 대해 발표하고 싶다고 자청하였다. 까닭이 있다. 최근에 구한 미의회도서관의 자료에서 북대서양의 아조레스섬(Azores)을 조선인이 1883년 12월 어느날 방문한 기록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조선인이 쓴 것이 아니고 동행한 미국인 조지 포크(George Foulk) 소위가 쓴 것이다. 1883년 12월 1일 조선인 3인과 함께 미군함 트렌턴호(Trenton)에 몸을 싣고 뉴욕항을 출항한 조지 포크가 조선인들과 함께 악천후로 죽을 고생을 한 뒤 지브롤타로 향하고 있던 중에 부모님 전 상서를 썼다(위 편지). 여기에서 그는 며칠 전의 아조레스 방문에 대해 적었다. 그 내용이 매우 여실하여 인문지리학자의 보고서로서 손색이 없는 것 같다. “…… 11일(1883.12.11) 우리는 다시 돌풍을 만나 밤새 악전고투했습니다. 자정께 큰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12일 날이 밝자 돌풍은 사라지고 날씨가 좀 좋아졌습니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