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거짓말'은 왜 하는 것일까? 거짓말의 첫걸음은 스스로를 지켜서 살아남으려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는 모든 것은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를 지켜서 살아남으려고 안간 힘을 다한다. 그런 안간힘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마땅한 길을 찾아 익히며 살아남는다. 거짓말은 사람이 스스로를 지켜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다하며 찾아낸 속임수 가운데 맨 첫걸음이다. 사람은 세상으로부터 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때에 무엇보다 먼저 거짓말을 방패로 삼는다. 세상이 저를 못살게 군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사람은 맨 먼저 거짓말이라는 속임수로 스스로 지키려 든다. 이러한 것은 말을 마음대로 하고 들을 수 있으며 집 밖에 나가서 이웃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이 무섭다는 것을 배우는 때, 곧 너덧 살 때부터 비롯한다. 그러나 거짓말은 이런 첫걸음에서 그치지 않는다. 거짓말의 둘째 걸음은 속임수가 먹혀들어 갔을 적에 돌아오는 야릇한 기쁨을 맛보려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나 참기 어려운 괴로움에 빠져 헤어날 길이 없을 적에, 세 치 혀로만 내뱉는 손쉬운 거짓말 한마디로 거뜬히 거기서 벗어 나면 그때 돌아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는 쉬지 않고 태양 주위를 돌고 세월은 계속 흘러갔다. 어제는 처음으로 산수유가 핀 걸 보았다.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오면서 꽃이 피는 순서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겨울에도 동백꽃을 볼 수 있지만 중부지방에서는 동백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중부지방에서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꽃은 어름새꽃(복수초)이다. 어름새꽃은 나무가 아니고 풀인데,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아니다. 어름새꽃은 키가 아주 작고 꽃잎은 노란색인데, 겨울의 끝자락에 눈이 녹을 무렵 눈 속에서도 피어난다. 어름새꽃에 이어 매화가 핀다. 매화는 눈 쌓인 가지에서도 피어서 설중매라는 말도 있지만 김 교수가 사는 서울에서는 흔하지 않다. 춘분 무렵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에 가면 하얗게 핀 매화꽃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약간 푸른 빛이 도는 청매화도 매화마을에는 많이 있다. 봄이 되어 산에 가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꽃이 생강나무다. 작은 노란색 꽃이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달려있다. 아직 다른 나무들은 헐벗은 상태로 있고 나뭇잎이 나오기 전이라서 노란 꽃이 핀 생강나무는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생강나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생강나무 꽃과 비슷하게 산수유가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 11일 차, 2024년 5월 18일, 토요일(전용 버스) 숙박 : 야커쑤 阿克苏华龙酒店 0997-6755999 기온 : 17°~35°(황사), 3시간 시차 이동 거리 : 305km 도로 물청소 차량이 다니고, 전기차가 많이 보인다. 일반도로 좌우로 나무를 심었는데 미루나무가 주종으로 밭을 만들어 물을 대고 5줄로 심었다. 큰 나무는 15~20m 정도 자랐고 나무와 나무 사이로 밭을 경작하고 사막의 바람과 먼지를 막아준다. 오아시스를 만드는 노력이 대단하다. 키질천불동 입장권을 사고 굴로 들어 가는데 입구 계단 아래에서 직원들이 물과 카메라를 못 가지고 가게 한다. 슬기말틀(스마트폰)은 입장이 가능한데, 카메라를 보관소에 맡기고 들어가라고 한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취한 조치인데. 참 어이없다. 카메라를 따로 보관하라니, 도록을 팔기 위하여 카메라를 압수하다니…. 참 어이없다. 후진국을 면하지 못하는 행위이다. 기분이 나빠서 도록을 사지 않았다. ○ 키질천불동(克孜尔千佛洞 17굴 벽화) : 구마라습(鳩摩羅什, 344~413년) 인도의 승려로 구자국에서 대승교 포교 활동을 벌였다. 인도말로 된 경전을 중국어로 번역한 ‘색즉시공 공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가시버시'는 요즘 널리 쓰이지 않는 낱말이다. 그런데 누리집에 가 보면 이것을 두고 말들이 없지 않다. 우리 토박이말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주 쓰지 않는 토박이말이 이야깃거리가 되어서 그런가 보다. 이것은 참으로 반가운 노릇이다. 그런데 누리집에서 오가는 말들이 국어사전의 풀이 때문에 큰 잘못으로 빠지는 듯하다. 낱말의 뜻을 국어사전이 잘못 풀이하면, 그것은 법률의 뜻을 대법원이 잘못 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잡을 길이 없다. 그런데 '가시버시가 바로 그런 꼴이 되어 있다. 말이니 하는 것부터 잘못 짚은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는 상스러운 말과 점잖은 말을 가려 써야 한다는 가르침을 줄곧 받았고, 두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속되다', '낮잡다'는 것은 곧 상스럽다는 뜻임이 틀림없다. 그러니까 '부부'는 점잖은 말이거나 적어도 여느 말인데, '가시버시'는 그것을 속되게 이르거나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참으로 커다란 우리네 마음의 병집이 감추어져 있다. 국어사전이나 국어 교사가 점잖은 말이니 부지런히 익혀 쓰라고 가르치는 낱말은 모조리 중국에서 들여온 한자말이고, 속되고 낮잡고 상스러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너무 심각한 이야기만 하니 술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김 교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하여 미스 최에게 보스에서 친구를 사귀었느냐고 물었다. 보스에는 3총사가 있단다. 현주하고 미경이하고 자기가 손님들이 자주 찾는 세 사람이란다. 현주는 고등학교 교사인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집안이 기울고,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하여 이곳에 나온 아가씨다.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성격도 좋고 예절도 바르고, 또 미인이란다. 그래서 제일 먼저 17평 아파트를 장만하여 자기가 속으로 매우 부러워하였단다. 그러면서 내가 집을 사면 17평보다는 큰 집을 사리라 결심했는데, 이번에 산 연립이 18평이라면서 웃는다. 여자들은 별걸 다 비교하고 질투를 하는가 보다. 미경이는 다른 곳에 있다가 1년 전에 이곳으로 왔는데, 미인인 데다가 남을 잘 도와주는 성격이란다. 세 사람 가운데 나이가 제일 많아서 말하자면 언니로서 인생 상담도 해 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데, 정작 자기는 돈을 모으지 못하고 옷 사는데 돈을 다 써버린다고 한다. 미경이는 예쁜 옷을 보면 값이 얼마이든지 꼭 사야만 직성이 풀리는 못 말리는 성격이 있어서 문제란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음식을 오행으로 구분하는 목적은 음식으로 모자라는 기운을 보충하고 넘치는 기운을 중화도 하여 인체 오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접근은 기의 순환이 정상적인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순환이 여의찮은 경우의 식단은 다음 절에서 서술하였다) 음식의 오행은 맛이나 색, 음식의 특성 등을 참고하여 가 결정하고 이어 직접 임상(臨床)한 결과로 재확인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다. 약성이 확인되지 않은 음식을 임상시험 한다는 것이 꺼림직하나 음식은 약성이 강하지 않음으로 실행 상 큰 문제를 수반하지 않는다. 아래의 표는 이런 방식으로 그 음식이 대표하는 오행을 정리해 본 것이다. 이는 현대 약학적 측면에서 볼 때 그 신뢰성이 문제 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문제는 음식의 오행 이전에 오행 자체를 약학적으로 정의하는 큰 작업과 병행되어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 글이 오행 식단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입문편의 주제 구성상 매우 어색한 일이라 상기 종래의 방식으로 그간 정리해 온 자료를 공개한다. 이 표는 식단의 큰 구분을 파악하는 용도로 참고 하기 바란다. ※ 다음 연재는 ‘ 10절 기 분리 대응 식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할말’과 ‘못할말’은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국어사전에 올라야 마땅한 낱말이다. 왜냐하면 우리 겨레가 오래도록 입말로 널리 썼을 뿐만 아니라, 말살이의 종요로운 가늠으로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할말’과 ‘못할말’이 가려지는 잣대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을 어우르는 사랑’이다. 그것에 맞으면 ‘할말’이고, 어긋나면 ‘못할말’이다. ‘사람을 어우르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동아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곳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얽히고설켜서 겨루고 다투고 싸우기 마련이다. 그런 겨룸과 다툼과 싸움에는 사랑과 미움이 또한 얽히고설키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서로 사랑하며 마음이 맞으면 모여서 어우러지고, 서로 미워하며 마음이 어긋나면 갈라서고 흩어진다. 이럴 때 사람의 한마디 말이 멀쩡하던 사이를 갈라놓기도 하고, 갈라진 사이를 다시 어우르기도 한다.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말이 ‘못할말’이고, 사람 사이를 어우르는 말이 ‘할말’이다. 삶의 동아리에서 사람들이 어우러져 하나를 이루는 것보다 더 값진 노릇은 없다. 그 때문에 말살이에서 ‘할말’과 ‘못할말’을 가리는 일보다 더 무겁고 어려운 것은 없다. 비록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택시 기사 아저씨 말에 따르면 최근에 팔당댐 상류 경치 좋은 곳에 카페와 러브호텔이 많이 들어섰다고 한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하여 이국풍으로 화려하게 실내장식을 하고, 벽에는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황토를 바른 집도 있다. 자연미를 살리기 위하여 통나무로 집을 짓기도 하고, 온갖 기화요초를 가져다가 정원을 꾸민다. 이러한 찻집 겸 음식점이 낮에는 온통 아줌마들로 꽉 찬다고 한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편 직장가고 나면 딱히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유한마담들은 동창끼리, 친구끼리, 교회의 집사님들끼리, 같은 계꾼끼리 몰려다닌다. “누구에게 들었는데, 어디가 분위기가 이색적이고 음식이 맛있다더라. 이번에는 거기 한번 가 보자”라는 식으로 전화하며 몰려다닌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한낮의 고급 음식점에 여자들이 꽉 차 있는데, 유일하게 청일점(靑一點)이 있단다. 그게 누구냐면, 교회의 목사님이라고 한다. 낮시간의 교회 모임에는 모두 여자들이 나올 테니까, 말이 된다. 아, 목사님은 좋겠네요. 맨날 예쁜 아줌마들 사이에 끼어 분위기 좋고 경치 좋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즐기니까. (이 시절은 외환위기-IMF 전이었다.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 파랗다 :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새싹과 같이 밝고 선명하게 푸르다. · 푸르다 :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 - 《표준국어대사전》 ‘파랗다’와 ‘푸르다’가 헷갈린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1924년에 나온 윤극영의 노래 <반달>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하고 나간다. 이때 벌써 하늘을 ‘푸르다’라고 했다는 소리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도 ‘파랗다’를 곧장 ‘푸르다’라고 풀이한 것이다. 또 ‘푸르다’는 ‘파랗다’를 풀이한 그 소리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고 있음을 알겠다. 그러나 ‘파랗다’의 풀이에서는 ‘맑은 가을 하늘’까지만 맞다. 바다도 ‘깊은 바다’는 아니고 얕은 바다라야 ‘파랗다’라고 할 수 있다. 깊은 바다라면 ‘새파랗다’ 아니면 ‘시퍼렇다’라고 해야 한다. ‘푸르다’의 풀이에서는 ‘풀의 빛깔과 같이’만 맞다. 그래서 ‘파랗다’의 풀이에 ‘새싹과 같이’는 ‘푸르다’ 쪽으로 옮겨 써야 하고, 마찬가지로 ‘푸르다’의 풀이에 쓰인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는 ‘파랗다’ 쪽에서만 써야 마땅한 것이다. 알다시피 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생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진 허균은 29살에 장원 급제를 한 인재였다. 그는 요즘 말로 하면 매우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벼슬길은 파란만장하였으며 결국은 쿠데타 음모로 나이 50살에 사형을 당하였다. 그는 자기가 쓴 책의 주인공인 홍길동처럼 그 시대의 반항아였다. 혀균은 어느 날 가깝게 지내던 기생이 죽자, 세상의 이목을 아랑곳하지 않고 문상하러 갔다고 한다. 사대부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그 뒤에도 또 한 번. 허균은 모친상 동안에 기생과 술잔치를 벌려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허균은 그러한 비난에 대해 위축되거나 변명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인간적인 선언을 하였다. “남녀 사이의 정욕은 하늘이 내려 주신 것이고, 인륜과 기강을 분별하는 지식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하늘은 성인보다도 한 등급이나 더 높고 위엄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따를지언정 (정욕보다 인륜을 앞세우는) 성인의 가르침을 반드시 따르지는 않겠다.” 지금 시대의 기준으로 보아도 허균의 생각은 매우 파격적이다. 그렇지만 김 교수는 허균처럼 시대의 반항아가 될 용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