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아버지와 마지막여행이 되어버린 제주도는 비가 계속 내렸다. 구순이 넘은 나이의 노인이 이곳저곳을 다니기엔 참 어려운 날씨였다. 그 와중에도 아버지는 파도가 일렁거리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셨다. 아버지와 묵는 호텔의 뒤편엔 새파랗게 펼쳐진 녹차밭이 보이고 앞으로는 멀리 제주도 남쪽바다와 대정읍, 그리고 <산방산>이 보이는 중산간 부근에 자리 잡은 호텔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바다가 아쉬우셨던지, 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파도치는 바다를 보고 싶다고 계속 말씀하셨다. “바다는 파도가 쳐야 보는 맛이 있지...” 송악산... 제주 <산방산> 근처에 산이라고 하기엔 그저 아담하게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 있는데, 그 아래쪽 바다가 그나마 숙소에서 멀지 않아 보이기에 차로 모셔다드렸다. 겨울용 중절모와 패딩에 목도리를 하고, 그날따라 유난히 파도가 더 거세게 몰려오는 제주의 남쪽바다는 아마도 당신이 한국전쟁 때 배로 이곳 제주에 오시던 그 날의 파도가 생각나는지 자꾸만 자꾸만 뭐라고 중얼거리셨다. “아부지... 노래 하나 하세요...” 나는 노래를 유난히 좋아하시는 아버지께 가슴에 갑갑하게 갇혀있는 무언가를 뱉어낼 수 있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멋지게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강화하여 더욱 알차게 준비한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을 통해서 널리 알리는 중이다. 출발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점차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글귀도 끌어내고, 다양하고 자유롭게 표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누리소통망에서 “#swu안녕하세요”, “#helloswu”, "한글예술"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말) ▶ <헬로, 안녕하세요 1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 20년 4월 12일 중시(重試)가 있었다. 33명이 합격했는데 그 중 하위지(河緯地)가 27살의 나이로 장원을 차지했다. 시험 과제는 ‘국정에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내라는 것’이었는데 하위지는 임금과 언관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을 적어냈다. 그러자 조정과 신료들 사이에 소용돌이가 일었다. 대사헌 안숭선ㆍ이승손ㆍ강진덕 등 10여 명의 사헌부 대간들이 사직을 청하게 되었다. 하위지의 간언 먼저 대사헌 안숭선(安崇善)이 사직하여 말하기를, "신이 본시 유약한 힘으로 중임(重任)을 맡고서 스스로 맞지 않음을 헤아리고 부끄럽던 차에 탄핵을 당하였으니, 그 죄를 달게받고 물러남을 편하게 생각하였사온데, 그대로 본직에 돌아가게 하시니 근일에 와서는 몸과 기운이 파리하고 피곤하며, 바라옵건대, 직무를 해면케 하시고 한산한 곳에 버려두시어 온전히 의약의 치료나 받게 하옵시면, 성은에 보답도록 하겠나이다." 다시 집의(執義) 이승손(李承孫)이 사직하여 말하기를, "청하옵건대, 신의 직임을 해면하여 주시옵소서." 하고, 장령 강진덕(姜進德)ㆍ지평 민건(閔騫), 그리고 우사간 임종선(任從善) 등이 역시 글을 올려 사직하며, 아뢰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강 따라서 조금 가니 차단기로 길을 막아놓았다. 나는 답사 날 며칠 전에 제4구간을 사전 답사한 적이 있다. 차를 타고 여기까지 와서 길을 조사하였다. 지도상으로는 길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멀리서 보기에 차단기 건너 산 밑으로 길이 있어 보였다. 그때 마침 하일교 부근에서 산불감시원을 만났다. 그는 이곳 토박이였다. 그에게 물어보니 차단기를 넘어서 걸어가면 옛날 길이 나 있어서 다수대교까지 연결된다고 한다. 중간에 바위동굴이 나타나는데, 사람이 다닐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차단기 앞에서 일행에게 설명한 뒤 내가 먼저 차단기를 넘어갔다. 모두 뒤따라왔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일행이 있어서 나는 무섭다기보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인적이 없이 낯선 길은 낡은 시멘트 길이었다. 바위가 부서져 내린 곳도 있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작년에 무성했던 잡풀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시덤불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통행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았다. 가는 중간에 괭이눈 군락지가 나타났다. 씨앗 모양이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들꽃이다. 이 길을 계속 가면 다수대교까지 연결되는데, 하일교에서 다수대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올봄에는 비가 많이 와서 6월 말까지 서늘한 봄이 지속되다 7월 들어 여름이 시작되는 모양새이다. 이제 시작된 장마가 지나면 불볕더위의 여름이 예상되는데 이런 여름에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불볕더위를 맞이한다면 힘겨운 여름이 될 것이다. 여름에 더위를 몸이 견디지 못할 때 “더위를 먹었다”라고 하고 질병명으로는 ‘일사병’과 ‘열사병’이 있다. 1. 더위를 먹었을 때 생기는 증상들 일사병은 더운 공기와 강한 햇볕을 받고서 우리 몸이 체온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땀이 많이 나다가 가슴이 답답해지고 어지럽다가 이러한 상황이 조절이 안 되면 두통, 피로,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여기까지는 적절한 외부의 온도조절, 시원한 물이나 이온음료 등을 마시면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인데, 더 심각해지면 근육통, 저혈압, 빈맥(맥박의 횟수가 정상보다 많은 경우), 실신, 정신이상 등 특이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더위를 먹었을 때 드러나는 증상 ① 평소보다 더워하거나 땀을 지나치게 흘린다. ② 가슴이 답답하거나 갈증이 난다. ③ 기운이 달리고 움직이기 싫다 ④ 입맛이 없어지거나 속이 메스껍다. ⑤정신이 맑지 않고 머리가 아프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멋지게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강화하여 더욱 알차게 준비한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을 통해서 널리 알리는 중이다. 출발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점차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글귀도 끌어내고, 다양하고 자유롭게 표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누리소통망에서 “#swu안녕하세요”, “#helloswu”, "한글예술"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말) ▶ <헬로, 안녕하세요 9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정자에서 바라보면 강 건너에 근사해 보이는 집들이 모여 있다. 이것은 ㈜선라이즈클럽밸리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펜션 단지이다. 이곳에는 18평형부터 45평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펜션이 있어서 여름에 가족단위 피서지로 인기라고 한다. 이 펜션 단지에 건너가기 위해서 무릉교라는 이름의 다리가 만들어져 있다. 강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니 길 왼편에 물고기 모양의 길 안내판이 나온다. 자세히 보니 쏘가리라고 쓰여 있다. 물고기 등지느러미가 뾰족한 것을 보니 쏘가리가 맞을 것 같다. 안내판에는 농원과 펜션들의 이름과 방향 그리고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안내판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뇌운리이다. 뇌운계곡은 뇌운리 앞으로 평창강이 흐르는 7km 구간을 말한다. 뇌운리는 《조선지지》에 ‘雷雲里’라고 하였다. 마을 가운데에 용산(龍山)이라는 작은 산이 있는데, 용처럼 생겼다. 조선 세조 때 새로 임명된 강릉부사가 부임하다가 문재(필자 주: 횡성군 안흥면에서 방림면 운교리로 넘어가는 높은 재. 지금은 문재터널이 있다.)에 이를 무렵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부사 일행은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세상에 귀하고 귀한 것 중에 그 으뜸은 사람이며 사랑이다. 귀한 인연으로 만났던 사람들, 또 내가 본받고 싶었던 사람들, 이름 없는 꽃처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향기롭고 빛나는 사람들, 또 화제가 되었던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분들이 소중히 했던 가치를 내 삶의 길라잡이로 하여 그들을 따르고 닮아 가려고 노력하며 시를 써왔다. 어떤 분은 나에게 ‘할아버지가 산부인과 의사는 어찌 알았노?’ 하고 묻는다 오래전 내가 만들던 잡지에 우리 시대를 이끌어가는 명사들의 말씀이나 읽을 만한 글을 게재함으로 여유로운 삶으로 이끌어 가려는 편집자의 맘으로 필진을 찾고 있을 때 다른 잡지에 실린 글을 읽고 원고 청탁차 산부인과를 찾았다. 부부의 성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치면서 일반인 들은 함부로 할 수도 없고 하기 어려운 말을 거침없이 재미있게 말한다. 꾸밈없이 부끄럽지 않게 전달하는 성지식은 놀랍도록 재미가 있어 내가 만들고 있던 잡지에 필진으로 초대하여 여러 해 동안 글을 쓴 인기 필진이었다. 결혼한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행복한 모습을 먼저 자녀들에게 보여주자고 한다. 결혼을 기피 하는 이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꿈꾸게 하자는 박혜성 원
[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살아남은 아버지의 형제는 삼형제가 전부였다. 아버지보다 서너 살 위에 귀선이라는 이름의 누님이 한 분 계셨는데, 살아 계셨다면 내게는 큰 고모님이 되시는 분이셨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전세가 많이 불리해지자,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을 동남아로 끌고 갔고, 징병으로, 노역으로, 그리고 위안부로 수없이 잡아갔다. 당시 내 고모는 열일곱 살이었는데, 일본의 어느 방직공장에 끌려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시켰는지, 폐 속에, 실 먼지를 가득 넣고서 한국으로 돌아와 숨도 못 쉬고 컥컥거리시며 살다가 스물네 살의 나이로 죽고 말았다. 그 어린 고모가 가지고 온 것은 폐 속의 실 먼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제 겨우 미음이나 먹을 줄 아는 갓난쟁이 어린 딸 하나를 데리고 홀연히 노름꾼 아비와 원한 만 가득한 어미가 사는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부터인가 내 아버지는 할아버지 기일을 없애 버리셨다. 당신의 어머니와 단 사흘 차이 나는 기일을 없애 버리시고, 할머니 기일에 그저 밥 한 그릇 떠 놓으시는 것이 다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 할아버지 제사를 맞아 작은아버지와 사촌들도 다 모였는데, 갑자기 어디로 나가시더니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 몸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생리 작용 중 하나로 발한(發汗)이 있다. 곧 필요할 때 땀을 배출함으로써 체온을 유지하고 나아가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곧 땀이란 남는 체열을 방출하여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어서 대부분 땀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땀 또한 과할 때는 문제가 된다. 땀이 지나치게 배출되는 다한증(多汗症)에는, 덥지 않은 상황에서도 땀이 방출되는 자한증(自汗症)과 자는 중에 과도한 땀의 방출이 이루어지는 도한증(盜汗症)이 있다. 이렇듯 땀이란 체온조절을 위한 ‘적극적인 발한’과 체온조절을 못 하면서 드러나는 ‘이상 발한’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특한 땀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식즉면한(食卽面汗)의 안면 다한증’이다. 곧 밥을 먹으면 얼굴에 땀이 나고 콧물이 나는 증상으로 불편하기도 하고, 지인들과 식사를 하다 보면 민망하기도 하다. 그러나 식후에 드러나는 땀은 대부분 바람직하고 적극적인 생리현상으로 반가운 현상이다. 곧 비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식후에 얼굴에 땀이 나고 콧물이 난다면 코를 한번 풀면 비염 증상이 현격히 개선되고, 피곤하고 머리가 무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