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은 퇴계의 생각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오락가락 멈칫멈칫하다가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우리 주위 전역에 초록의 옷을 입은 봄의 아가씨들이 벌써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퇴계가 이런 정경을 묘사한다. 霧捲春山錦繡明 안개 걷힌 봄 산이 비단처럼 밝은데 珍禽相和百般鳴 진기한 새들은 서로 화답하며 온갖 소리로 우네 幽居更喜無來客 그윽한 곳 요즘은 찾는 손님이 없다 보니 碧草中庭滿意生 푸른 풀이 뜰 안에 마음껏 났구나 1565년 봄 퇴계 이황은 4년 전 완공된 서당에서 봄을 맞으며 서당 앞 정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자신이 머물며 수양과 교육에 진력할 좋은 땅을 구해 5년여 공사기간 끝에 마련한 도산서당의 앞뜰에 봄이 왔음을 시(詩)로 표현해 본 것이다. 퇴계는 봄날의 아침 풍경에 이어 한 낮을 묘사하는 시도 지었다. 庭宇新晴麗景遲 뜨락에는 비 갠 뒤에 고운 볕이 더딘데 花香拍拍襲人衣 꽃향기는 물씬물씬 옷자락에 스미누나 如何四子俱言志 어찌하여 네 제자가 모두 제 뜻 말하는데 聖發咨嗟獨詠歸 시 읊고 돌아옴을 성인이 감탄했나 아침이 한낮으로 바뀌면서 살짝 비가 온 마당에 햇빛이 서서히 들고 있고, 비에 씻긴 풀과 꽃향기가 옷자락에 스며든다는 것이다. 앞 두 줄은 그런 뜻인
- 이동식 인문탐험가
- 2023-04-12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