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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슬기로움, '오우천월(吳牛喘月)' 극복하기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우천월(吳牛喘月)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중국 남쪽 양쯔강 아래는 열대성 기후로 매우 무덥습니다. 그쪽에 오(吳)나라가 있었지요. 오우천월(吳牛喘月), 오나라의 소들은 태양을 보고 괴로워하며 헐떡이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밤에 뜬 달을 보고도 태양으로 착각하고 헐떡이며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곧 한 번 겁을 먹으면 그 공포가 계속 남아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속담에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있으니 한 번 겪은 두려움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 사소한 일에도 과민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감염병이 지구를 강타한 적이 있습니다. 메르스가 사스가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인간 세계를 위협했지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사망에 이르렀으니 질병의 전염을 막고자 사회적으로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 시절 전염병에 걸린 사람은 그 사람이 훌륭하든 그렇지 않던 똑똑하든 그렇지 않든, 착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경멸의 대상이 됩니다.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지요. 오나라 소들이 달을 태양으로 착각했듯이, 우리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때문에 감염된 개인을 향해 불합리한 경멸과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이러한 집단적인 두려움이 우리를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만드는지, 오우천월의 고사가 다시금 가르쳐주는 듯합니다. 오우천월의 교훈은 비단 과거의 전염병 사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오우천월’을 경험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고, 과거의 상처 때문에 타인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며,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한번 학습된 공포나 부정적인 경험이 우리의 이성을 마비 시키고 시야를 좁힌 결과입니다. 진정한 슬기로움은 이러한 내면의 '오우천월'을 인지하고 극복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과거의 두려움이 현재의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마치 밤의 달은 뜨거운 태양이 아님을 깨닫는 것처럼, 우리의 두려움이 실제 현실과 무엇이 다른지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 우리는 지금도 알 수 없는 '달'을 보며 '태양'이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과거의 그림자에 갇혀 새로운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우린 자신을 돌아보고 두려움을 넘어 더 넓고 지혜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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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짝사랑을 오늘로써 '갈무리'합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입니다. 2025년의 마지막 해가 떴고 이 해와 함께 2025년도 저물어갈 것입니다. 저는 오늘, 지난 30년 가까이 이어온 저의 '토박이말 사랑'을 돌아보며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려 합니다. 그동안 저는 "여러분께 이런 토박이말도 있어요." "이 말이 좋으니 써 보세요.", "우리 토박이말을 살리고 지켜야 합니다."라고 끊임없이 외쳤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새로운 단어를 찾아 밥상 위에 올려드리느라 애면글면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러분이 그 밥상을 받을 준비가 되셨는지, 입맛에는 맞으신지 깊이 살피지 못했습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소통이 없는 외침은 그저 소음일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은 어쩌면 저 혼자만의 지독한 '짝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그렇게 이어온 일방적인 짝사랑을 '갈무리'하려 합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갈무리'는 단순히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일의 뒤처리를 잘하여 거두거나, 다음을 위해 잘 정돈하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지난 글에 있었던 낡은 버릇들을 깨끗이 갈무리하고, 새해에는 여러분의 가슴에 닿을 수 있는 새로운 글을 쓰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합니다. 어렵고 딱딱한 사전 속의 말이 아니라, 여러분의 기쁨과 슬픔, 그 찰나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살아있는 토박이말과 함께 오겠습니다. 올 한 해,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짜장 고맙습니다. 내일 아침 2026년의 첫 해가 뜰 때, 확 달라진 '첫 편지'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부디 편안하게 한 해 '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