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의 생명활동은 낮의 활동과 밤 수면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정(精)에서 신(神)으로 가는 과정은 낮의 활동이며 신(神)에서 정(精)으로 가는 과정은 밤의 수면상태다. 이때 이를 조절하면서 중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한방에서 말하는 기(氣)의 작용이다. 이것은 육체적으로는 심장의 혈액순환이며 정서적으로는 마음의 작용이다. 정신(精神)이 정상적으로 순환이 이루어지면 낮의 활동도 왕성하며 밤의 숙면도 깊어지게 된다. 그런데 정신의 순환이 원만하지 못할 때는 이러한 순환을 조절하는 중간 매개자의 역할이 중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양질의 수면은 의식과 무의식의 안정(安定)과 건강한 몸에서 이루어지는 정(精)의 튼실함에서 이루어진다. 반면에 수면이 온전치 못할 때는 이를 조절하는 심장의 튼튼함, 마음의 강약에 따라 불면을 겪거나 숙면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심장, 마음의 총칭을 심(心)이라 했을 때 심(心)의 상황에 따라 수면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면이 불안정해지는 상태, 곧 잠드는 것이 오래 걸리거나 수면 유지가 어렵거나 꿈을 많이 꾸거나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는 현상 등이 드러날 때 이를 도와주는 것도 심(心)이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잘 가소 훌훌 털고 다 잊고 떠나 가소 죄 있다면 이놈의 시상, 여자로 난 게 한 가지 죄요, 서방 복 못 타고난 게 두 번째 죄요, 대 이을 자식 바란 일이 죄라면 세 번째 죈데, 곰곰 생각하니 전부 사내가 엮고 사내가 비튼 여자의 운명이오. 다음 생엔 할멈이 맹글고 뚜르르 울리는 시상에 태어나 정승판서도 해 보고 꽃미남 기방에 불러 꺾고 만지고 빨아도 보소. 미련 둘 무엇도 없는 이승 하직 하구려 객사에 상주 없는 쓸쓸한 장례지만 발상(發喪) 고한 후에 만가(輓歌) 한 줄 지어 읽고 안동포 고운 수의하여 향나무관에 모시리다 < 해설 > 독자 여러분, 이제 슬슬 오광대놀이의 결말이 보입니다. 별사라니, 떠나는 이에게 보내는 노래를 부른다. 여자로 난 죄니 다음 세상에선 팔자나 바꿔 태어나라고, 그것도 마지막 고별사라고 고개 주억거리며 중얼댄다. 이 노래 같지 않은 노래가 혼령 위로하는 만가인가? 행랑에 든 엽전들 모두 긁어모아 안동포 수의 입히면 무엇하나. 향나무 관에 고이 누인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여자의 생이 이리 비극만 있을까. 난봉꾼 남편 만나는 순간, 여자 팔자 이러구 마는 것이지. 이제 곧 발인하여 상여 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들어가는 말: 강원도 태백시 백두대간 근처 깊은 산골에 예수원이라는 수행공동체가 있다. 필자가 50살이었던 2000년에, 나는 심한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해 여름철 어느 날, 나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하여 예수원에 2박 3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의 방문 기록을 우리문화신문 독자들에게 6회에 걸쳐 소개한다. 단, 오해할 독자들이 있을까 봐 사족을 단다. 이 이야기는 종교이야기가 아니다.(글쓴이) 내가 예수원에 대해서 처음 들은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가가 강원도고 장인어른이 태백시 황지 초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으로 근무하신 적이 있어서 아마도 처가에 갔다가 처음 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수원이라고, 태백시 근처 깊은 산속에 성공회 신부(Reuben Archer Torrey III, 한국 이름 대천덕)가 세운 기도의 집이 있는데, 신앙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이 그곳에 가면 안식을 되찾고 온다는 정도로 들은 것 같다. 예수원 사람들은 매우 자유분방한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을 강요하지도 않고, 또 한 가족처럼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때부터 예수원은 한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며칠 전 도자기를 하는 작가의 집을 방문했더니 응접실 나지막한 옛 가구 위 화병 속에서 맑은 매화꽃들이 보시시 웃으며 인사를 한다. 뒤에 걸린 화가의 검은 색 바탕의 그림에 어울려 마치 영창(映窓)에 비치는 듯한 선명한 아름다움을 풍겨준다. 작가의 작업장이 있는 부산 기장 쪽에서 핀 매화란다. 꺾어 와서 작가가 만든 달항아리 옆 화병에 꽂힌 것인데 고결한 자태로 겨우내 잊고 살았던 화신(花信), 곧 꽃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입춘이 지나고 계절이 우수를 넘고 있으니 이제 봄이라 해도 누가 시비하지 못할 때가 되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 살았던 옛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간절히 기다렸다. 이즈음에 추위 속에서도 가장 먼저 피는 매화를 보면서 이어 다른 꽃들이 피는 것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때에는 5일마다 꽃이 피는 것을 보고는 그 꽃을 몰고 오는 것이 바람이라는 생각에 일일이 이름을 붙이며 반겼다는 것이 아닌가? 이름하여 ‘이십사번 화신풍(二十四番 花信風)’, 그것이 줄어서 ‘화신풍(花信風)’이라는 것인데, 양력 1월의 소한에서부터 5일마다 기후가 바뀌고, 그것을 일후(一候)라 계산하면 4월의 곡우까지 4달 120일에 24개의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앞에서 훈민정음은 인간의 말소리를 가장 정확히 그리고 가장 쉽게 표기할 수 있는 글자라 하였습니다. 문자의 목적이 말을 기록하는 것이라면 훈민정음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훈민정음은 문자 발전과정의 끝판왕이라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라틴 알파벳은 소리를 적을 수가 없고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한자는 상형문자의 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세 번째로 많이 쓰이는 아랍문자는 상형문자에서 겨우 한 단계를 발전한 미숙한 문자라 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문자인 데바나가리는 소리를 적지만 여러모로 훈민정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훈민정음 같은 문자를 만들기 위해 오늘날까지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그 얼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시 인류가 힘도 약하고 재빠르지도 못했지만 맹수들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돌도끼나 활 같은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랍니다. 역사가들은 이러한 물건을 만들 때 여럿이 의견을 모아야 했으며 결국 말을 필요로 했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토마스 몰간 교수는 이러한 논리로 인류는 2백만 년 전부터 일종의 말을 했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9)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불렀으니 군자 만년에 큰 경복일레라. -《시경》- 이렇게 좋은 의미를 지닌 집에서 사는 인생은 어땠을까? 하루하루 술에 취하고 덕을 베풀며, 큰 복을 누리며 살았을까? 이 집의 주인이 되어 하루하루를 보내던 이들이 있었다. 바로 조선의 법궁, 경복궁에서 일상을 보내던 임금들이다. ‘경복(景福)’이라는 이름은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중국의 시집인 《시경》에 있는 말을 따서 지은 것으로, 임금의 큰 은혜와 어진 정치로 만백성이 아무 걱정 없이 잘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 책,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는 경복궁에서 흘러가는 임금의 일상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겹고도 다정하게 들려준다. 어린이용 책답게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잘 담아냈고, 풍부한 그림도 함께 실려있어 우리 궁궐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임금의 하루는 익선관포를 갖추어 입고 차림새를 단정히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침 수라에 해당하는 자릿조반을 먹은 뒤, 어머니인 대비가 기거하는 자경전으로 가서 아침 문안을 드린다. 경복궁의 자경전은 고종 때 조대비(익종의 비 신정왕후)를 위해 지은 건물로, ‘자경’은 임금의 어머니나 할머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불면증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수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수면이란 신(神)이 정(精)으로 귀납하는 과정으로 표현한다. 본디 정신(精神)이란 단어의 정의가 정(精)과 신(神)의 합성어로 정(精)이 신(神)으로 변한 과정과 모습의 총체적 합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정(精)이란 물질의 정수가 기운(氣運)으로 변해서 활동하여 완성한 의식 활동을 정기신(精氣神)이라 표현하며 낮의 활동 모습이다. 반대로 수면은 신(神)이 기(氣)의 흐름을 따라 정(精)으로 귀납하는 모습으로 신기정(神氣精)이라 표현하는 휴식의 상태이다. 따라서 수면을 한의학적 개념으로 설명하면 정신(精神)인 의식과 무의식이 정(精)이란 집에 들어가 안정을 취하는 과정과 모습이다. 아울러 마음과 감정마저도 정(精)이란 집으로 스며드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불면이란 의식과 무의식이 정(精)이란 집에 찾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며 왜 찾아가지 못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이를 도와주는 과정이 한의학의 불면증 치료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신(神)이 내려가지 못하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계속 활동하도록 자극받을 때, 내려가는 길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꽃 같은 열여섯에 가마 타고 시집와서 시원찮은 백면서생 철철이 옷 해 입혀 곰 해 멕여 깔탈 많은 시부모 봉양으로 청춘 다 바친, 이 불쌍한 사람아. 아들 하나 못 낳은 죄인으로 장인 조르고 처남 졸라, 처가 전답 수십 마지기에 패물 궤짝이 둘, 머슴 다섯을 얻어 왔건만은 오입 밑천 노름 밑천으로 홀라당 다 까먹고, 그나마 있는 집 한 채는 일확천금 노다지에 속고 속아 빈털터리, 타관 객지에서 자식 죽이고 마누라 죽이고 돌아가 조상이며 처가 식구들 어이 볼거나. 철들자 노망든다고 다 내 죄다 내 죄야 < 해설 > 오광대놀이도 차츰 끝나가는가. 마누라 시신 곁에서 퍼질러 앉아 부르는 사설시조는 처량하다. 춤꾼이라면 이 모습을 어떤 춤으로 그려낼까. 기실 이런 장면을 두고 추는 양반춤은 없다. 그러니 이런 시편으로 영감 노래나 부를 수밖에. 늙어 어쩌다 본 아들 죽고, 조강지처까지 죽었으니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돌아보니 못난 인생이다. 자신이 그러하니 작은 어미 손에 죽은 마누라도 호의호식하며 살아보진 못했구나. 여자로 나서, 칠거지악이 가로막은 여자의 생이 어찌 벼슬도 못 해 본 시골 양반댁 마님인들 그리 편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을 도와 세종르네상스를 만든 인물들을 살피고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성삼문을 살펴보자. 성삼문(成三問, 1418 ~ 1456) : 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충신 - ① 성삼문은 집현전 학사 출신으로 단종 복위에 목숨을 바친 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남효온의 <육신전>에 소개되어 있다. 유교의 의리를 지킨 사육신(死六臣)인 성삼문ㆍ박팽년ㆍ하위지ㆍ이개ㆍ유성원ㆍ유응부 6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세조 1년(1455)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르자 이듬해 단종 복위를 계획하다 발각되어 처형을 당하였다. 그의 곧고 맑은 지조야말로 조선 선비들의 의리 정신을 보여주는 거울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서울 노량진의 사육신 묘역에 있다. 집현전 학사로 발탁되다 성삼문은 충청도 홍주 노은동 외가에서 출생하였다. 매화나 대나무와 같은 강직한 군자의 기질을 흠모하여 호를 매죽헌(梅竹軒)이라 하였다. 홍주 노은동은 고려 말의 명장이었던 최영 장군이 출생한 곳이기도 하다. 영웅이 탄생할 때 흔히 탄생설화가 있듯이 성삼문도 태어날 때 공중에서 ‘낳았느냐?’ 하는 세 번의 소리가 있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그의 이름인 ‘삼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퇴계 이황(1501~1570)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학자이며 한국인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분이다. 경상북도 안동 도산땅의 온혜라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 뛰어난 학문으로 세상에 나갔다가, 고향인 도산으로 물러나 서당을 짓고 후학들을 가르치시다 일흔 살에 세상을 떠나셨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교과서에서 그분에 대해 배웠고, 우리나라 지폐의 가장 기본이었던 천원 권에 그의 초상이 올라가 있으며, 안동의 도산서원에는 해마다 참배하는 분들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퇴계에 관한 서적과 논문이 수도 없이 많고 방송과 강좌는 끊이지 않는다. 도서관이나 서점에는 많은 책이 있다. 많은 분이 퇴계를 잘 알아야 한다며 퇴계와 성리학에 대해 강의한다. 그런데 정말, 그분은 누구인가? 우리는 왜 그를 우리들의 스승이라고 말하는가? 그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셨던가? 많은 사람이 배워 알고 있는 ‘주리론’, ‘사단칠정론’, ‘성학십도’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우리는 진정 그를 알고 있는가? 이런 의문은 우리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이런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퇴계의 후손인 필자가 답을 찾아보았다. 필자는 퇴계 전공이 아니고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