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행복한 것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얼마 후 김 과장이 입을 열었다. “미스 나, 결혼한다고 했지? 내가 오늘은 미스 나에게 어떻게 살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를 보여 줄게.” “정말이에요? 기대되는데요.” 라디오에서는 엉뚱하게도 최희준의 엄처시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열아홉 처녀 때는 수줍던 그 아내가 첫 아일 낳더니만 고양이로 변했네...’ 차는 중부고속도로에서 진천나들목(IC)으로 빠져나갔다. 꾸불꾸불한 시골길을 얼마간 달리니 커다란 건물 몇 동이 멀리서부터 보였다. 입구에는 ‘꽃동네’라고 쓰인 돌간판이 있었다. 그 위쪽에는 커다란 돌에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현관에는 앉은뱅이 할아버지가 손가락도 없는 손으로 신발을 정리하고 있었다. 모습은 흉해도 얼굴은 온화해 보였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안내원이 미소로 두 사람을 맞았다. 두 사람은 안내원을 따라 건물을 둘러보았다. 안내원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꽃동네는 1976년 최귀동 할아버지와 무극 성당의 오웅진 신부님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었답니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징용으로 끌려가 심한 고문 끝에 정신병을 얻었고 고혈압
-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 2024-01-26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