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판소리 동편제 명창, 송흥록과 대구 감영(監營) 소속 명기(名妓) 맹렬(猛烈)과의 사랑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맹렬은 송흥록의 소리를 듣고, 후원자 겸 연인 관계가 되어 동거하게 되었으나 자존심이 강한 두 남녀는 자주 다투고, 헤어지는 상황을 연출했다는 이야기,《조선창극사》에는 “맹렬이 떠난다는 소리에 송흥록은 슬프고, 외롭고, 애달프고, 사랑스러우나 미운 감정을 여지없이 발로하게 되었고, 이때 문밖에서 듣던 맹렬도 동감의 정을 이기지 못했으며 이것이 그 유명한 자탄가(自歎歌)로 진양조의 완성을 이루게 되었다”라는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조선창극사》라는 책은 일제의 폭거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1940년, 1월,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펴냈으며 저자는 정노식이다. 이 자료를 펴내기 2년 전인 1938년에 저자는 《조광》에 「조선광대의 사(史)적 발달과 그 가치」라는 글을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을 보완하고 증보하여 1940년, 조선일보에서 2년 전인 1938년에라는 이름으로 책을 펴냈다고 한다. 이 책의 간기(刊記 판권지)에는 저작 겸 발행자가 방응모(方應謨)로 되어 있는데, 이는 아마도 발행인을 저자로 기록하는 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은 창극 <패왕별희>를 11월 11일(토)부터 11월 18일(토)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동명 경극을 원작으로,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패왕 항우와 한나라 황제 유방의 대립, 전쟁에 패한 항우와 연인 우희의 이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9년 4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초연과 같은 해 11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재공연 모두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4년 만에 돌아온 창극 <패왕별희>는 대극장인 해오름극장으로 무대를 옮겨와 한층 광대해진 규모와 촘촘해진 완성도로 관객과 만난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는 손끝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경극과 소리에 우주를 담아내는 창극의 결합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나라 안팎 으뜸 제작진과 국립창극단이 의기투합해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작품의 연출은 대만의 배우이자 당대전기극장 대표로 경극의 현대화 작업에 천착해 온 우싱궈가 맡았다. 작창ㆍ작곡ㆍ음악감독에는 창극 <정년이>, <나무, 물고기, 달>, <흥보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넘차 너화넘 어너 어허 너엄 어이 가리 넘차 너화넘 북망산천이 멀다더니 저 건너 안산이 북망이로구나. 어넘차 너화넘 인제 가면 언제나 올라요, 오시만 날을 일러 주오. 어넘차 너화넘 물가 가재는 뒷걸음치고 다람쥐 앉아서 밤을 줍는다. 원산 호랑이 술주정을 허네 그려. 어너 어너 어너 어너 어허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아이고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상여꾼들이 구슬프게 상엿소리를 부른다. 곽씨 부인이 죽어 상여가 나가는 것이다. 무대에서 상여꾼들이 부르는 소리건만 객석은 숨을 멈추고 소리 없이 오열한다. 마치 서양 클래식 포레의 ‘레퀴엠’이 울려 퍼지는 듯하다. 어제 9월 26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는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의 창극 <심청가>가 무대에 올려졌다. 2018년 초연과 2019년 재연 당시 격조 높은 판소리의 멋과 정제된 무대 미학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은 작품으로,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는데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손진책이 극본과 연출을,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을 맡았다. 거기에 독보적인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은선)은 6월 8일(목)부터 6월 11일(일)까지 신작 <베니스의 상인들>을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우리 고유의 언어와 소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기반으로 밀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 온 이성열이 연출하고, 고전을 지금의 이야기로 치환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 김은성이 첫 창극 극본을 쓴다. 음악은 창극 <귀토>, <리어> 등에 참여한 한승석이 작창하고,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네 차례 수상한 원일이 작곡한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은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극ㆍ영화ㆍ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 온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을 동시대적 감수성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극본을 맡은 김은성 작가는 원작이 지닌 시대 배경과 종교적ㆍ인종적 편견을 과감하게 거둬내고, 사랑과 정의, 자비와 우정 등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값어치에 초점을 맞춰 재창작했다. 원작의 베니스 무역업자 안토니오는 젊은 소상인 조합의 지도자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동초제>란 판소리의 한 유파(流波)를 가리키는 말로, 김연수(1907~1974) 명창이 기존의 바탕 위에 새롭게 구성하였고, 그의 제자, 오정숙과 <동초제 보존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승됐다는 이야기와 20세기부터 판소리의 연극적인 특성이 <창극>의 공연양식으로 확산하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판소리는 1인의 북 반주에 맞추어 창자 혼자 부르던 성악(음악)곡이었다. 그러다가 연극적인 특성이 주목받으면서 2인의 대화(對話)창이나 3인 이상의 분창(分唱)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더 발전하여 오늘날과 같은 <창극>의 새로운 공연양식으로 크게 확산한 것이다. 이를 판소리의 발전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에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여하튼 창극의 공연 형태가 판소리의 발전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판소리의 창극화가 판소리 확산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과정, 곧 판소리의 창극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소리꾼이 바로 <동초> 김연수 명창이다. 이번 주에는 동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