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아버지와 음식을 먹는 일은 내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무엇인가 맛있다고 해서 많이 드시지도 않고, 그리고 그것만 자주 드시지도 않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고 당신께서 드시고 싶어 사 온 것이라 해도 딱 한 끼니만 드시면 거의 젓가락을 대는 일이 없으셨다. 그런데도 시장에 가거나 상점에 가면, 뭔가 자잘하게 사는 것을 싫어하시는 성격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쯤 되었을 때, 아버지는 포항 죽도시장에서 아마도 가장 큰 문어를 통째로 사 오신 적이 있으셨다. 이 문어의 크기는 지금도 가끔 텔레비전에나 나올만한 크기의 문어였는데, 내 기억으로는 머리부터 다리까지의 길이가 족히 2m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문어였다. 시장에서 이 문어를 보는 순간 뭐에 홀린 것처럼 사게 되셨단다. 그 문어를 집에 가져와서 다리 하나씩 잘라 작은아버지 집에 보내고, 동네잔치를 한 다음에도 몇 주간 그 문어를 이렇게 저렇게 요리해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 뒤론 문어를 잘 먹지 않는다. 우리가 처음으로 텔레비전을 살 때도, 당시 전자대리점에서 다리 달리고 문도 달린 가장 큰 20인치 텔레비전을 구입하셨다. 사실 지금으로 보자면 화면의 크기가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한 무리 광대패들 훠이훠이 재 넘는다 괭과리 징소리에 마음은 바쁘지만 장고야 뛰지도 말고 날라리야 날지 마라 꽃 지는 등성으로 별 먼저 돋아 오고 해 지는 마을에도 쉬어갈 집 있으니 한 세상 펼치면 마당이요 접으면 외줄타기 강물 가고 산벚 져도 강산엔 눈물 없다 어절씨구, 사랑이야! 꽃이 져야 열매 맺지 내일은 말뚝이 되어 장마당을 울려볼까 고성만 자란만에 차오르는 밀물처럼 산첩첩 무량산을 광대패 넘어온다 굽이진 생의 끝자락 바람에 펄럭이고 <해설> 이 시는 전체 54수에 대한 ‘서시’격인 ‘여는 노래’에 해당된다. 합천 초계 밤마리(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栗旨里)는 오광대 탈춤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예전엔 강물이 현재의 고속도로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밤마리 나루터는 중요한 뱃길 교역지였다. 가야산을 흘러내린 대가천과 소가천, 가야천 물줄기가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이라 오일장이 열렸는데 창녕, 합천, 고령 사람들이 주로 모여 성시를 이뤘다. 큰장이 서면 자연 사람이 모이는 법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 광대들 탈놀음도 열렸던 것이리라. 놀이마당이 시작되면 으레 한 많은 사연이 춤사위로 펼쳐지고, 그러다 웃것 아랫것 풍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9월 30일 목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수연 김종제 연영순 오종실 우명길 원영환 조경숙 최경아 최돈형 홍종배 모두 11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10월 10일 일요일 평창강 제11구간은 한반도 습지가 눈앞에 보이는 충북 제천시 송학면 장곡리에서 영월군 남면 북쌍리 평창강가에 이르는 11.9km 거리이다. 이번 답사에는 해당 오종실이 분당 사진동호회원 3명과 같이 참여했고, 평창 용평면에 사는 주민 두 명이 참석하여 모두 11명이 걸었다. 은곡은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루 전에 알려왔다. 지난 한가위에 은곡은 CJ홈쇼핑에서 은곡도마 1만 개 주문을 받아 도마 만든다고 바빠서 못 왔었다. 그런데 일이 잘되려는지, 내년 설을 목표로 은곡도마 판매에 관한 회의가 답사날 있다고 해서 참석 못 하였다. 은곡도마는 은곡거사의 호를 따서 이름을 붙인 도마인데, 작품성과 실용성을 갖춘 인기 상품이라고 한다. 은곡은 평창강 답사팀의 단톡방에 도마를 만들고 있는 작업장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렸다. 그 사진을 보고서 석영이 9월 8일에 아래와 같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대통령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후보 쪽이 되어야 한다는 바람은 있었는데, 누가 되었든 간에 서로 상대방 후보의 나쁜 점, 잘못한 점만이 부각되는 바람에 상대방 후보와 진영에 대한 일종의 적대감이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선거결과에 대해 서로 승복하는 모습은 아름답다고 하겠다. 과거 보아왔던 선거와 개표과정의 부정 여부, 재검표 하자는 주장이 없어진 점, 진 쪽이 졌지만, 진 것이 아니라며 미래를 거는 승복... 이런 것들이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세상에 어느 나라에서 이번에 드러난 0.8%도 안 되는 두 후보에 대한 차이. 30만 명도 안 되는 이 차이로 한 나라 대통령이 바뀌고 그 나라의 노선이 달라지는가? 그래도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두 쪽 다 50%에 바짝 닿는 지지율이 아닌가? 참으로 묘한 법이자 묘한 논리로 대통령이 결정되는구나. 희한한 나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서로가 상대진영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의 견해차를 인정하고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해주지 않으면 서로가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되었기에 과거 말로만 하던 협치라는 개념을 추구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고 가격이 아주 비싼 상표의 제품.” 국어사전에서 찾은 ‘명품(名品)’의 정의다. 아무래도 요즘 많이 쓰이는 쪽은 후자다. 백화점 문을 열자마자 명품관으로 달려가는 것이 유행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명품은, 그 자체로 뛰어나기도 하지만 ‘쓰면 쓸수록 값어치가 새록새록 느껴지는 물건’에 가깝다. 그냥 휙 보고 지나가기보다, 생활 속에서 곁에 두고 썼을 때 더 빛을 발하는 것들이 있다. 이 책, 《생활명품》의 지은이 최웅철은 예(藝)와 맛의 고장 전주에서 종가의 장손으로 우리 문화를 흠뻑 느끼며 자랐다. 한옥에서 한지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자랐고 마루와 구들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 전주에서 규모가 큰 한식당을 운영할 정도로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 덕분에 맛있는 우리 먹거리도 많이 맛보았다. 지은이는 그 시절이 자신을 지탱하는 그리움이고, 양분이고, 열정이라고 회고한다. 그래서 지혜롭고 아름다운 전통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한 나머지, 우리 문화의 미감과 매력을 차곡차곡 담은 책 한 권을 펴냈다. 그가 엄선한 한국의 공예와 회화, 건축, 음식을 따라가다 보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봄이란 계절은 시작과 출발을 상징하며 새로 출발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요구에 호응이 이루어지면 넘치는 활동성을 얻게 되지만 요구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춘곤증 등 무기력이 다가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극도로 확산하고 봄의 여러 가지 힘겨움 속에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왕성한 활력을 얻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이겨내거나 가볍게 지나가게 하기 위한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관리가 요구된다. 우리가 건강을 증진하려고 할 때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먹는 것이다. 넓게 보면 한약이나 양약마저도 하나의 먹거리이며 위장에 들어가면 그저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계절에 따라 건강을 도와주는 건강식품이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다. 전통식품의 흐름상 음식종류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계절의 영향을 받아 제한되지만 이어져 내려오는 것에는 그만한 값어치가 내재하여 있기에 믿을 만하다. 1. 봄에는 강과 바다가 건강을 챙겨준다 봄을 먹거리와 관련해서 살펴볼 때 육지는 보리고개로 대표되는 곤궁(困窮)한 계절이다. 이제 풀이 나오기 시작하고 나뭇가지에 새싹의 조짐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먹을 것은 그저 이제 올라오기 시작하는 나물
[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젊었을 때 워낙 술을 좋아하시고 또 많이도 드시던 아버지는 노년에 통풍으로 무척 고생하셨다. 하지만 등산도 좋아하셔서 많이 다니셨고, 하시던 일도 땀을 많이 흘리는 일이어서, 당신이 말년에 통풍을 앓으시는 것이 이해는 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무척 통증을 호소하셨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큼 약 드시는 것을 싫어하셔서,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은 통증이 극심할 때만 드셨지 거의 버리기 일쑤였다. 우리 집안 남자들의 술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다. 아버지 삼형제의 술 사랑이 남달랐는데, 아버지 바로 아래 동생이신 작은아버지는 등산을 가거나 성묘를 하러 갈 때면 늘 2리터 페트병에 담긴 소주 한 병과 빈 페트병을 들고 올라가셨다. 그러고는 산에 있는 솔잎이나 머루, 다래, 보리수, 심지어는 듣도 보도 못한 희귀한 나무껍질까지 가지고 오셔서 두 병 나누어 담고는 소주를 부어 놓으셨다. 그 병들은 무덤가 이곳저곳 또는 산속 당신만 아는 비밀장소 이곳저곳에 묻어 두셨는데, 몇 년 후 그 묻어 둔 것을 캐내어 드시는 것을 큰 재미로 아시는 분이셨다. 아버지 형제 가운데 아마도 가장 술을 사랑하신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허, 할 말 많은 세상, 그럴수록 더욱 입을 닫으시오 조목조목 대꾸해봐야 쇠귀에 경 읽기니 침묵이 상수요 대신 이놈 말뚝이 잘난 놈 욕도 좀 하고 못난 놈 편에서 슬쩍 훈수도 두려 했는데 어째 영 초발심의 절반도 이뤄내지 못했소 그나마 세상이 조금은 변해서 ‘오적(五賊)’의 시대는 아니니 이쯤에서 그만둘라요 말뚝이 지치니 비비야 나오너라 비비 몸은 사람 형상 머리에 뿔 달렸고 무엇이든 잡아먹는 희한한 괴수요 그런 비비 뛰어나와 양반 징치하지만 종말엔 결국 서로를 얼싸안고 한바탕 웃고 놀고 끝낸다오 소인놈이 펼친 마당은 사연 많은 우리네 삶의 상처와 얼룩 어루만지는 난장이믄 됐소 지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매구치고 놀다보믄 종국엔 영롱한 눈물만 남던 것을 그런 법석 한판을 벌이고 싶었던 게요 어떻소? 그러면 된 것이 아니오? 결국은 지지고 볶아도 어울더울 살자는 게지 표창 던져 니 죽고 내 살자는 악다구니는 아니니 구경꾼은 앉아도 좋고 서도 좋소 이 마당을 펴는데 이래저래 도움 주신 선배, 친구, 후배님들 인사드릴 분이 한두 분이 아니오 뭐니 뭐니 해도 길을 열어주신 고성오광대 이윤석 회장님, 항상 가까이서 맥을 집어주시고 처방을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허조 : 예악(禮樂)제도와 올곧음 세종 시대의 인사들을 살피고 있다. 허조(許稠, 1369~1439)는 조선 초 문신으로 태조ㆍ정종ㆍ태종ㆍ세종의 네 임금을 섬기며 법전을 편수하고 예악제도를 정비하였다. 경상도 하양현(河陽縣) 사람인데, 나이 17살에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하였고, 19살에 생원시(生員試)에 합격하였다. 권근(權近)에게 학문을 배웠다. 생애 · 1383년(우왕 9) : 진사시에 우왕 11년에 생원시에 합격하고, 공양왕 2년(1390) 식년문과에 급제하였다. · 1392년에 조선이 건국되자 예악제도(禮樂制度)를 바로잡는 데 힘썼다. · 태조 6년(1397) : 석전(釋奠, 문묘-文廟에서 공자에게 지내는 제사) 의식을 개정했으며, 1399년(정종 1) 좌보궐(고려시대 중서문하성-中書門下省의 정6품 관직)로서 지제교(조선시대 임금이 내리는 교서의 글을 짓는 일을 맡아보던 관직)를 겸하였다. 태종이 즉위하자 사헌부잡단(司憲府雜端, 종5품 관직)으로 발탁되었으나, 강직한 발언으로 임금의 뜻을 거슬러 완산판관으로 좌천되었다. 세자가 명나라에 들어가게 되자 집의(사헌부 종3품 관직)에 올라 서장관으로 수행하였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해가 바뀐 다음 아침 세수를 하면서 문득 거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거기에 있는 저 사람은 누구인지, 갑자기 낯선 얼굴이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거울 앞에 다가서니 나는 보이지 않고 세월을 잔뜩 덧칠하고 있는 백발노인이 나를 보고 서 있다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 '거울 속 낯익은 백발노인' / 도정기 저 사람이 나인가? 왜 머리가 거의 백발인가? 얼굴은 젊을 때의 윤기가 없이 푸석하고 까칠하고 목에 주름이 많이 잡혀 있는가? 자네 누구인가? 그 사람이 대답은 안 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세상에 자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그렇구나. 저게 내 얼굴이구나. 내 얼굴이 저렇게 변했고 내 머리털 색깔이 바뀌었구나. 머리숱도 엄청나게 줄어들어 군데군데 맨땅이 더 많이 보인다. 머리털이 가늘고 힘이 없어져 바람에 너무 잘 날린다. 눈가에도, 입가에도 주름이 보인다. 그래, 저 안에 있는 사람이 분명 나인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생경하구나. 설을 쇠고 나니 나도 확실히 이른바 세는 나이로 7학년으로 들어갔구나. 며칠 전 길을 가면서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과 목소리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게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