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궁궐. 임금이 나랏일을 보는 ‘궁(宮)’과 문 쪽에 있었던 망루인 ‘궐(闕)’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구중궁궐’이라 할 만큼 깊었던 이곳에서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인생을 일구었다. 이광렬이 쓴 이 책, 《조선시대 궁궐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는 온갖 희로애락이 넘실댔을 이곳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쓴 책이다. 온천욕과 비자금 등 다른 역사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내밀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임금의 여가생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온천욕이었다. 특히 세종과 세조, 현종이 온천을 참 좋아했다. 오늘날에도 유명한 ‘온양온천’은 그 명성이 세종 시절부터 자자했다. 세종이 왕후와 왕세자, 문무 군신 50여 명과 수천 명의 호위 병사와 함께 떠날 때면 그 행렬이 대단했다. 바다와 가까운 온양은 왜구의 침략이 있을 수 있어 경호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세종이 온양온천으로 행차할 때는 수많은 기병을 온양 10리밖에 배치해 놓기도 했다. 세종은 온양온천에서 씻은 뒤 눈병이 크게 좋아지자, 이곳을 더욱 즐겨 찾았다. (p.73) 세종은 온천욕으로 눈병에 많은 효과를 보았다고 합니다. 하루는 도승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조선조 임금의 정치에서 실록의 기록을 보면 ‘반복사지’와 오늘 다룰 ‘여경사지’(予更思之)의 표현이 눈에 띄는 임금이 세종이다. ‘반복사지反復思之’는 ⟪조선왕조실록⟫에 모두 129건이 기록되어 있는데 세종이 51건이다. ‘여경사지’는 ⟪조선왕조실록⟫ 모두 79건 중 세종이 38건이다. 일을 거듭 생각하여 처리했다는 뜻인데 이는 어떤 과제를 신중히 처리한 것이거나 아니면 실록의 기록 표현상 ‘신중히 처리했다’라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상이 어떠한 것인지 살펴보자. 첫째 이런 ‘반복사지’란 어떤 사건을 독단으로나, 반대를 무릅쓰고 억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둘째 모든 면에서 대화 곧 사맛의 논리[메커니즘] 다시 말하면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법칙을 준수하려 했다고 보인다. 셋째 세종은 가능하면 사람을 벌하기보다 품고 가는 융화(融和)의 정치를 하려 했다고 보인다. 곧 융화는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고 가려는 정신일 것이다. 관리들은 자기 업무에 충실한 나머지 남의 비위를 보면 참지 못하고 상소를 올리는 것이 임무이기도 할 것이다. 문제는 임금이 이런 상황을 잘 아우를 수 있느냐다. 그리하여 지난 글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 파랗다 :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새싹과 같이 밝고 선명하게 푸르다. · 푸르다 :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 - 《표준국어대사전》 ‘파랗다’와 ‘푸르다’가 헷갈린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1924년에 나온 윤극영의 노래 <반달>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하고 나간다. 이때 벌써 하늘을 ‘푸르다’라고 했다는 소리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도 ‘파랗다’를 곧장 ‘푸르다’라고 풀이한 것이다. 또 ‘푸르다’는 ‘파랗다’를 풀이한 그 소리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고 있음을 알겠다. 그러나 ‘파랗다’의 풀이에서는 ‘맑은 가을 하늘’까지만 맞다. 바다도 ‘깊은 바다’는 아니고 얕은 바다라야 ‘파랗다’라고 할 수 있다. 깊은 바다라면 ‘새파랗다’ 아니면 ‘시퍼렇다’라고 해야 한다. ‘푸르다’의 풀이에서는 ‘풀의 빛깔과 같이’만 맞다. 그래서 ‘파랗다’의 풀이에 ‘새싹과 같이’는 ‘푸르다’ 쪽으로 옮겨 써야 하고, 마찬가지로 ‘푸르다’의 풀이에 쓰인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는 ‘파랗다’ 쪽에서만 써야 마땅한 것이다. 알다시피 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생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진 허균은 29살에 장원 급제를 한 인재였다. 그는 요즘 말로 하면 매우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벼슬길은 파란만장하였으며 결국은 쿠데타 음모로 나이 50살에 사형을 당하였다. 그는 자기가 쓴 책의 주인공인 홍길동처럼 그 시대의 반항아였다. 혀균은 어느 날 가깝게 지내던 기생이 죽자, 세상의 이목을 아랑곳하지 않고 문상하러 갔다고 한다. 사대부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그 뒤에도 또 한 번. 허균은 모친상 동안에 기생과 술잔치를 벌려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허균은 그러한 비난에 대해 위축되거나 변명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인간적인 선언을 하였다. “남녀 사이의 정욕은 하늘이 내려 주신 것이고, 인륜과 기강을 분별하는 지식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하늘은 성인보다도 한 등급이나 더 높고 위엄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따를지언정 (정욕보다 인륜을 앞세우는) 성인의 가르침을 반드시 따르지는 않겠다.” 지금 시대의 기준으로 보아도 허균의 생각은 매우 파격적이다. 그렇지만 김 교수는 허균처럼 시대의 반항아가 될 용기는 없었다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 10일 차, 2024년 5월 17일, 금요일(전용 버스) 숙박 : 쿠차 库车五洲大酒店 0997-6780666 이동 거리 : 228km, 기온 : 19°~35° ‘쿠차’는 십자로라는 뜻을 가진 실크로드 중심 도시다. 북경 시차로 이 지역 출근은 10시이다. 우리는 8시에 출발하였는데, 학생들 등교 시간이라 학교 앞에 차량이 엉켜있다. 도시를 벗어나자, 황토색 사막이다. 황량한 사막이 풍화작용으로 '아단지모'라는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거칠고 황량함의 아름다움이다. 우리가 달리는 계곡 길을 '독쿠도로'라고 하며 천산 남쪽 계곡에 쌓인 눈으로 5월에서 9월까지만 통행할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고 한다. ○ 키질리아 붉은 계곡(쿠차 대협곡 库车克孜利亚) : 천산 남쪽 계곡 가운데 타클라마칸 사막과 이어지는 신비한 천산 대협곡은 붉은색 진흙과 모래가 섞여 다져진 퇴적암, 사암으로 쉽게 무너지고 풍화작용으로 자연스럽고 신비한 계곡이 형성되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이롭고, 장엄하다. 계곡 트레킹은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협곡이 이어지는데, 계곡 끝에는 곡세개(谷世盖)라는 암자가 있다. 지날 때는 풍경이 낯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은 아버지의 뛰어난 재주를 아들이 이어받아 활약할 때 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어머니의 재주를 딸이 이어받아 세상에 드러날 때는 무엇이라고 하나? 잘 알다시피 모전여전(母傳女傳)이라고 한다, 아들이 아버지를 이어받는 경우는 세상에 나가서 정치나 경제 법률 등에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딸이 어머니를 이어받는 경우는 예술이나 기술, 음식 등등에서 빛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비유가 남녀의 역할을 구분하자는 것은 아니고 그런 측면이 많다는 뜻이다. 여성의 경우 미모를 이어받는 사례가 많아서, 황신혜 씨의 딸이 엄마를 이어받았다고 하는데 황신혜 씨는 자신의 엄마도 미모라며 8순의 모친 사진을 지난달 공개하기도 했다. 2012년 8월 명창 안숙선의 딸 최영훈 씨가 국립극징에서 거문고 공연을 했는데 안숙선 명창이 예술감독을 맡아 이틀 동안 펼쳐진 이 연주회의 이름이 애초부터 <모전여전- 소릿길에서 만나다>였다. 어머니가 창의 대가이니 딸도 창으로 빛이 날 것이로되 모친이 자기 딸은 창 대신에 거문고를 하자고 권해서 거문고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뭐 같은 국악이니만큼 모전여전의 대표적인 사례라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순신. 이 이름 석 자는 끊임없이 불러낸다. 불멸의 장군, 효자, 그리고 충신 … 어찌 보면 공동체가 배출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인물의 전형으로, 일은 물론이고 인격 또한 나무랄 데가 없었던 ‘완벽한 인재’의 본보기다. 무엇이 이러한 완벽한 인간을 가능케 했는가. 그 배경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책이 《태교신공과 이순신》이다. 성당에서 사목 중인 김일영 신부가 쓴 이 책은 한 인간을 길러낸 뿌리, 곧 정신문화의 지혜를 다룬다. 그 비결은 첫째, 어머니 변 씨의 훌륭한 ‘자녀교육’이었다. 변 씨가 이순신을 낳기 전 꿈을 꾸었는데, 신선의 풍악 소리가 나며 붓과 칼을 든 선녀 두 명이 나타났다. 붓에는 ‘효당갈력(孝當竭力)’, 칼에는 ‘충즉진명(忠卽盡命)’이 쓰여 있었다. 효도는 마땅히 있는 힘을 다해야 하고, 충성은 목숨을 바칠 각오로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버지 이정은 경건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글을 읽고 마음을 수련했고, 어머니 변 씨는 날마다 새벽기도를 드리며 마음을 정갈히 했다. 둘 사이에 낳은 아들 네 명은 모두 복희,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에서 이름을 따 ‘희신’, ‘요신’, ‘순신’, ‘우신’이라 하였다. 네 아들을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 9일 차, 2024년 5월 16일, 목요일 숙박 : 쿠차 库车五洲大酒店 0997-6780666, 기온 : 17" ~ 37°(부강시) 이동 거리 : 520km, 쿠차 : 비행기 이동, 1시간 10분(500km) 청하시 호텔에서 7시 8분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발하였다. 고도 1,138m로 알타이산 깊숙이 있는 산골 작은 마을에 호텔이 있다. 알타이산 지역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현급(행정구역) 도로가 포장 상태가 좋지 않아 버스가 빨리 달릴 수 없다. 아침 풍경은 목가적이고 무척 아름답다. 천산북로 분기점에서 (14:20분 430km) 7시간을 달려 준가얼분지를 건너왔다. 먼 거리를 달렸는데 중간에 휴게소 두 군데밖에 없고 모두 황량한 사막이다. 준가얼분지는 석유, 철광석, 지하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보배 같은 땅이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황사가 심하여 주변이 황색 하늘이다. 부강시 휴게소 내리니 열풍 건조기처럼 더운 바람이 분다. 15시 20분 우루무치 시내로 출발, 도로 주변에 나무를 심어 녹색으로 변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9시간 만에 520km를 달려 우루무치 시내로 들어왔다. 거리에 물 뿌리는 차량이 다니는데, 건조하여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나라 안에 온통 거짓말이 판을 치니까 거짓말을 다룬 책들이 춤추며 쏟아진다.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거짓말은 참말이 아닌 말이다. 참말과 거짓말은 서로 맞서는 짝이라, 참말은 거짓말이 아니고 거짓말은 참말이 아니다. 참말은 사람과 세상을 밝혀 주고 거짓말은 사람과 세상을 어둠으로 가리니, 거짓말을 잠재우는 것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지렛대다. ‘참말’과 ‘거짓말’이 가려지는 잣대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있는 것(사실)’이다. ‘있는 것’과 맞으면 ‘참말’이고, ‘있는 것’과 어긋나면 ‘거짓말’이다. ‘있는 것’에는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도록 바깥세상에 나타나 있는 것도 있고,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람 마음속에 있는 것도 있다. 바깥세상에 ‘있는 것’에도 저절로 그냥 있는 것도 있고, 사람이 만들어 놓아서 있는 것도 있고, 내가 몸으로 만들어 내는 짓(행동)으로 있는 것도 있다. 그래서 참말과 거짓말은 바깥세상에 저절로 그냥 있는 것을 잣대로 가늠할 수 있는 것, 바깥세상에 사람이 만들어 놓아서 있는 것을 잣대로 가늠할 수 있는 것, 바깥세상에 내가 몸으로 만들어 내는 짓으로 있는 것을 잣대로 가늠할 수 있는 것,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추상적인 말장난을 떠나서, 구체적으로 “사랑도 하지 말라”는 법구경의 구절을 미스 최와의 관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불경에서 의미하는 사랑은 어느 수준일까? 만일 그녀와의 관계가 발전하여 육체적인 사랑까지 나누게 되는 시점이 온다면 김 교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스 최와 혼인까지 갈 수는 없고, 거기까지 도달하게 되면 결국은 그녀와 헤어지게 될 것이다. 이별의 순간이 올 것이다. 결국 사랑의 끝은 이별이기 때문에 괴롭게 된다는 이야기인가? 사랑의 수준이 문제일 것이다. 당초에 약간의 호기심에 젖어 기대했던 대로 한 달에 한 번 만나 차나 마시고 아가씨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도에 그친다면 법구경에서 염려하는 괴로운 사태까지는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 단계는 넘어섰지 않은가? 이미 손까지 잡았고 가벼운 키스까지 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더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자신이 없다. 김 교수는 박 교수 부인의 말이 생각났다. E여대 다닐 때 메이퀸이었다는 소문이 있는 박 교수의 부인은 대단한 미인이라고 한다. 그녀는 책도 많이 읽어서 세상살이와 인간의 심리를 잘 아는 모양이다. 박 교수의 부인이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