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조금 내려가니 장구목이 입구가 오른쪽으로 나타난다. 여기는 가리왕산 등산로 입구인데, 안내판을 읽어보니 정상까지는 4km 거리이다. 마침 옆에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어서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시계를 보니 낮 2시 50분이다. 여러 사람이 배낭에서 먹을 것을 꺼내 놓았다. 쑥떡, 오이, 초코렛, 와인, 믹스커피 등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커피는 믹스커피만을 마신다. 커피 만드는 데 시간이 들지 않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내 입맛은 매우 싼 입맛이다. 단순한 생활을 추구하는 나의 생활철학에 딱 맞는 것이 믹스커피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믹스커피는 몸에 해롭다고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먹지 않고 블랙커피만을 마신다. 그래서 이날 나는 뜨거운 물 두 병, 그리고 커피믹스 몇 봉지와 카누(블랙커피 상표) 몇 봉지를 함께 준비해왔다. 우리는 풍성한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화제는 과거 대학생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흘러간 옛 연도를 계산해 보았다. 내가 1972년도에 대학을 졸업했으니 벌써 51년이 지났다. 반세기가 지난 것이다. 아, 세월이 참으로 덧없이 흘러갔다! 그때 나는 서대문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정선아리랑>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소리이다. 1971년,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그 고장 사람들은 ‘아라리’, 또는 ‘아라리 타령’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비 기능요이지만, 모심기하거나, 논밭에서 일할 때, 노동요로도 부르고 있다. 이 노래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폭넓게 불리고 있어서 이 지역을 아라리권역, 또는 메나리권이라고 부르고 있다. 본디 ‘메나리’라는 말은 ‘뫼놀이’, 또는 ‘뫼노리’의 변화형이다. ‘뫼놀이’는 ‘산에서 놀이하는’ 곧 유산(遊山)의 뜻이므로 산간 지역의 소리조라는 뜻이 강하다. 서울의 12좌창 가운데 첫 번째 곡이 바로 ‘유산가’임은 널리 알려져 있다. 메나리권이라 함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강원도 지역으로부터 그 아래의 충청 일부 지역을 포함, 경상도 지역의 음악적 특징을 뜻하는 음악적 사투리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악지대는 교통의 발달이나 문화의 지체 현상이 심각하였으며 지역의 언어가 서로 소통치 못함에 따라 전통적인 민속의 노래도 각 지역, 또는 지방마다 서로 다른 특징적인 어법(語法)을 지닌 채, 전해 왔다. 우리나라의 민요 권역은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 과천시에서 열린 제17회《전국 경기소리 경창대회》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출전자의 수가 많다고 해서 권위있는 대회는 아니라는 점, 과천대회의 본선은 경기 12좌창 중에서 긴 곡이든, 짧은 곡이든 1곡을 완창(完唱)하는 조건이란 점, 영예의 대상은 ‘적벽가’를 선택한 강원도 인제 출신의 장은숙 명창이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본선 무대에 오른 경연자들의 수준 못지않게, 과천의 경창대회는 국악계의 모범적인 대회로 운영되어 왔다는 점이 객관적인 평가다. 그래서일까? 출전자들은 참여하고 싶은 대회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당일 학생부의 전반적인 평가는 예년 수준이었지만, 명창부 경연자들의 기량수준은 매우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가운데서도 이번 대회에서 장원에 오른 장은숙은 네 번째 도전 무대에서 드디어 그 뜻을 이루었기에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있다. 당일 본선에서 그가 부른 곡은 ‘적벽가(赤壁歌)’였다. 이 곡은 12좌창 가운데서도 가장 길고 어려워 대부분이 피하는 소리인데, 그는 의외로 여유있는 호흡을 유지하면서 경기 좌창의 특징적 창법으로 그 긴소리를 깔끔하게 이어나갔다. 특히, 요성(搖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