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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모두 지옥에 와 있는데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김 교수는 차를 집이 있는 대치동으로 몰았다. 차를 아파트 내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거리로 나와 택시를 탔다. 김 교수가 다시 보스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었다. 김 교수는 ‘어서 옵쇼!’라고 깍듯이 인사하는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박 교수 일행이 있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들도 식사를 마치고 방금 도착했다고 한다. 그날은 ㅇ 교수가 박 교수에게 연구과제와 관련하여 신세 진 일이 있어서 한 잔 산다고 했다. 과일과 양주를 주문하고 아가씨를 불렀다. 조금 후에 나타난 미스 최는 김 교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그럴 법도 하지. 삼십 분 전에 헤어진 사람을 룸에서 다시 만나니 놀랄 수밖에. 호텔에서 만났을 때 미스 최는 까만 옷을 입었었는데, 어느새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고 서 있었다. “웬일이세요, 오빠!” “너 보고 싶어서 박 교수님 따라왔다. 왜, 싫으니? 싫으면 다른 사람 옆에 앉거라.” “싫기는요, 저는 오빠 옆에 앉을래요.” 약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눈치채지 못한 박 교수가 미스 최를 바라보며 추궁하듯이 물었다. “미스 최. 자네, 아리랑이라고 아나?” “그럼요. 조정래 씨가 쓴 대하소설이잖아요. 조정래는 우리 고향 사람이에요.” “그러면 아리랑 읽어 보았어?” “아리랑 1권을 며칠 전에 끝냈지요. 김 교수님이 읽어 보라고 권해서 사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박 교수님도 읽어 보셨어요?” 김 교수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박 교수님, 점심을 사셔야겠습니다!” 박 교수가 떫은 표정으로 미스 최에게 물었다. “이거 혹시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야?” 미스 최가 놀라면서 말했다. “누가 고스톱 쳤어요?” ㅇ 교수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아리랑과 고스톱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술잔이 부딪치고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ㅇ 교수가 최근에 읽은 책을 소개했다. 이병호 변호사가 썼다는 책인데, 《변호사는 모두 지옥에 있다》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이었다. 이병호 변호사는 법조계 원로인데, 입담이 구수하고 영어도 잘한다고 한다.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변호사란다. 그 전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떨어진 경력도 있고, 아무튼 평범한 인물은 아닌가 보다. ㅇ 교수는 그 책에 나오는 이야기라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람이 죽으면 천당 또는 지옥으로 간다. 천당과 지옥에는 경계선이 있고, 그 경계선에는 조그만 문이 하나 있다. 어느 날 그 문의 일부가 파괴되었다. 이들 두고 천당에 있는 베드로와 지옥에 있는 사탄 사이에 시비가 벌어졌다. 베드로는 주장했다. “이 문이 파괴된 것은 지옥의 책임이므로 지옥에서 수리해야 하오.” 그러나 사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이 문이 파괴된 책임은 천당에 있으니 천당에서 수리해야 하오.” 양측은 서로 책임 소재를 따지며 싸움을 벌였다. 천당의 베드로가 화가 났다. “정 그렇다면 나는 변호사를 사서 재판을 걸겠소.” 그러자 지옥의 사탄은 껄껄 웃더니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여보시오, 도대체 당신은 어디 가서 변호사를 구하겠단 말이오? 변호사는 모두 지옥에 와 있는데.” 화제는 ‘사’자 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흔히 돈 많이 벌고 그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이 많은 직종으로서 변호사, 판사, 검사, 의사 등을 든다. 최근에는 잘나가는 ‘사’ 중에서 의사는 탈락해 가는 세태이다. 과거에는 의사야말로 최고의 직종이었는데, 요새는 개업했다가 망하는 사람도 있단다. 또한 수술한다는 일이 매우 스트레스가 많고 항상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에 의사들은 술꾼이 많다고 한다. 수입이나 인기로 보더라도 방송인이나 체육인 또는 연예인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힘든 것을 싫어하는 현상은 의과대학에도 나타났다. 과거에는 의대생들이 외과나 산부인과를 지망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는데, 요즘에는 정신과, 안과, 피부과 등 힘들지 않은 분야로 지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최고의 인기는 정신과다. 그저 환자가 쏟아내는,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를 그냥 들어주고서는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으니, 좋기는 좋은 분야다. 시중에 떠도는 재미있는 말로는 “의사가 좋은 것이 아니라 의사 부인이 좋다”는 것. 따라서 의사는 사위감으로는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고 볼 수 있다. 의사 중에서 요즘 말로 뜨는 분야가 한의사다. 급한 환자가 밤중에 문을 두들겨 잠을 깨우는 외과의사와는 달리 한방 환자는 급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허리가 아프다, 기운이 없다는 둥 별로 급하지 않은 병으로 찾아오면 침을 놓아주거나 식물의 열매, 잎, 줄기, 뿌리 등을 적당히 조합하여 만든 한약을 주고서 돈을 받는다. 무슨 놈의 풀뿌리가 그렇게 비싸기도 한 지! 이른바 허해진 기를 보한다는 보약은 비싸서 부자 아니면 먹기 힘들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1차로 의과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2차에 붙은 한의대로 가는 사태까지 나타났다. 사람들은 꿀단지에 개미들이 모이듯이 돈 잘 벌리는 직종으로 몰리게 되어 있다. 개미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 돈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또 좋은 것이니까. (필자 주: 이러한 세태도 변하였다. 남성의 성기능을 향상해 주는 비아그라 제품이 나온 이후 보약이 잘 안 팔려서 한의사들도 수입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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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금관ㆍ고려청자ㆍ달항아리, 지역 박물관으로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농경문청동기, 신라의 화려한 금관, 순백의 달항아리 등 교과서에 나오는 국보급 문화유산이 지역 박물관을 찾아간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국보급 우리 문화유산으로 6개의 전시를 꾸미고 전국의 소속박물관과 함께 각각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2개의 지역 공립박물관을 직접 찾아 자체 기획한 교육프로그램과 공연 등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식의 문화행사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 를 연다. 4월 25일(목) 낮 2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각 개최지의 지자체 대표와 관계자들이 모여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문화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출범식이 열렸다. 전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이번 출범식은 순회전시 진행 계획 등을 공유하고 전시의 의미와 취지를 되새기고자 마련하였다. 국립박물관과 지역 문화기관이 더욱 긴밀한 협력망을 구축하고 지역 문화 전반에 대한 서로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저출산, 고령화, 청년이탈 등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 지역 문화쇠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실시된 국민문화예술활동과 국민여가활동조사에서 소도시 주민은 대도시 대비 문화예술관람률(50.0%<60.7%), 여가생활만족도(49.4%<58.6%) 모두 저조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전시의 수도권 편중, 중요 문화유산의 한정된 관람 환경은 인구 감소와 연동하여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번 전시는 대중적 흥행보다는 지역에 있는 박물관을 직접 찾아 관람객의 문화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중요문화유산인 농경문청동기, 금관총 금관, 금령총 금관, 기마인물형토기, 상감청자, 달항아리로 구성된 이번 6개 전시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와 수요는 지난 연말에 실시한 개최 희망지 공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30여 개의 지자체가 응모하였으며 선정위원회를 거쳐 12개의 공립박물관이 뽑혔다. 각각의 전시는 5~6점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이지만 모듈화된 최신 전시 연출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여러 전공자가 참여하는 등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박물관의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진행된다. 나아가 국공립 문화예술단체, 지역 공연단체와 협력하여 문화ㆍ예술행사를 병행하고, 교육프로그램도 연계하여 종합 문화 꾸러미를 구성함으로써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지역 문화 잔치 마당을 연출할 계획이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립박물관과 전국 12개 개최지의 약 60명에 이르는 학예직과 관계자가 함께 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열쇠말은 <함께 한다>다. 지역의 문화 인력과 함께 전시를 만들고,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함께 고민하여 대한민국 어디서나, 빈틈없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 기반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차별 없는 문화향유권 보장과 공정한 문화누림을 위해 함께하는 전시의 새로운 시도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전시는 6월 5일 경남 합천을 시작으로 충남 당진, 충남 보령, 경북 상주, 전남 강진, 전북 남원의 6개 지역(1회차), 충북 증평, 전북 장수, 경북 고령, 전남 해남, 경남 함안, 강원 양구 6개 지역(2회차)의 공립박물관에서 12월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