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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한 한해 기원하며 선물하는 조선시대 세화

코로나바이러스 물러가고 복된 기운 들어오라!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가까운 이들과 세화를 주고받는 조선의 새해풍습

연하장, 신년 특집 방송프로그램, 이모티콘에서도 보이는 세화의 소재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은 지난 1일, “조선의 이모티콘”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월호를 발행하였다.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여 세화(歲畫)를 소개함으로써 한 해 동안 나쁜 것들을 물리치고 복된 것들만 불러들이기를 기원하는 의도를 담았다.

 

정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어 전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 기근과 전염병이 심했던 조선시대, 선비들이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며 주고받은 세화 풍속이 주목된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정초에 가까운 이들에게 그림을 선물하였는데, 이 그림을 세화(歲畫)라 하였다. 사람들은 세화를 대문이나 벽에 붙여두고 한 해의 복을 기원하였다.

 

가까운 이들과 세화를 주고받던 조선시대 풍속은 최근 스마트폰에서 이모티콘으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풍경과 비슷하게 맞닿아 있다. 이모티콘을 사용하여 정감있게 새해 인사를 나누는 요즘의 풍경이 조선시대 선비들의 세화 풍속과 이미지가 겹치는 것이다.

 

 

중국에서 들어와 조선의 풍습이 된 세화

임금께 진상해야 할 세화가 60장에서 400장까지 늘어나자

도화서에서는 임시계약직 화공(畫工)까지 고용할 정도

 

세화는 중국에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악귀를 쫓기 위해 문신(門神)을 대문에 그려 붙이던 주술적 관습이 6세기경 정초 연례행사로 정착되면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초기부터 풍습화되어 20세기 초반까지 지속되었다. 처음에는 궁중 풍속으로 시작되어 점차 민간으로 확산되었다.

 

지방 관아에서 쓰는 것은 그곳에 소속된 화원들이 제작하였으며, 민간인들은 광통교 주변 지물포 등에서 주로 구입하였다. 민간에서 활동하는 화공들도 한 해가 기울어가는 섣달이면 밀려드는 세화 주문으로 정신없이 바빴다고 한다.

 

 

 

화공들은 세화에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벽사와 복을 바라는 송축의 이모티콘들

 

세화는 붙여지는 그림이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실물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기록에 남겨진 세화의 소재들을 살펴보면 그 목적에 따라 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辟邪)의 소재와 한 해의 복을 바라는 송축(頌祝)의 소재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벽사의 의미로 그려진 그림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오는 소재는 중국 인물에서 유래한 신도(神荼)·울루(鬱壘)와 위지공(蔚遲恭)·진숙보(秦叔寶), 종규(鐘馗) 등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오랜 기간 문신(門神)의 역할을 해왔다. 종규는 당나라 현종 황제의 꿈에 나타나, 잡귀를 퇴치해서 황제의 병을 낫게 했다고 전해지는 도교의 신으로, 귀신과 나쁜 병 특히 눈병을 쫓는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때부터 전래한 것으로 알려진 처용이 세화로 그려지기도 했다.『악학궤범(樂學軌範)』에서는 처용상이 주걱턱에 주먹코로 인상이 강하지만 미소를 띤 인자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동물들로는 닭, 호랑이 등이 그려졌다.

 

 

송축의 뜻으로 그려진 그림에는 수노인(壽老人), 선녀 등과 같은 신선들이 등장한다. 수노인 그림은 도교에서 인간의 수명과 장수를 관장한다는 남극성(南極星)을 의인화 것으로 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정조에 걸쳐 여러 대신에게 선물로 주어지기도 하는 등 왕이 신하에게 주는 선물로 가장 선호되었던 그림이다.

 

 

그림으로 마음을 전하는 세화의 풍속

연하장으로, 이모티콘으로 이어지고

 

바다에서 떠오르는 둥근 해, 하늘을 날고 있는 한 쌍의 학, 산꼭대기에 우뚝 솟은 바위와 소나무, 눈 덮인 숲속을 뛰어다니는 사슴, 동구 나무 위 까치 한 쌍 등의 이미지들은 세화에서 다루어 온 소재들이지만, 지금도 새해맞이 방송 프로그램, 신년 달력의 겉장, 종이 연하장, 온라인 연하장, 설날 이모티콘으로 사용되곤 한다. 세화의 전통이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세화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한국회화사를 전공한 국립경찰박물관 박준영 학예연구사의 <새해의 새로운 희망을 담은 그림, 세화>란 글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이은상 연구원은 <욕망의 아이콘, 연화>라는 글을 통해 이천년도 넘게 세화 풍습을 간직해온 중국의 세화를 소개한다. 중국의 세화에는 교육의 목적까지 더해져서, 고사뿐만 아니라 경전의 내용, 역사적 내용까지 담고 있다. 이는 높은 문맹률 속에서 이미지를 통해 민간인들을 교육하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림으로 전 국민이 마음을 전하고 소통하는 세화의 전통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는 대한민국 문화콘텐츠로 이어지기를

 

새해가 되면 집집마다 대문에 세화를 붙이곤 했던 서울은 마치 도시 전체가 커다란 미술관이 된 듯 보였을 것이다. 좋은 그림을 향한 마음은 양반들만의 것이 아니라 온 백성 모두의 것이었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는 많은 갈등과 차별이 존재하였지만, 그림을 통해 전하는‘올 한해 평안하게 하옵소서’라는 메시지는 모두의 염원이었다.

 

한편 <편액이야기>에서는 오늘날 이모티콘이 연상될 만한 ‘선몽대(仙夢臺)’ 편액과 ‘월천서당(月川書堂)’ 편액을 소개하였다. 퇴계 이황이 쓴 편액들은 숭고한 철학에 위트와 감성까지 더해졌다.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은‘스토리테마파크’에서 창작소재들로 찾아볼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7권을 기반으로 5,480건의 창작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매월 한 가지의 주제를 선정하여 웹진 담談을 발행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일기류를 소재로 하지만 주제의 선정은 지금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이번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조경란 선생은 홍윤정 작가의 문장을 인용하며“서로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기 빌어주고, 서로의 웃는 얼굴이 서로에게 길상도 그 자체가 되길”바란다면서,“그림으로 전 국민이 마음을 전하고 소통하던 세화의 전통이 이어져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한민국 문화콘텐츠의 창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