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춤판을 놀아보니 양반이 동네북이다 권세에 으름장 놓아 미안코 미안네만 비비야 말뚝이야 양반에게도 할 말 있다 인물 좋고 집안 좋고 돈 많으면 죽일 놈인가 강남에 땅 부자면 일단 한 번 조져본다. 학벌 좋고 품 넓어도 일단 한 번 조져본다. 그물에 걸려들면 마당에 끌어내어 털어서 먼지 내기, 강냉이 튀밥 하듯 밀가루 폭탄 터뜨리기, 잘난 놈 먼지에 숨어 제 잇속 차리는 속셈, 네놈이 알고 남이 안다. 탈 쓰고 외치지 말고, 중언부언하지 말고, 패거리 지어 매질 마라. 맨가슴 맨얼굴로 저자에 나와 외쳐보라. 제 허물 먼저 깨닫고 남 허물 들추어라 <해설> 그래, 말뚝이한테도 당하고, 비비한테도 당했으니 양반님 억울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양반도 할 말 있다고 외친다.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인물 좋고 집안 좋고 / 돈 많으면 죽일 놈인가” 아니다. 분명 그렇다고 뭐 죽일 놈은 아니다. 그런데 ‘있는 놈은 나쁜 놈, 인물 좋은 놈은 나쁜 놈’이라며 누가 돌 던지면 함께 우르르 돌팔매질하는 게 세상인심이다. “강남에 땅 부자면 일단 한 번 조져본다. 학벌 좋고 품 넓어도 일단 한 번 조져본다. 그물에 걸려들면 마당에 끌어내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정4품 벼슬인 호군(護軍)의 관직을 주라 “행사직(行司直) 장영실은 그 아비가 본래 원나라의 소주ㆍ항주 사람이고 어미는 기생이었는데, 공교(工巧)한 솜씨가 보통 사람에 뛰어나므로 태종께서 보호하시었고, 나도 역시 이를 아낀다.”... 영의정 황희와 좌의정 맹사성에게 의논하기를, "장영실은 이미 태종 때부터 그 능력을 인정받아 궁중기술자로 종사하였다. 제련(製鍊)ㆍ축성(築城)ㆍ농기구ㆍ무기 등 수리에 뛰어났으며 1421년(세종 3년)에 윤사웅ㆍ최천구와 함께 중국으로 유학하여 각종 천문기구를 익히고 돌아왔고 이후 세종의 총애를 받아 정5품 상의원(尙衣院) 별좌(別坐)가 되면서 관노의 신분을 벗었고 궁정기술자로 활약하게 된다. 상의원은 임금의 의복과 궁중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담당하는 기관이었다. 이후에도 장영실이 자격루 제작에 성공하자 세종은 공로를 치하하고자 정4품 벼슬인 호군(護軍)의 관직을 내려주었다. 이때도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황희가 “김인이라는 자가 평양의 관노였으나 날래고 용맹하여 태종께서 호군을 특별히 제수하신 적이 있으니, 유독 장영실만 안 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자 세종은 장영실에게 호군이라는 관직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짜> 2022년 5월 30일 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박인기, 부명숙, 오종실, 우명길, 이규석, 이규성, 원영환, 최돈형, 홍종배 모두 10명 <답사기 작성일> 2022년 6월 10일 이날 걸은 제3구간은 월정사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대천 따라 간평교 아래까지 주로 둑길을 걷는 9.6km 거리다. 국도 6번 길가에 있는 옛골청국장 식당에 11시에 모여 이른 점심을 먹고서 월정사 주차장으로 이동하였다. 12시 50분에 아홉 명이 주차장에서 출발하였다. 시인마뇽은 혼자 일찍 상원사로 가서 선재길을 걸어 내려와 우리와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다. 월정사로 들어가는 들머리에 있는 아치형 다리가 금강교고 그 아래에 있는 연못이 금강연(金剛淵)이다. 예전에는 금강연에 하중도(河中島, 내의 중간에 물흐름이 느려지거나 흐르는 방향이 바뀌면서 퇴적물이 쌓여 형성되는 섬)가 있었다. 작은 하중도에 함박꽃나무(산목련이라고도 말함)와 소나무가 서 있어서 사진을 찍으면 멋있었다. 그런데 이날 보니 연못을 정비했는지 하중도가 사라지고 경치가 밋밋해져 버렸다. 답사 뒤에 내가 아는 월정사 문화해설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사람은 태어나서 모유 수유에서부터 먹는 것을 시작하게 되는데 먹는 것은 육아의 중심이 된다. 아이들을 진료하다 보면 총론과 각론이란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어떠한 방향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은 총론이고 어떤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은 각론이 된다. 가령 음식을 먹을 때 오래 씹는 훈련을 하자는 것은 먹는 것의 총론이며 한약을 복용하는 동안 기름에 튀긴 음식을 피하자는 것은 각론이 된다. 갓난아기의 먹거리에서 엄마 젖이 넉넉하고 잘 먹으면 문제가 없지만, 모유가 부족하거나 아이가 먹는 것에 먹는 양이 부족하거나 먹고자 하는 욕구가 없으면 어려움이 시작된다. 또한 이유식 시기에 접어들면 너무나 다양한 정보와 아이의 성향에 따른 다양한 문젯거리들이 생겨 육아에 혼란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가 태어나면 대략적인 육아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혼란에 빠지게 되고 더불어 아이의 건강이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신생아의 바른 육아를 위하여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제공하고 방향을 잡기 위한 몇 가지 원칙들을 열거해 보겠다. 1. 아이들 위장의 크기를 알아두자 위장의 크기는 생각보다 적다. 신생아의 평균은 40CC에서 출발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로 살려내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더욱 알차게 준비하여 그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으로 널리 알리는 중이다. 출발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점차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글귀도 끌어내고, 자유롭게 표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누리소통망에서 “#헬로안녕하세요”, “#hello안녕하세요swu”, "한글예술"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말) ▶ 지난 <헬로 안녕하세요> 보러 가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낭패다 낭패로다! 어쩌나 어쩔거나!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진퇴양난(進退兩難), 장량(張良)아 복룡(伏龍) 봉추(鳳雛)야, 계책을 알려다오. 비비님 앞에 서니 나는 왜 작아질꼬. 역발산기개새(力拔山氣蓋世)던 항우(項羽)도 못 당하고 여포(呂布) 관우(關羽) 장익덕(張益德)도 당할 재간 없다하니, 오냐 묵어라, 비우 상하나따나 앵꼽아도 할 수 없다. 내가 니 고조할애빈데 그래도 묵을라쿠모 퍼뜩 쳐묵고 사라져라. 아이쿠! 고조할배요? 그리는 못 합니더! 탐관오리 악덕 양반 징치하러 왔다지만 동몽선습(童蒙先習) 읽은 터에 장유유서(長幼有序) 모를 리가 아무리 헛헛증 심하기로 할애비를 어찌할까 살았다 살았구나! 내가 바로 제갈공명 조상님 은덕인가 부처님이 도왔는가 얼씨구 굿거리장단 한 판 춤을 놀아보자 <해설> 오광대놀이에서 양반을 겁박하는 최고의 등장인물은 비비임은 앞에서 누누이 말하였다. 이리해도 저리해도 도저히 당하지 못하는 상대인데 참 답이 없다. 양반체면에 계속 마당을 끌려다닐 수도 없고, 참 난감하게 되었다. 그 장면을 사설시조로 녹여 보았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진퇴양난(進退兩難), 장량(張良)아 복룡(伏龍) 봉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로 살려내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더욱 알차게 준비하여 그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으로 널리 알리는 중이다. 출발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점차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글귀도 끌어내고, 자유롭게 표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누리소통망에서 “#헬로안녕하세요”, “#hello안녕하세요swu”, "한글예술"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말) ▶ 지난 <헬로 안녕하세요> 보러 가기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어린이들의 건강과 성장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인 잘 먹고, 잘 자고, 왕성한 활동의 결과물에 의하여 자연스레 얻어진다. 그러나 아이마다 타고난 바탕이 다르고, 자라는 환경이 차이가 있다 보니 성장의 차이가 자연스레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타고난 특성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를 살펴서 출중한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1. 노폐물 없이 태어나면 온전한 본래의 기능이 발현 갓 태어난 아기는 밝고 맑고 깨끗하고 티 없는 옥처럼 순수하다는 뜻으로 옥동자라고들 한다. 그러나 아기는 자연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엄마의 몸을 빌려서 태어난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복사판으로 엄마와 아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같이 받아서 이 세상에 탄생했다. 특히 엄마의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자라면서 엄마의 깨끗함과 탁함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다. 탁함의 영향을 받아 드러난 것이 태열이며 대부분 돌 무렵이면 모두 없어진다. 그러나 노폐물은 태열뿐 아니라 장부조직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이렇게 아기 몸에 노폐물이 있으면 자생력을 잃기 쉽다. 곧 본래 설계도대로의 온전한 성장을 방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기가 잘 자라기 위한 첫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쳐 죽일 비비놈아 비비야 비비선생 비비새, 비비추는 내 익히 들었다만 무신 책, 무신 장면에 등장하는 이름인고? 책만 잡았다 하면 눈꺼풀이 축 처지니 설령 읽었다 한들 기억이나 나겠느냐 인명 편 찢어진 부분에 살짝 나오고 없느니라 아하! 그 찢어진 책? 나도 전에 읽었다오 근데 참말로 무엇이든 다 잡아묵소? 생고기 썩은 고기도 안 가리고 잡수신다 자란만 갱물에 사는 치들도 잡아묵소? 치라쿠모 멸치 꽁치에 털치 준치 말하는가? 만난 것, 아작을 내어 비늘 째 먹고 싶다 펄펄 튀는 여치에 뻔득뻔득 산갈치 뿔 두 개에 다리가 넷, 꼬리 달린 송치*는? 육회든 숯불구이든 통째로 씹어보자 입은 욕바가지 마음은 놀부 심보 대가리는 꼴통에다 뱃거죽은 똥자루인 양반도 설마 묵겄나 이것만은 못 묵겄제? 쟁반 위의 양반이라!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딱 한 놈 모자라는 백 놈을 먹었으니 승천이 머잖았구나 고맙도다 횟감이여 ※송치: 송아지의 경상도 방언 <해설> 오광대놀이에선 주로 춤으로만 이야기한다. 그런데 흥이 나면 간혹 재담을 넘기도 한다. 이를테면 “자란만 갱물에 사는 / 치들도 잡아 묵소? / 치라쿠모 멸치 꽁치에 / 털치 준치 말하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귀화인 아버지를 둔 동래현의 노비 장영실의 삶은 부정확한 것이 많다. 이는 그의 출생 배경에서 비롯되는데 《조선왕조실록》에는 장영실의 부친은 원(元)나라 사람으로 소주(蘇州)ㆍ항주(杭州) 출신이고, 모친은 기녀였다고 전한다. 실상 부친이 관노가 아니었음에도 장영실이 관노가 된 것은 모친의 신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선시대 관기(官妓)들은 신분상 천민으로 조선 초기 엄격한 신분제도에 따라 관기의 딸은 관기가 되었고, 아들은 관노가 되었다. 다만, 부친이 원나라 출신의 귀화인이었다는 점은 좀 다른 점이다. 태조에서 세종대까지 조선 정부는 귀화인들의 정착을 위해 조선 여자와의 혼인을 주선하였는데 귀화인들과 혼인한 여성들은 대체로 관노 출신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족(漢族) 혹은 족장과 같은 출신 배경이 좋은 귀화인들은 대체로 양인 여성과 혼인하였다. 따라서 장영실의 모친은 정실부인이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다. 장영실이 태종과 세종대에 살았던 인물이긴 하지만 정확히 태어나고 죽었을 때는 알 수 없다. 다만 《아산장씨세보》에 보면 장영실은 항주 출신인 장서(蔣壻)의 9세손이고, 부친은 장성휘(蔣成暉)로 고려 때 송나라에서 망명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