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부지깽이도 모 찌러 가는 오뉴월 한방장을 훠이훠이 풍채 좋고 신수 훤한 조한량 거동 보소. 풀 멕인 도포 입고 꿩털 처억 높게 꽂은 중절모 눌러쓰고, 명무(名舞)에 붓 한 자루, 손기름 자르르 밴 단소도 동무하니 이만하면 근 달포 지낼 노자 마련은 되었것다. 오냐 가보자 어여 가보자 물 뎁히지 않아도 암탉이며 도야지 솜털까지 죄다 벳긴다는 돈 많고 한량 많은 동래하고도 펄펄 끓는 온천장이 아니더냐. 왜인(倭人)들 떼로 몰려 떼돈 쓰고 나자빠지는 동래 권번(券番)이 거기라면 오냐 놀아보자 화선지 펼쳐놓고 치자 하면 설중매에, 쓰자 하면 초서에다 추어라 하면 나붓나붓 춤사위도 으뜸이니 보아라, 천하의 조금산이 풍류여행 떠나신다 ※조금산 : 호는 금산, 이름은 조용배 (趙鏞培1929-1991). 고성오광대를 이끌던 예인. <해설> 본격적으로 오광대놀이에 들어가기 전에 중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시조다. 지난 회에 실었던 「길 떠나는 광대」가 4수의 평시조를 엮은 연시조라면 이번 것은 사설시조다. 초장과 종장은 평시조 형식을 따랐으나 중장을 길게 늘여 넌출넌출 앞말이 뒷말을 부르고 뒷말이 앞말을 섬기며 넝쿨처럼 이어지는 사설의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 시대의 인물을 탐구하고 있는데 조선 대일외교의 기틀을 세운 이예(1373, 공민왕 22∼1445, 세종 27)가 그 한 사람이다. 원래 울산군 관아의 중인(中人) 아전 출신인데, 태조 5년(1396) 왜적에게 잡혀간 지울산군사 이은(李殷) 등을 구하기 위해 자진하여 대마도까지 잡혀간 뒤 외교력을 발휘하여 군수와 함께 돌아왔고, 그 공으로 아전의 역에서 면제되고 벼슬을 받았다. 25살의 젊은 나이에 군수를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목숨을 걸고 왜구의 배에 올라탄 일이 외교관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의 생애와 활동을 보자. 생애와 활동 ∙ 정종 2년(1400) : 어린 나이로 왜적에게 잡혀간 어머니를 찾기 위해 자청해 회례사(回禮使) 윤명(尹銘)을 따라 일본의 삼도(三島)에 갔으나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 태종 1년(1401) : 처음으로 이키도[壹岐島]에 사신으로 가 포로 50명을 데려온 공으로 좌군부사직에 제수되었다. ∙태종 6년 윤7월(1406) : 일본 회례관(日本回禮官)으로 사로잡혀 갔던 남녀 70여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 태종 10년(1410) : 해마다 통신사가 되어 삼도에 왕래하면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낮 12시 45분에 일행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하였다. 이날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서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신선했다. 걷기에 알맞은 좋은 날씨였다. 일행 가운데 70이 안 되는 젊은 여성이 둘이나 끼게 되자, 70을 넘은 중년 남성들은 모두 기분이 좋은 표정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음양이 섞여야 조화가 이루어지나 보다. 이전 답사와 달리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대화도 딱딱하지 않은 주제로 이루어진다. 지구는 쉬지 않고 부지런히 태양을 돌고 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9월 23일)이 지나자 평창강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정확하기만 하다. 산에 있는 나무들은 아직은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길가에 보이는 들풀들은 어느새 잎이 시들면서 말라가고 있다. 밭에 있는 곡식들과 열매를 맺는 나무들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내가 본 농작물로서는 벼, 수수, 율무, 무, 파, 호박, 고추, 배추, 해바라기 그리고 대추였다. 출발하자마자 작은 언덕을 넘어 내려가는데 왼편 길가에 대추나무가 있었다. 잘 익은 대추가 손 닿는 곳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내가 대추를 하나 따서 먹어보니 약간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현재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은 확산세는 빠르지만, 위중도는 낮다고 발표되고 있다.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에 비해 위중도가 1/4로 경미하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일반적인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증상과 유사하게 콧물, 두통, 기운 없음, 잦은 기침, 가래, 재채기, 인후통이 드러나며 델타 변이에서 보였던 발열, 설사, 미각ㆍ후각 소실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론에 함정 아닌 함정이 숨어있는데 오미크론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에 위증증을 앓는 절대수가 늘어났으며 델타 변이에서 보였던 증상이 병행되어 심한 고초를 겪는 분들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무사히 1주일을 넘기고 완치를 확인했더라도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이 남아있다고 호소한 환자가 87%나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코로나19 후유증은 초기 코로나19부터 델타 변이 시점에도 꾸준히 발표되었으며 현재 유행하고 있는 오미크론에도 존재한다. 기존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폐기능 저하, 탈모증, 피로감, 근육약화, 수면장애(불면증), 후각장애, 미각장애, 섬망증(주
[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아버지와 음식을 먹는 일은 내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무엇인가 맛있다고 해서 많이 드시지도 않고, 그리고 그것만 자주 드시지도 않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고 당신께서 드시고 싶어 사 온 것이라 해도 딱 한 끼니만 드시면 거의 젓가락을 대는 일이 없으셨다. 그런데도 시장에 가거나 상점에 가면, 뭔가 자잘하게 사는 것을 싫어하시는 성격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쯤 되었을 때, 아버지는 포항 죽도시장에서 아마도 가장 큰 문어를 통째로 사 오신 적이 있으셨다. 이 문어의 크기는 지금도 가끔 텔레비전에나 나올만한 크기의 문어였는데, 내 기억으로는 머리부터 다리까지의 길이가 족히 2m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문어였다. 시장에서 이 문어를 보는 순간 뭐에 홀린 것처럼 사게 되셨단다. 그 문어를 집에 가져와서 다리 하나씩 잘라 작은아버지 집에 보내고, 동네잔치를 한 다음에도 몇 주간 그 문어를 이렇게 저렇게 요리해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 뒤론 문어를 잘 먹지 않는다. 우리가 처음으로 텔레비전을 살 때도, 당시 전자대리점에서 다리 달리고 문도 달린 가장 큰 20인치 텔레비전을 구입하셨다. 사실 지금으로 보자면 화면의 크기가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한 무리 광대패들 훠이훠이 재 넘는다 괭과리 징소리에 마음은 바쁘지만 장고야 뛰지도 말고 날라리야 날지 마라 꽃 지는 등성으로 별 먼저 돋아 오고 해 지는 마을에도 쉬어갈 집 있으니 한 세상 펼치면 마당이요 접으면 외줄타기 강물 가고 산벚 져도 강산엔 눈물 없다 어절씨구, 사랑이야! 꽃이 져야 열매 맺지 내일은 말뚝이 되어 장마당을 울려볼까 고성만 자란만에 차오르는 밀물처럼 산첩첩 무량산을 광대패 넘어온다 굽이진 생의 끝자락 바람에 펄럭이고 <해설> 이 시는 전체 54수에 대한 ‘서시’격인 ‘여는 노래’에 해당된다. 합천 초계 밤마리(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栗旨里)는 오광대 탈춤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예전엔 강물이 현재의 고속도로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밤마리 나루터는 중요한 뱃길 교역지였다. 가야산을 흘러내린 대가천과 소가천, 가야천 물줄기가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이라 오일장이 열렸는데 창녕, 합천, 고령 사람들이 주로 모여 성시를 이뤘다. 큰장이 서면 자연 사람이 모이는 법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 광대들 탈놀음도 열렸던 것이리라. 놀이마당이 시작되면 으레 한 많은 사연이 춤사위로 펼쳐지고, 그러다 웃것 아랫것 풍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9월 30일 목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수연 김종제 연영순 오종실 우명길 원영환 조경숙 최경아 최돈형 홍종배 모두 11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10월 10일 일요일 평창강 제11구간은 한반도 습지가 눈앞에 보이는 충북 제천시 송학면 장곡리에서 영월군 남면 북쌍리 평창강가에 이르는 11.9km 거리이다. 이번 답사에는 해당 오종실이 분당 사진동호회원 3명과 같이 참여했고, 평창 용평면에 사는 주민 두 명이 참석하여 모두 11명이 걸었다. 은곡은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루 전에 알려왔다. 지난 한가위에 은곡은 CJ홈쇼핑에서 은곡도마 1만 개 주문을 받아 도마 만든다고 바빠서 못 왔었다. 그런데 일이 잘되려는지, 내년 설을 목표로 은곡도마 판매에 관한 회의가 답사날 있다고 해서 참석 못 하였다. 은곡도마는 은곡거사의 호를 따서 이름을 붙인 도마인데, 작품성과 실용성을 갖춘 인기 상품이라고 한다. 은곡은 평창강 답사팀의 단톡방에 도마를 만들고 있는 작업장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렸다. 그 사진을 보고서 석영이 9월 8일에 아래와 같은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봄이란 계절은 시작과 출발을 상징하며 새로 출발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요구에 호응이 이루어지면 넘치는 활동성을 얻게 되지만 요구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춘곤증 등 무기력이 다가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극도로 확산하고 봄의 여러 가지 힘겨움 속에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왕성한 활력을 얻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이겨내거나 가볍게 지나가게 하기 위한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관리가 요구된다. 우리가 건강을 증진하려고 할 때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먹는 것이다. 넓게 보면 한약이나 양약마저도 하나의 먹거리이며 위장에 들어가면 그저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계절에 따라 건강을 도와주는 건강식품이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다. 전통식품의 흐름상 음식종류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계절의 영향을 받아 제한되지만 이어져 내려오는 것에는 그만한 값어치가 내재하여 있기에 믿을 만하다. 1. 봄에는 강과 바다가 건강을 챙겨준다 봄을 먹거리와 관련해서 살펴볼 때 육지는 보리고개로 대표되는 곤궁(困窮)한 계절이다. 이제 풀이 나오기 시작하고 나뭇가지에 새싹의 조짐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먹을 것은 그저 이제 올라오기 시작하는 나물
[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젊었을 때 워낙 술을 좋아하시고 또 많이도 드시던 아버지는 노년에 통풍으로 무척 고생하셨다. 하지만 등산도 좋아하셔서 많이 다니셨고, 하시던 일도 땀을 많이 흘리는 일이어서, 당신이 말년에 통풍을 앓으시는 것이 이해는 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무척 통증을 호소하셨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큼 약 드시는 것을 싫어하셔서,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은 통증이 극심할 때만 드셨지 거의 버리기 일쑤였다. 우리 집안 남자들의 술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다. 아버지 삼형제의 술 사랑이 남달랐는데, 아버지 바로 아래 동생이신 작은아버지는 등산을 가거나 성묘를 하러 갈 때면 늘 2리터 페트병에 담긴 소주 한 병과 빈 페트병을 들고 올라가셨다. 그러고는 산에 있는 솔잎이나 머루, 다래, 보리수, 심지어는 듣도 보도 못한 희귀한 나무껍질까지 가지고 오셔서 두 병 나누어 담고는 소주를 부어 놓으셨다. 그 병들은 무덤가 이곳저곳 또는 산속 당신만 아는 비밀장소 이곳저곳에 묻어 두셨는데, 몇 년 후 그 묻어 둔 것을 캐내어 드시는 것을 큰 재미로 아시는 분이셨다. 아버지 형제 가운데 아마도 가장 술을 사랑하신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허, 할 말 많은 세상, 그럴수록 더욱 입을 닫으시오 조목조목 대꾸해봐야 쇠귀에 경 읽기니 침묵이 상수요 대신 이놈 말뚝이 잘난 놈 욕도 좀 하고 못난 놈 편에서 슬쩍 훈수도 두려 했는데 어째 영 초발심의 절반도 이뤄내지 못했소 그나마 세상이 조금은 변해서 ‘오적(五賊)’의 시대는 아니니 이쯤에서 그만둘라요 말뚝이 지치니 비비야 나오너라 비비 몸은 사람 형상 머리에 뿔 달렸고 무엇이든 잡아먹는 희한한 괴수요 그런 비비 뛰어나와 양반 징치하지만 종말엔 결국 서로를 얼싸안고 한바탕 웃고 놀고 끝낸다오 소인놈이 펼친 마당은 사연 많은 우리네 삶의 상처와 얼룩 어루만지는 난장이믄 됐소 지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매구치고 놀다보믄 종국엔 영롱한 눈물만 남던 것을 그런 법석 한판을 벌이고 싶었던 게요 어떻소? 그러면 된 것이 아니오? 결국은 지지고 볶아도 어울더울 살자는 게지 표창 던져 니 죽고 내 살자는 악다구니는 아니니 구경꾼은 앉아도 좋고 서도 좋소 이 마당을 펴는데 이래저래 도움 주신 선배, 친구, 후배님들 인사드릴 분이 한두 분이 아니오 뭐니 뭐니 해도 길을 열어주신 고성오광대 이윤석 회장님, 항상 가까이서 맥을 집어주시고 처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