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미 많은 나뭇잎이 옷을 갈아입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고 있다. 10월도 마지막 주로 접어들자 곳곳의 단풍이 화려하게 물들어 눈과 마음을 취하게 한다. 마치 이들 단풍이 곧 멀리 떠날 것이라는 생각 대신에, 영원히 우리 주위에 머물어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만큼 서울 시내 어디나 수목이 많아져 곳곳에 단풍이 황홀하게 물들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상강이란 계절의 변환점을 지났기에 이들은 곧 우리 곁을 떠날 것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가을의 서글픔을 말없이 대변하는 것으로 수국이 있다. 지난 5월부터 서서히 피기 시작해 청초하면서도 화려한 용모를 자랑하던 수국이 어느 틈엔가 색깔이 변해가기 시작해 이제는 완연히 누런 갈색으로 변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젊은 날의 그 기품을 생각하면 볼품이 없어진 얼굴이 불쌍해 보이는 것은, 모든 생명이 걸어가는 길이기에 새삼 서러워할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기억하는가? 5월 말 시작된 푸릇푸릇한 꽃의 잔치를? 수국이란 중국 이름 수구(繡球) 또는 수국(水菊)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보며, 옛 문헌에는 자양화(紫陽花)라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못난 역사도 역사다. 우리 역사에는 영광에 가득 찬, 빛나는 업적을 세운, 후세에 자랑스럽게 전할 만한 역사만 있는 건 아니다. 못난 모습도 많았다.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 적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서로 분열하며 탁상공론만 거듭하던 모습, 그리고 마침내 적에게 굴욕스러운 항복을 하는 모습까지. 이 모든 장면을 합친 역사가 병자호란이다. 1636년 병자년, 12월 겨울부터 약 두 달 동안 이어진 전쟁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60만 백성이 포로로 끌려가고 수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본래 강화도로 피신하려던 인조는 적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다가오자 급히 남한산성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책, 《남한산성의 눈물》은 이때 인조를 따라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공조참의 나만갑(羅萬甲)이 남한산성에서 쓴 《병자록(丙子錄)》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일종의 전쟁일기인 《병자록》에는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 백성들의 공포,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의 불안, 남한산성 안팎의 긴박했던 순간, 전쟁이 끝난 뒤의 상황까지 병자호란의 처음과 끝이 소상히 담겨있다. 비극은 그해 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병자년 늦은 봄, 청나라의 두 장수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는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각 계절이 약 3달의 주기를 띠기 때문에 각 계절이 주는 자연의 혜택을 명확하게 누릴 수 있다. 그 이면에는 계절이 변하는 시점의 변동에 적응하지 못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게 보내기도 한다. 올해는 봄부터 날씨의 이상 조짐이 보이기 시작해서 환절기 감기와 비염으로 많은 환자가 괴로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막상 닥친 계절의 변화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하여 많고도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켰다. 올해 날씨의 특징은 “1개월이 앞섰다”로 말할 수 있다. 봄에 더위가 1달 당겨졌으며, 여름에는 6월부터 불볕더위로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더워질 때마다 비가 와서 비교적 무난한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계절의 문제는 가을 환절기부터 시작되었다. 전통적으로 가을 환절기는 8월 말, 9월 초의 1달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때 비염환자가 가장 고생한다. 그런데 올해는 가을 환절기가 8월 초중순부터 시작되어 우리 몸이 더위를 만끽하지도 못한 채로 환절기를 맞게 뙈 기초 체온 조절력이 약한 분들에게 피부와 호흡기 질환을 확산시켰다. 더구나 하루 온도 차와 주간(週間)온도 차가 심해서 가을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보다시피 이 몸은 심심산골 중놈이오 내가 자발적으로다가 온 것이 아니라 박하분 냄새가 날 인도하였으니 이해들 하더라고. 밤낮없이 용맹정진(勇猛精進) 초의채식(草衣菜食) 하였더니 몸이 영 부실하여 약 삼아 개장국에 뒷다리 수육 두어 접시, 목메니 물 삼아 탁배기 한 동이 먹고 보니 아랫도리 뻐근하여 몸 좀 풀러 온 길이오. 뭣이여? 날 더러 부도덕? 차라리 돌로 치소 저잣거리 가득 메운 군자님들 들어보소 갑자기 부도덕 부도덕하니 이빨 뽀드득 갈리면서 설사 뿌드득 나올란다. 식첸가 급첸가, 아이고 속이야! 더럽고 메스껍다. 우리 불자들은 밥보시, 돈보시 보다 육보시를 중히 치니 불제자 된 도리로 못 본 체할 수 없음은 당연지사 툭 까놓고 얘기해서 나는 잡놈에 땡중이요. 그래도 출퇴근 버스 대절하여 남의 신도 가로채고 면죄부 팔고, 부적 팔아 살진 않소. 아미타불도 하다 보면 재미타불이 되기도 하고 그 짓도 심심하면 니미기씨불이 되기도 하니 부처가 별거든가 깨치면 성불이지. 이미 나는 도(道) 텄응께 시방 예가 도솔천이요 미륵세상이로구나. 쯧쯧쯧 법문 들었으면 불전이나 내놓아라 내가 자발적으로다가 온 것이 아니라 박하분 냄새가 날 인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2년 6월 14일 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형대 권중배 부명숙 오종실 이규석 이규성 원영환 최돈형 모두 9명 <답사기 작성일> 2022년 7월 3일 동강 따라 걷기 제4구간은 진부면 호명리 오대천의 작은 보에서 시작하여 오대천 따라 청심대까지 걷는 10.5 km 거리이다. 이날 강릉에 사는 김형대 PD가 참석했다. 김형대 PD는 작년에 우리가 평창강을 걸을 때도 한번 참석한 적이 있다. 그는 그 유명한 <차마고도> 다큐멘터리 촬영팀에서 일했었다. 이날 그는 360도를 촬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기기를 가져와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나의 중학교 동창인 권중배가 이날 처음 참석했다. 그는 전날 우리집에 와서 잤다.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에 친구와 함께 평창역으로 가서 석주를 태우고 다시 진부역으로 가서 김형대 PD를 태우고 점심식사 장소로 갔다. 국도 6번 도로가에 있는 옛골청국장 식당에서 11시에 모여 이른 점심을 먹었다. 해당과 은곡과 이규성 교수는 막걸리를 한 병 시켜서 먹었다. 오대천 왼쪽 언덕 작은 보가 있는 지점에서 12시 45분에 출발하였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어느새 가을이 왔구나. 이따금 찬 바람이 불고, 늦은 비라도 방울방울 볼을 때릴 때면 나도 모르게 우수에 젖게 된다. 패티 킴의 노래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런 때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성은 김이요, 이름은 우수라고 했다. 왜 이름이 우수일까? 봄을 알리는 봄비를 뜻하는 우수일까? 가을을 재촉하는 빗방울처럼 쓸쓸한 마음의 우수일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설명을 들을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다. 김우수라는 사람은 11년 전 9월 23일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는 병원에 실려 간 뒤 25일 만인 이달 10월에 저세상으로 갔다. 1957년생이라고 하니 그때 나이가 55세, 60도 되기 전이다. 그는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우동을 배달하던 중이었다. 급히 병원에 실려 갔지만 세상을 떠나게 되자 이 사람이 누구인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부모를 모르는 고아였다. 일가친척도 없었다. 고아원에서 나와서 험한 세상에 던져지자 누구처럼 사고도 치다가 방화범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거기서 소년소녀가장들이 사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나와 오토바이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도미와 아랑. 삼국사기 <도미전>에 나오는 이 부부는 한국 설화에서 가장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세기의 한 쌍’이다. 백제 개로왕이 용모가 아름다운 아랑을 보고 욕심이 일어, 남편 도미의 눈을 멀게 하고 강제로 취하려 하자 도망친 아랑이 다시 도미와 해후하여 고구려 땅에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이 절절한 사랑은 후대의 많은 작가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우물이 되었다. 월탄 박종화는 이 설화를 바탕으로 단편소설 ‘아랑의 정조’를 썼고 최인호 작가도 이 소설, 《몽유도원도》를 길어 올렸다. 머리말에서 그는 ‘우리나라 설화 속에서 이와 같이 피처럼 절실하고, 죽음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일찍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라며 한 편의 고서화를 보는 것 같은 ‘고졸한’ 느낌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머릿말) 나는 《몽유도원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설화 중에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하나쯤 빌려와 낡은 고서화를 보는 것 같은 고졸한 느낌의 소설 하나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줄임)… 제목을 ‘몽유도원도’라고 한 것은 조선 세종 때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노닐던 도원경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대장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발효 식품을 꼽는다. 대장의 주요 기능이 발효를 통해 마지막으로 소화ㆍ흡수하고 더불어 깨끗한 똥을 내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학적 관점으로 보면 대장은 금(金)의 장부로서 금기(金氣:기운을 모으면서 단단하게 하는 작용을 말하고 신체에서는 몸을 맑게 하고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작용을 말함)를 생산하여 이를 사용하는 장부다. 따라서 대장을 튼튼하게 하는 음식은 금기(金氣)를 강하게 하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대장과 음식의 관계에서 대장은 소화기관의 마지막 장부라는 것이 변수로 작용한다. 곧 대장에 아무리 도움을 주는 음식이라 하여도 위장부터 시작하는 선행 장부에 부담을 주는 음식이라면 선행 장부로부터 이루어진 부담이 고스란히 대장에 누적되기 때문에 위장과 췌장을 중심으로 한 선행 장부에 부담을 주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섭취해야 한다. 1. 가을의 제철 음식이 대장을 튼튼히 한다 우리나라의 음식을 떠올려보면 4계절의 혜택을 넉넉히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계절의 변동에 따른 제철 음식이 있고, 절기마다 먹으면 건강해지는 음식들이 존재한다. 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로 살려내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더욱 알차게 준비하여 그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으로 널리 알리는 중이다. 출발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점차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글귀도 끌어내고, 자유롭게 표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누리소통망에서 “#헬로안녕하세요”, “#hello안녕하세요swu”, "한글예술"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말) ▶ 지난 <헬로 안녕하세요> 보러 가기 https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 스님 들어온다 목탁은 어데 두고 고깔에 덩실덩실 장삼자락 휘감으며 왕년에 놀아본 솜씨 예사내기 아니신데? 얼씨구 저 춤사위 큰물에서 놀아본 듯 부잣집 외아들로 권번 섭렵 하였던가 과거도 사연일랑도 묻지 말고 덮어두자 < 해설 > 2수로 된 평시조다. 특별한 시적 장치를 하지 않았고, 그저 평범한 시조로 춤판을 그려 보았다. 스님 등장한다. 장삼에 길게 늘인 옷소매의 우아한 춤가락이 춤판을 휘젓는다. 경을 외거나 참선을 하는 스님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승무 가락을 보니 필시 저잣거리 춤판을 전전하며 놀아본 솜씨가 예사가 아니다. 어쩌면 저 옷 벗어버리면 권번에라도 뛰어갈 태세다. 묻지 마시라. 태생도, 신분도, 고향도. 어차피 이곳에선 춤 잘 추는 이가 주인공이니 춤사위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 사연 없는 사람 어디 있던가. 오광대에 꽃각시 유혹하는 승무 없으면 무슨 재미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