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일하다’와 짝을 이루는 ‘놀다’는 일제의 침략을 만나서 갑자기 서러운 푸대접을 받았다. 저들은 우리네 피를 남김없이 빨아먹으려고 ‘부지런히 일하기[근로]’만을 값진 삶의 길이라 외치며 ‘노는 것’을 삶에서 몰아냈다. 일제를 몰아내고 분단과 전쟁과 산업화로 이어진 세월에서는 목숨 지키는 일조차 버거워서 ‘놀다’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놀다’는 ‘일하다’를 돕고 북돋우고 들어 올리는 노릇이고, ‘일하다’에 짓눌린 사람을 풀어 주고 살려 주고 끌어올려 주는 노릇이며, ‘일하다’로서는 닿을 수 없는 저 너머 다함 없는 세상으로 사람의 마음을 데려다주는 노릇이다. 그래서 우리네 삶에서 밀려난 ‘놀다’를 다시 불러들여 제대로 가꾸는 일에 슬기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놀다’는 네 가지 이름씨 낱말로 우리네 삶 안에 살아 있다. 움직씨 ‘놀다’에 가까운 것에서부터 ‘놀기’, ‘놀이’, ‘놀음’, ‘노름’이 그것들이다. 그러니까 움직씨 ‘놀다’가 ‘놀기’라는 이름씨로 탈바꿈하여 벌어져 나오면, ‘놀이’를 거치고 ‘놀음’에 닿았다가 마침내 ‘노름’까지 가지를 치며 나아가는 것이다. ‘놀기’는 ‘놀다’를 이름씨로 바꾸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중독, 파멸의 지름길’이라는 주제로 이야기주제공원(스토리테마파크) 누리잡지(웹진) <담(談)> 11월호를 펴냈다. 최근 연예인 마약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사회에 물의를 빚는 마약과 도박 중독에 대해 조선 시대에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피고, 바람직한 현대 사회를 위해 작은 실마리라도 던져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공무원과 노름꾼의 결탁 <노름으로 패가망신한 양반과 청부업자로 전락한 수령>에서 전경목 명예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는 한 양반의 탄원서를 통해 조선 후기 노름으로 인한 폐해와 노름꾼과 수령의 유착 관계 등을 이야기한다. 전라도 장수현에 살던 양사헌(梁思憲, 1858~1888)은 노름에 손을 댔다가 가산을 탕진했다. 노름빚 때문에 양사헌은 감옥에 갇혔는데, 그는 문득 노름은 불법 행위인데, 노름빚을 받아달라는 청원을 올린 자와 이를 용인한 수령도 모두 이상하다고 여겼다. 양사헌은 수령이 도박꾼의 부탁을 받고 노름빚 상환 청부업자가 된 것으로 의심했고, 자신이 노름빚을 다 갚았다는 사실을 관에서 증빙해달라고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전 교수는 어느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