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수중 선배님이 《물고기 귀로 듣다》 시집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번에도 말학(末學) 후배인 저에게까지 시집을 보내주시니 늘 죄송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번 시집은 8월 15일에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광복절에 세상의 빛을 받았으니 더욱 의미가 있네요. 그동안 선배님 시를 보면 인간의 개성은 말살되고 규격화되고 소외되는 현대사회에 대해 일침(一針)을 놓는 시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바로 전의 시집은 시집 제목 자체를 아예 《규격론》이라 하여 이러한 비판의식을 더욱 앞세웠지요. 이번 시집에도 ‘규격론2’를 실어 그런 비판의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가끔 주인에 끌려 양재천을 산책합니다 걸으면서 절대 다른 개에 한눈팔 수 없어요 나는 일찌감치 중성수술을 받았어요 씨를 함부로 뿌려 족보의 희소가치를 망치면 안 되니까요 수술대 위에서 나는 하염없이 울었어요 내 귀한 후손을 볼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만 나는 웬일인지 눈물을 많이 흘려요 눈물 자국으로 눈 주위 얼굴 주변 털이 뭉쳐버리자 주인의 뜻대로 미안용(美顔用)으로 눈물샘까지 제거당했어요 나는 웃프게 웃프게도 더 이상 울 수도 없게 되어버렸어요 시 ‘규격론2’의 뒷 부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시선사에서 한국 대표 서정시 100인선을 내며 61번째로 박수중 시인의 시집 《규격론(規格論)》을 펴냈습니다. 시선사에서는 기획 의도를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의 현대시는 독자와의 소통에서 벗어나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시인만 남아 있고 독자는 멀어져간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는 좋은 작품을 향유하고 감상해야 할 문학의 기능적 측면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시선사는 이를 바로잡고 시인과 독자와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한국 대표 서정시 100인선을 기획하였다.” 공감합니다. 저는 10여 년 전에 월간중앙에 글을 연재한 인연으로, 그 후 월간중앙을 구독하고 있는데, 월간중앙에서는 잡지의 처음에 매번 시 한 편을 싣습니다. 그런데 제가 워낙 시심(詩心)이 메말라서인지, 공감되는 시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시는 왜 이리 어렵지?’ 하며 툴툴댄 적이 있었는데, 시선사에서 저 같은 독자들을 생각하여 이런 기획을 하였군요. 박수증 시인은 제 고교, 대학 선배입니다. 광복 전 해인 1944년에 황해도 연안에서 태어나셨으니까, 저보다 한참 선배이시지요. 서울법대를 나왔다는 것은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