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신안의 명물 '동백파마 벽화', 그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암태도를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벽화 때문이다. 목포에서 배를 타지 않고 승용차로 신안군 천사의 섬(1004개의 섬을 비유해서) 을 둘러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신안군 암태도는 일제강점기 농민들의 소작료 인상과 노동력 착취에 저항하여 악덕 지주의 탄압에 맞서 싸운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항일농민운동은 1923년부터 1928년까지 5년 동안 암태도, 지도, 도초도, 자은도, 매화도, 하의도 지역에서 일어났으며 이 지역의 소작쟁의는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동백파마 벽화(다른 이름 기동삼거리 벽화)’ 는 암태도 기동 삼거리에 있는 손석심 할머니와 문병일 할아버지 댁 담장에 그려져 있다. 주인공인 부부의 담장 안에는 동백 두그루가 나란히 서 있는데 그것을 머리로 삼고 벽에 두 부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동백나무가 파마 모습으로 응용된 것으로 동백이 피는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빨간 조화가 달려 있어 무척 화려하다. 이 벽화는 신안군의 요청으로 화가들이 협업해 작업한 설치벽화라고 한다. 신안의 섬들을 연육교를 통해 승용차로 달리다 보면 거의 '섬'이라는 느낌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가을이 오기 전에는 한마디 말도 없더니 우수수 낙엽 지는 밤 불현 듯 다가온 사람 첫마디 사랑 이야기는 바람이 몰아가더니 떨어진 꽃 잎 새마다 얼룩진 발자국 -이동원 ‘가을이 오기 전에는’- “애잔한 알토 색소폰 연주로 문을 여는 <가을이 오기 전에는>에서 우리는 이동원만이 지닌 가을의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다. 이동원의 목소리는 결이 여럿이며, 포근한 지성미를 갖추고 있다. 그러기에 낙엽 밟는 소리가 들려오는 샹송풍의 노래와 잘 어울린다. 그의 독특한 박자감과 호흡 역시 매력을 더해준다.” 이는 <우리문화신문>에 연재한 ‘김상아 · 김민서의 음악편지’(116회)에서 다룬 글의 일부다. 가을이다. 그러나 대지를 달구던 뜨거운 여름날의 찜통더위와 연이은 태풍으로 ‘가을’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더위 가시고 태풍이 얼추 걷히고 보니 문득 잊었던 그 가을이 우리 코앞에 다가왔음을 느낀다. 낙엽이 우수수 지기 전에, 오랜 벗들을 부르고 싶은 것일까? 음악칼럼리스트 김상아ㆍ김민서 부부로부터 들꽃까페 <노래꽃 피는 마을> 개막 잔치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연전부터 강원도 삼척시 원덕 산골짜기에 음악까페를 만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천혜의 섬 홍도, 전남 신안 흑산면의 아름다운섬 홍도의 비경은 언제봐도, 누가봐도 근사하다. 그러나 홍도 섬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 환경은 열악하다. 농경지가 풍부한 신안의 다른 섬과 달리 홍도는 바위산이라 논은 고사하고 밭뙈기 한평 없는 섬이다. 이 섬의 주 수입은 관광수입이다. 그런데 지난 2년 넘게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급감한데다가 가을철 태풍이 몰아치면 또다시 손님들의 발이 묶인다. 홍도를 찾은 지난 17일(토), 목포에서 홍도섬으로 들어가는 페리호에서의 걱정은 제14호 태풍 '난마돌'의 상륙이었다. 다행히 일본열도를 통과했지만 홍도쪽에도 강풍이 거세어 간신히 유람선을 타고 섬경치를 둘러볼수 있었다. 홍도는 유람선으로 섬관광을 하지 않으면 볼만한 것이 없는 지라 태풍으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관광을 마쳤다. 사실 1박을 하고 느긋하게 유람선과 섬안의 풍광을 즐겨보려던 참이었으나 이튿날 난마돌의 상륙으로 목포행 배가 멈출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부랴부랴 오전 배로 목포로 나와버렸다. 아쉬웠다. 홍도 토박이인 하나모텔 주인장 부부는 태픙으로 목포로 나가지 못하면 어쩌냐고 이른 아침부터 여객터미널에 배가 뜨는지 알아봐주는 등 세심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는 누구인가>를 쓰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니 돈, 명예, 여자, 섹스, 마약, 술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탐했던 것 던져버리고 그냥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사람 -허홍구 시 ‘이장희’ 시 가운데서 -가수 내게 백내장 수술을 해준 특별한 의사 수술을 하기 직전 내가 들었던 그의 기도소리 수술 전 의사의 특별한 기도의 체험은 감동이었고 눈보다 먼저 마음이 환하게 밝아져 왔다 –허홍구 시 ‘이재용’ 시 가운데서 -안과의사 빛이 통하지 않는 곳은 캄캄한 암흑의 세상이다 바람마저 통하지 않으면 숨막히는 감옥같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반목과 불신으로 이어지고 노사가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회는 행복하다 그 소통의 도구는 정직한 마음이며 말과 글이다 뭔지도 모르고 남 따라 흉내 내는 의식은 가짜다 스님들만 아는 어려운 불교의식을 한글로 풀어써서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통할 수 있도록 이끄는 스님 - 허홍구 시 ‘법현스님’ 가운데서 – 태고종 열린선원 원장 두메산골마을에 작은 교회 젊은 목사님이다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 많은 산골마을의 교회 20여명 신도들에게 알림글을 돌렸단다 보일러나 냉장고 등 전기제품이 고장나거나 텔레비전이 안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그 꽃을 어디서 보았을까? 아주 오래전의 일로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작고 아담한 암자의 뜨락이었던 것 같다. 한 겨울에 눈송이처럼 마른 벚나무 가지에 피어있던 연분홍이라기보다 흰색에 가깝던 그 연약한 꽃을 나는 어쩌다 핀 ‘겨울벚꽃’ 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꽃에 이름이 있었다. 후단자쿠라(不断桜)! 얼마 전, 일본의 중견 시인이 보내온 시집 제목이《不断桜, 일본 발음은 후단자쿠라, 이하 ‘不断桜’》였다. 우리말로 한다면 ‘겨울벚꽃’ 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쓴 일본의 중견 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 都, 75) 씨는 윤동주의《空と風と星と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도쿄 콜삭사에서 펴내(2015년 7월) 한국에도 꽤 알려진 시인이다. “후단자쿠라(不断桜)는 11월부터 4월까지 피는 벚꽃입니다. 원래 벚꽃은 봄에 피는 것이지만 후단자쿠라는 늦가을부터 봄을 맞이하기까지 피는 꽃이라 더욱 마음이 끌려서 책 제목을 그렇게 지었지요. 이번에 낸 시집은 약 10년 만에 낸 책입니다. 약간 망설임이 있었지만 나이도 있어서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시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동안 틈틈이 써둔 내용을 엮은 것입니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중수교 30돌을 맞아 대한민국 보물로 등록된 윤봉길 의사의 자필 이력서와 유서를 비롯한 백범일지 초판 서명본 등이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국가보훈처(처장 박민식)는 5일 “9월 6일(화)부터 12월 25일(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임시정부기념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1992년 맺어진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수교 이후 진행된 임시정부청사 복원 등 각종 유물 155점을 공개하는 특별전시를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금란지교(金蘭之交), 위대한 동행’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중수교 이후 진행된 임시정부 청사 복원’과 ‘독립운동가의 유해봉환 사업’, ‘공동학술조사와 연구’ 등 3부로 나눠 전시된다. 1992년 맺어진 한중수교는 임시정부 청사를 비롯한 유적지를 찾아 보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상하이 보경리(普慶里) 4호 청사를 시작으로 충칭 연화지(蓮花池) 건물과 항저우 호변촌(湖邊村) 청사에 이어, 최근에는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청사까지 복원되어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1부,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의 복원’에서는 임시정부 시절 독립운동의 긴박함과 그 과정에서의 임시정부 활동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9월1일) 낮2시, 서울 종로구 천도교중앙대교장에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99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추모식과 분향, 오충공 감독의 '감춰진 손톱자국-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영화 상영과 가수 문진오의 ‘조선인의 발’ 추모 공연이 있었다. 아울러 학술토론회로 '관동대지진 100년의 과제'가 열렸고 관동대지진 당시 사진전도 열렸다. 1923년 9월 1일 낮 11시, 일본 관동지방(도쿄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 군마, 도치기, 이바라기, 치바현)에 큰지진이 일어났다. 리히터 지진계로 7.9도를 기록한 이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이를 일본에서는 ‘관동대진재(關東大震災, 간토다이신사이)’라 부르고 한국에서는 ‘관동대지진’이라 부른다. 문제는 이 큰지진 때 일본인에 의한 ‘조선인 대학살’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관동지방에 살고있던 조선인들은 일제의 조직적인 ‘조선인 학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제는 지진으로 혼란한 틈을 타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이를 제압하기 위한 명목으로 도쿄ㆍ가나가와ㆍ사이타마ㆍ치바현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들은 ‘조선인 폭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문화를 접근하는 길은 폭넓고 다양하다. 좋은 접근 방법은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속속들이 일본문화를 알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간접체험이다. 간접체험 가운데는 강의나 강연 또는 지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얻는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손쉬운 것은 독서를 통해 얻는 방법일 것이다. 일본문화를 책을 통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있어 소개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고전독회(이하 고전독회)에서 펴낸 책이 그것이다. 고전독회에서 펴낸 일본문화 관련 책 가운데 《의식주로 읽는 일본문화》, 《놀이로 읽는 일본문화》, 《동식물로 읽는 일본문화》 세 시리즈는 그 내용에 있어 웬만한 ‘일본문화’를 포용하고 있어 이 분야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의식주로 읽는 일본문화》를 보면, 문학작품에 나타난 복장, 옷 선물, 속대, 향기, 머리, 머리카락, 빗 등을 다루고 있다. ‘옷에 물든 여인의 매력’ 편에서는 헤이안 시대 문학작품인 《겐지 이야기》에 나타난 새해맞이 옷을 선물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옷을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산골작이 오막사리 나즌굴뚝엔 몽긔몽긔 웨인내굴 대낮에솟나 감자를 굽는게지 총각애들이 깜박깜박 검은눈이 뫃여앉아서 입술이 꺼머케 숱을바르고 넷 이야기 한커리에 감자하아식 산골작이 오막사리 나즌굴뚝엔 살낭살낭 솟아나네 감자굼는내 - 윤동주 ‘굴뚝’ 1936년 가을- 이는 윤동주(1917-1945) 시인이 만 19살 때 쓴 시로 산골짜기 오막살이에서 친구들과 감자를 구워 먹는 모습이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굴뚝>을 비롯하여 <고향집>, <오줌싸게 지도>, <애기의 새벽>, <이런날>, <무얼 먹구 사나>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윤동주 시인의 시 스무 편과 간도 지역의 당시 사진 200여 장을 곁들인 책 《동주의 시절》(간도사진관 시리즈 1권, 도서출판 토향)이 출간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신간 《동주의 시절》에 소개되고 있는 사진은 류은규 사진작가가, 글은 도다 이쿠코 작가가 쓴 것으로 어제(29일), 이 작가들을 만나러 인천관동갤러리를 찾았다. 류은규, 도다 이쿠코 씨는 부부 작가로 이들은 1993년부터 중국 헤이룽장성 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봉숭아, 채송화, 분꽃, 해바라기, 백일홍, 나팔꽃...이런 꽃들은 어린시절 흔하게 보던 꽃이지만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어제 파주시 공릉천변에 활찍 핀 나팔꽃을 보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나팔꽃은 울타리 같은 곳에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습성이 있는지라 도심의 인공정원에서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가끔 보고싶을 때가 있다. 요즘 신도시는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크고 작은 정원이 필수 시설처럼 꾸며져있는데 거기 심어 놓은 꽃들은 대개 장미나 백일홍 따위가 많고 조금 다른 것이라야 이름을 알 수 없는 서양꽃들이 태반이다. 장미 따위가 보기 싫다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들이나 시골 마당가에서 흔하게 보던 꽃들도 비록 인공정원이지만 심어보면 어떨까해서 하는 말이다. 참고로 이 나팔꽃을 두고 '미국 나팔꽃' 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국 나팔꽃'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미국 나팔꽃이라고 조언을 해준 곳은 식물이름을 알려주는 사이트 <모야모>이며, 미국 나팔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봐도 한국 나팔꽃과의 차이를 알려주는 곳이 없어 독자들에게 한국 나팔꽃과 미국 나팔꽃의 차이에 대한 자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