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산청 내원사 삼층석탑 - 이달균 뒷짐 진 채 탑은 걷고 절은 그저 못 본 척 때 이른 산천재 남명매 진다고 그래도 비로자나불 아는 듯 모르는 듯 부처는 산을 보는데 보살은 안개를 본다 물은 갇혀 있어도 연꽃을 피워내고 흘러서 닿을 수 없는 독경소리만 외롭다 벗들의 전화음도 저 홀로 길을 잃을 때, 머뭇거리지 말고 지리산 내원사 가자. 그곳에 닿기 전, 남명 조식이 기거하던 산천재에 남명매(南冥梅) 진다 하여 잠시 들렀다. 그 여정에 있어 남명매가 덤인지 내원사 석탑 구경이 덤인지 굳이 선후를 잴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내원사는 산청군 삼장면 장당골과 내원골이 합류하는 곳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되도록 여름은 피하고 봄가을 혹은 초겨울쯤이면 더 좋다. 장당골 계곡을 건너는 작은 다리가 반야교다. 비 온 뒤라면 이 다리 위에서 물안개가 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탑은 대웅전 앞에 서 있다. 원래 흰빛이었을 화강석은 불에 타 황갈색을 띠고 있으며 도굴꾼에 의해 훼손 상태가 심하여 원래의 미려한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디 번듯한 탑만 탑이랴. 오면서 본, 지고 있는 매화도 꽃은 꽃이었다. 지리산 산안개에 상륜부가 감춰진 얼룩얼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사람들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한다. 백 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 이것은 사람들이 객관적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여러 가지 감각들 가운데서 시각 곧 보는 것이 차지한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시사해 주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의 많은 단어에는 “보다”라는 동사가 많이 곁들게 된다. 피아노 소리를 “들어+보다”, 아기 얼굴을 “만져+보다”, 꽃향기를 “맡아+보다”, 이밖에도 두드려 보다. 때려본다. 웃어본다, 울어본다. 밟아 본다, 핥아본다, 바쁜 척해본다. 예쁜 척해본다, 슬픈 척해본다, 놀란 척해본다… 본다는 것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다”라는 성구도 바로 장님이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생겨난 슬픈 옛이야기에서 온 말이다. 태초의 혼돈을 열고 한 주일의 시간으로 세상을 만드셨다는 그분은 사람을 만드시고 그 눈을 띄워주어 아득히 펼쳐진 아름다운 들과 산과 강과 바다와 하늘을 보도록 하였으며 자신도 이 모두가 “보기 좋았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분이 띄어준 눈은 다만 물체의 형태나 색깔 등을 가려보는 약 390미리 미크론에서 770미리 미크론 사이의 가시적인 시각만일 뿐 그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올해는 시작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질환에 의하여 개인의 생활과 사회의 활동이 모두 위축되어 있다. 보통의 바이러스 유입은 우리 삶에서 수시로 이루어지는 일상으로 우리 몸의 치밀한 방어시스템에 의하여 이를 이겨내고 스스로 해소하지 못하면 한약과 양약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넓은 전염력과 급속한 폐렴발생, 높은 치사율을 가진 상태로,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보니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을 주고 있고 피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 되면서 사회를 혼란케 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DNA나 RNA를 유전체(genome)로 가지고 있으며, 단백질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혼자는 증식할 수 없으여 숙주 세포(host cell) 내에서 복제를 하며, 세포 사이에 감염(infection)을 통해서 증식한다. 곧 숙주세포의 에너지원과 재료가 필요하여 감염되면 세포가 에너지원을 잃음으로서 활동이 저하되고, 손상을 받아 파괴되는 것이다. 보통의 바이러스 감염은 피부와 점막(호흡기, 소화기, 비뇨기 점막과 눈의 결막)을 통하여 감염되는데, 코로나19는 침방울(비말)로 호흡기 점막(소화기점막 포함)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카이세리에서 괴레메까지 거리는 71km이다. 우리가 탄 버스는 매우 안락하고 내부 시설이 좋은 관광버스였다. 남자 차장이 있었는데, 승객들에게 마실 차를 가져다주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말이지, 터키 사람들은 어디서나 친절하다. 괴레메는 카파도키아 지방을 관광할 때에 꼭 거치는 중심 도시이다. 나는 인터넷을 검색하여 다음과 같은 정보를 알아내었다. 카파도키아(Cappadocia)는 예전의 소아시아의 중앙에 있는 지역 이름으로서 오늘날 터키의 카파도캬(Kapadokya)에 해당한다. 아나톨리아 고원 한가운데에 자리한 카파도키아는 실크 로드가 통과하는 길목으로 대상 행렬이 근대까지 이어졌다. 카파도키아는 매우 넓어서 동서로 최대 400㎞, 남북으로 최대 250㎞에 달하는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300만 년 전 에르스시예스 산(3917m)에서 대규모 화산이 폭발할 때 마그마 분출로 만들어진 용암 바위 주위로 화산 분진이 내려앉아 응회암으로 굳어졌는데, 응회암은 화성암에 견주어 경도가 약하기 때문에 쉽게 풍화되어 깎여 나가고 카파도키아 지역 특유의 버섯 모양의 바위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지역에는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앵도나무[학명: Prunus tomentosa THUNB.]는 장미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의 키가 작은나무’다. 앵두는 꾀꼬리가 먹으며 생김새가 복숭아와 비슷하다고 하여 ‘앵도(鶯桃)’라고 하다가 ‘앵도(櫻桃)’가 되었다. 하지만 옛 문헌에 앵(櫻)은 벚나무로 읽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산매자(山梅子), 작매인(雀梅仁), 욱이인(郁李仁), 욱자, 체인, 산매자, 앵(櫻), 앵두, Korean-cherry, Manchu-cherry라고도 불린다. 한방에서 욱리인(郁李仁)이라하여 약용, 관상용, 식용이다. 꽃말은 수줍음이다. 옛사람들은 단순호치(丹脣皓齒)라 하여 미인의 조건으로 붉은 입술과 하얀 이를 들었다. 잘 익은 앵두의 빨간 빛깔은 미인의 입술을 상징했으며, 앵두같이 예쁜 입술을 앵순(櫻脣)이라고 불렀다. 앵두나무의 전설은 옛날에 한 효심 깊은 농부와 앵두를 너무 좋아하던 늙은 어머니가 살았는데, 병으로 앓던 어머니가 앵두를 너무나 먹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직 앵두가 나기엔 너무나 이른 시기였다. 그러나 농부의 간절한 눈물에 때 이른 앵두나무 가지에 앵두가 열렸고, 그 달콤한 맛을 본 어머니는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1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새벽 2시에 카이세리역에 도착하니 캄캄한 밤이다. 이제 여행도 3주가 되어가고 여행 가방을 끌고 가면서 갑자기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아마도 우리가 탄 기차는 아침에 앙카라에 도착하도록 시간표가 맞추어져 있나 보다. 카이세리는 중간역이기 때문에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고 조명도 어둡고 역 앞은 조용했다. 우리는 모처럼 택시를 타고 예약한 호텔로 갔다. 그 호텔은 지금까지의 숙소와는 달리 시설이 좋은 서구식 고층 호텔이었다. 병산에게 물어보니 1박에 미화로 28달러(우리 돈으로 3만원)라고 한다. 오전 11시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8층 방으로 가서 각자 잠을 잤다. 나는 요즘에 잠을 적게 잔다. 원래는 잠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차츰 잠이 적어져 최근에는 하루에 4~5시간 정도 자면 충분하다. 아침 7시쯤 잠이 깨었다. 슬기전화(스마트폰)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카이세리에 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과 같은 정보가 나온다. 카이세리는 터키 중부에 있으며 2017년 기준 인구 94만 명의 큰 도시다. 옛날 카파도키아 왕국의 수도일 때, 마자카(Mazaka)로 불렸다. 카이세리라는 이름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무속신앙의 으뜸 전문가 양종승 박사가 그동안 연재해왔던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는 60회로 끝을 맺고 새롭게 “양종승의 북한굿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북한굿은 황해도굿, 평안도굿, 함경도굿 등 도 단위로 구분되어 전승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이북5도위원회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굿은 평안북도 성황대제와 다리굿 그리고 황해도 만구대탁굿, 최영당군당굿, 해주대동굿 등 모두 5종목이다. 이밖에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과 평산 소놀음굿 그리고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꽃맞이굿이 있다. 본 연재에서는 이북5도위원회가 지정한 다섯 개의 북한굿을 소개한다. 평안도 성황대제 오늘날 남한에서 전해지고 있는 평안도 굿은 성황대제를 비롯한 다리굿, 맞이굿, 재수굿, 내림굿 등이 있다. 1966년 문화재관리국을 통해 임석재와 장주근이 보고한 《무형문화재조사보서 제24호 – 관서지방무가(關西地方巫歌)》에 보면 요왕굿도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요왕굿이란 바다, 강, 우물 등을 관장하는 수신 곧 용왕신을 모시고 풍어 및 풍농을 기원하는 마을의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사계절을 더듬어 보았을 때 식욕이 가장 왕성한 계절은 가을이며 식욕이 가장 미진한 계절은 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대표하는 언어가 가을의 천고마비와 봄의 춘곤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건 몸이 안 좋을 때는 식욕이 감퇴하며 계절적 용어와 연결해볼 때 여름의 더위를 먹었을 때가 식욕이 가장 저하될 때라 할 수 있다. 봄의 식욕저하는 장의 운동성이 저하되면서 절대량이 줄어들고 많이 먹으면 나른해지는 식곤증의 양상으로 음식이 안 당기는 모습이다. 이럴 때 식욕을 돋우는 봄나물을 많이 먹으면 식욕이 살아난다고 하는데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식욕이 감퇴하는 것이 아니듯, 봄나물이 식욕을 살려주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식욕이란 것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과 어떻게 하면 식욕을 살릴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식욕이라는 것 흔히 식욕을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3대 욕구라 칭한다. 곧 식욕의 첫 번째 사명은 즐기고자 하는 것보다는 살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란 말이다. 그러므로 식욕의 근본은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하여 존재한다. 이러한 바탕 속에서 식욕이 왕성한 모습과 식욕이 저하된 모습을 살펴보고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팥꽃나무[학명: Daphne genkwa Siebold & Zucc.]는 팥꽃나무과 ‘낙엽이 지는 넓은 잎 키가 작은 나무’다. ‘팥꽃나무’란 이름은 꽃이 피어날 때의 빛깔이 팥알 색깔과 비슷하다 하여 팥 빛을 가진 꽃나무란 뜻으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한방에서는 꽃봉오리를 완화(莞花) 또는 원화(芫花), 뿌리를 원화근(芫花根)이라 하며 약용한다. 전라도 일부 지방에서는 팥꽃나무 꽃이 필 때쯤 조기가 많이 잡힌다 하여 ‘조기꽃나무’라고도 한다. 또한, 이팥나무라고도 한다. 영명의 다프네(Daphne)는 희랍신화에 나오는 아폴론의 끈질긴 구애를 피하여 월계수가 되어버린 아름다운 여신 다프네에서 따온 것이다. 잎이 넓은 것을 넓은잎팥꽃나무(var. fortunei)라고 하며, 황해남도 용연군 서해안 장산곶에서 자란다. 꽃말은 꿈속의 달콤한 사랑, 불멸, 명예다. 전남북과 충남의 해안을 따라 넓은 지역에서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귀한 식물이 되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조선의 여인들이 원치 않는 왜인의 씨를 잉태했기 때문에 팥꽃나무 꽃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지방관리를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지금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 19’와 연관 지어 인간 욕구 그리고 세종 시대의 사회적 환경에 대해 살펴보자. 개인과 사회의 욕구 단계 한 나라 국민[백성]의 행복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일까. 행복은 결코 경제적인 GDP 기준에 따르지 않는다는 건 세계 국민의 행복지수 조사로도 알려진 바 있다. 한 사회가 건강한가를 논의할 때 중세에는 일반적으로 ‘의식주통육락(衣食住通育樂)’의 기준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한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헐벗지 않고, 배고프지 않으며, 춥지 않은 집에서 가족이 함께 지내며 다음 사회적으로는 교통 길과 사회적인 사맛[커뮤니케이션]이 잘 흐르고 누구나 교육을 받고 문화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면 건강한 사회인 것이다. 현대에 와서 기본적 인간의 욕구에 대한 연구로는 매슬로우(A. Maslow, 1908 ~1970)가 있다. 그는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사랑, 존중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에 이르기까지 충족되어야 할 욕구에 위계가 있다는 욕구 5단계설(뒤에 7단계)을 주장하였다. 일종의 결핍 욕구로 충족되지 않으면 충족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