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여름서다(立夏) 봄섬이 어제던데 벌써들 여름이네 보랏빛 붓꽃이 온늪에 피어나면 늙나비 하늘을 나니 보름뒤엔 장마여라 * 봄섬 : 입하붓꽃 * 붓꽃 : 창포꽃 * 늙나비 : 다 산 늙은 나비 ▲ 붓꽃이 피면 늙나비 하늘을 나니 벌써 여름인가?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어린이 날 먼 앞날서 잘 키워달라 건네 준 어린이들 그들을 앓이 없이 맑고 곱게 가르치면 겨레의 얼넋 누리가 으뜸가는 울 믿나라 * 얼넋 누리 : 문화 * 울 믿나라 : 우리 조국, 겨레 모국 * 앓이 : 질병 ▲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왼쪽), 방정환이 테어난 곳 표지석(종로구 당주동)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모란꽃 난거지 든거지 어느쪽이 좋을까 모란꽃 피어나면 든거지 기뻐하나 시들면 구린 내음을 알아서 자랑할까 난거지란 말이 있다. 바르게는 난거지 든 부자인데 겉보기에는 거지꼴로 가난하여 보이나 실상은 집안 살림이 넉넉하여 부자인 사람을 말한다. 반대로 든거지난부자란 말은 사실은 가난하면서도 겉으로는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겉보다 속이 더 소중하다는 뜻이겠다. 우리 한국은 세계에서도 꼽힐 만큼 부자나라는 되었으나 실속은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백범스승님께서 가르치신 문화나라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곧 난거지든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모란꽃도 나쁘지 않으나 개나리, 진달래, 호박꽃 같은 꽃들이 얼마나 소박하고 알맹이있는 훌륭한 꽃인지를 깨달아야만 한다. ▲ 모란도(비단에 색, 각 폭 145.0 58.0cm, 국립중앙박물관) ▲ 약산의 진달래꽃 (그림 운곡 강장원 한국화가)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봄 무지개 비 그친 뒤 무지개 어디서 오가는지 이윽고 쌀비 오니 하늘이 밝아지네 저 멀리 무지개 골엔 고운 삶이 있으리라 ▲ 저 멀리 무지개 골엔 고운 삶이 있으리라{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거룩한 풋배울이 날(419) 풋이는 서틀고 배울이는 길 멀고 그래도 그들 있어 나라 있고 겨레 사니 맑참 뜻 어이 잊으리 목숨 바친 그들 뜻을 *이[푼니] : 청년 * 배울이 : 학생 * 맑참 뜻 : 맑고 참다운 뜻 ▲ 4・19민주묘지에 있는 4・19혁명을 상징하는 조각작품 ▲ 동아일보 1960년 4월 20일 치 부정선거규탄학생데모 기사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날짐승 흘레 봄이니 새 흘레 먼 나라서 제비 오고 얼음은 어디 가고 개나리는 긴 잠 자고 가는게 봄철이라니 오는 것은 여름일까 * 흘레 : 교미(交尾) 봄이 되면 꽁꽁 얼었던 얼음은 어디로 간 채, 꽃이 피고 온갖 생명도 새로 태어난다. 그런데 벌써 개나리가 잠들려 하니 어느새 봄이 가고 여름이 채비를 하는 것일까? ▲ 봄이 되어 먼 나라에서 제비도 오고(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한국문화신문 =김리박 시조시인] 첫 벚꽃 개나리 뒷이어 벚꽃들 피어나면 바야흐로 봄이었만 어디선지 매미 소리 오가는 두 철 사이서 사람은 살고 지고 ▲ 일본 사람들은 봄이 되면 꼭 벚꽃놀이[花見]를 한다.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한 낮밤(春分) 낮밤이 같으니 단잠이 들고들어 깨어나니 저녁인데 낮내음 지녔네 이제는 치달아가며 한여름 오는구나 ▲ 춘분(春分),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날(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첫 나비 이제야 하나 둘 기름꽃 피었으니 어디서 왔는지 흰나비 춤 추네 다 가는 봄 석달만큼 따뜻함은 없으리 * 기름꽃 : 유채꽃 ▲ 봄이 되고 기름꽃(유채꽃)이 피었다. 저 기름꽃에는 온갖 나비들이 춤을 추겠지.(고흥군청 제공)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깬 벌레(驚蟄) 무엇이 좋다들 결갗 뜯어 덤비느냐 오죽이면 이른 봄이 그리웠나 보이네 그러리 눈 겨울이야 그 누가 좋다할까 * 결갗 : 묵은 살갗 * 눈겨울 : 추운 겨울 석달 ▲ 눈을 뚫고 얼음새꽃이 피듯 경칩이면 벌레도 깨어난다.(사진작가 이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