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해야 잘 가라 온 해야 잘 왔네 앓는 속 참고 견뎌 쉰두 해 넘겼건만 올해도 하늘 치솟는 솔,대,매라 하느나
봄에는 금강뫼가 가을에는 묘향메 오르면 백두메 내리면 지리뫼 줄 잡아 삼천리 가면 금수강산 아니런가. * 뫼 : 사전에는 ‘산’의 평안도 사투리라고 나와 있지만 산의 토박이말이다. * 메 : 사전에는 ‘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지만 역시 산의 토박이말이다.
홀 남은 감잎은 어디를 갈 것인지 발가벗긴 가지 새를 맑누비는 톱바람 무대는 꽃배암 돼서 만릿길을 서두느나. * 맑누비는 : 몹시 세차게 누비는 * 톱바람 : 톱으로 쓸 듯이 매우 차가운 바람 * 무대 : 해류(海流)
나그네 한숨 쉬면 가랑잎은 눈물지고 쉰 해를 살고 살면 난땅도 멀고 멀어… 두어라 죽고 죽어도 한얼만은 지키리라. * 난땅 : 고향 * 한얼 : 한민족의 혼
죽이고 사는 것이 바둑이라 하건만 짓밟히고 눌려도 살아 온 우리어서 오늘은 흰 말 검은 말을 사랑삼아 두느나
첫 겨울 바람 사이 졸으는 나무 잎들 햇빛은 못 닿아서 구름을 채찍하고 매미는 갈 곳 알고서 한나절 우는구나. 벌써 겨울이 오고 살 속을 파고드는 바람 사이로 몇 잎 안 남은 나뭇잎은 조는듯합니다. 햇빛을 가린 구름이 원망스러운 지금은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스산한 때입니다.
아침놀 돋았으니 저녁녘엔 비가 올까? 밤에는 푸른 달 우악새 우악우악 단풍은 즈믄 길 가나 골 길을 달리나. * 우악새 : 으악새 곧 왜가리를 뜻함. * 즈믄 : 천(千) * 골 길 : 산골짜기
쑥스러워 그러느냐 약오른 꼴이냐 빠알간 얼굴은 불보다 뜨겁거늘 가는 갈 참아 못견뎌 살풀이 넘겨주네. * 갈 : 가을
보름이 밝을까 그믐이 어두울까 요까지 걸어온 길 길기도 하는구나 죽살이 기껏 쉰 해를 차근차근 다듬는다 *죽살이: 인생 사람의 인생이란 그림자처럼 '희로애락'이 따른다. 특히 지난날 재일동포의 삶은 '로'와 '애'가 가 가득 차고 어쩌다가 '희'나 '락'이 얻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재일동포는 먼 고향을 뜨겁게 생각하면서 굴하지 않고 알속 있게 살았다. 50해를 하루와 같이
젊음을 자랑하던 옛날이 그립다들 되돌아 잡을손가 당겨서 쥘손가 오늘을 힘껏 사는게 새맛으라 하느나 인생이란 흐르는 강물과 같다. 그러나 지난날이 그립고 자랑스럽다면 그에 사로잡히지 말고 오늘을 맑고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내일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