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엄마는 낮은 곳도 잘 살피세요 - 이 영 균 나는 작은 풀꽃을 좋아하고요 엄마는 키다리 화사한 꽃을 좋아하세요 그러다가도 엄마는 풀꽃을 보려고 낮은 키로 앉아요. 내 키만 해져서는 귓속말로 작은 꽃이 더 예쁘데요. 길가에 버려지듯 핀 풀꽃 좋아해 주면 모두 행복할 거예요. 엄마는 허리 굽혀 풀꽃 옆의 쓰레기를 주었어요. 작은 것을 가리키는 말에 ‘나노(nano)’란 것이 있다. 나노는 그리스어의 “난쟁이”란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1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 초미세단위다. 나노기술은 극미세 물질을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가진 장치로 변화시키는 기술인데, 옷감과 같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에서부터 나노로봇과 같은 과학의 산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반도체의 메모리 분야에서 나노 기술은 아주 중요하다. 반도체는 일정 수준 내에 얼마나 가는 선을 많이 넣어서 그 집적도를 높이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엄지손가락만 한 플래시 메모리에 자신의 컴퓨터 하드에 담긴 모든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넣어서 갖고 다닌다. USB 포트에 메모리만 꽂으면 되는 것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제주 화북포구에서 - 고명주 포구에 파도가 이니 추사 선생 바람인가? 구년의 정진 속에 수선화가 피어나니 제주의 역사 속에 영원히 향기나리. 고명주 첫시집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에서 제주시에서 언덕 하나를 둔 지척간에 있는 화북포구는 ‘베린냇개’ 또는 ‘별도포’라고 불렀다. 조천포구와 더불어 조선시대에 육지와 뱃길을 이어주던 2대 포구 가운데 하나로 대부분 유배인과 벼슬아치들은 이 포구로 들어왔다. 조선의 으뜸 명필이며, 학자인 추사 김정희도 이곳을 통해 유배를 왔음이다. 추사는 54살에 동지부사가 되어 연경으로 떠나기 직전 유배를 가야했고, 제주도에 들어와 험난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좁은 방안에는 거미와 지네가 기어 다녔고, 콧속에 난 혹 때문에 숨 쉬는 것도 고통스러웠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혀에 난 종기 때문에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든 날,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편지를 받아야 했을 정도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유배지에서 화가 날 때도 붓을 들었고 외로울 때도 붓을 들었음은 물론 슬프고 지치고 서러움이 복받칠 때도 붓을 들었으며 어쩌다 한 번씩 받게 되는 반가운 소식이 올 때도 지체하지 않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간고등어 - 김경숙(안동) 장날이면 어김없이 자전거 뒷자리에 간고등어 한 손 묶어 오시던 당신 며느리 사랑에 손수 숯불 피워 석쇠에 고등어 올려놓고 아끼시는 대추술 꺼내 오시며 “에미야! 밥 다 됐나?” 가시 발라 손자 입에 먼저 넣어 주시고 고등어 접시 며느리 앞으로 슬며시 밀어주시더니, 사흘 뒤면 당신의 두 번째 제사입니다. 예전엔 화장지가 따로 없어서 호박잎을 따서 밑을 씻었는데 그 호박잎도 아까워서 며느리에겐 쓰지 못하게 했단다. 가시범벅인 식물을 가리키며 "너는 저걸로 닦아라."라고 해서 이름을 얻게 된 ‘며느리밑씻개’. 시어머니의 가시 돋친 구박을 다 받아내며 참고 살았을 이 땅 며느리들의 서글픈 인생살이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의 유래는 이윤옥 박사가 펴낸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에 보면 일본말 "의붓자식의 밑씻개(継子の尻拭い, 마마코노시리누구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밑씻개’ 앞부분인 “의붓자식”을 한국에서 “며느리”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이 밉지만, 한국에서는 “며느리”가 밉다나? 그러나 그렇게 호된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퇴계 이황은 혼인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까막눈 우리 엄마 - 이 상 희 정 들인 편지 한 장 건넨 적 없어도 자취방 문 앞에 두고 간 미숫가루 봉지 안에는 당신 사랑 구구절절 넘치게 담겨 있었지요. 꾹꾹 눌러 가계부 한 줄 써본 적 없어도 주춧돌 하나 밥그릇 하나에 담긴 셈은 보릿고개 넘어가는 디딤돌이었습니다. 70여 생, 책 한 권 본 적 없지만 삶의 행간에 채워놓은 지혜는 팔 남매 이정표에 길라잡이가 되어 오늘도 헤매지 말라 손을 잡아 줍니다. 모래는 우리 겨레 삶을 지탱해온 24절기 열다섯째로 흰 이슬이 내린다고 하는 백로(白露)다. 옛사람들은 백로 즈음에 편지를 보낼 때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옵시고”라는 인사를 꼭 넣었다. 그것은 이 무렵 포도가 제철인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쯤 되면 ‘포도지정(葡萄之精)’을 잊지 말라고 한다. 그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포도를 먹일 때 한알 한알 입에 넣고 씨와 껍질을 발라낸 뒤 아이의 입에 넣어주던 정을 일컫는다. 예전 우리의 어머니는 그런 존재였다. “닭들도 깨지 않은 이른 새벽, 어머니는 쪽진머리에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으시고,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길어 올린 정화수를 장독대에 차려놓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김제 국숫집 - 주장성 김제 공단에서 일할 때 힘들 때면 따뜻한 국수 먹으러 가는 철공소 옆 막국숫집이 있었다. 맑은 목소리의 주인 여자는 양푼 하나 가득 국수를 말아 주곤 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관이라 양푼 가득한 국수를 다 먹고 나오며 "다음엔 좀 적게 주세요" 했다 여자는 수줍어하며 "제가 손이 좀 커서-"했다 그녀의 손은 작고 예뻤다 그 국숫집 문 앞엔 작고 예쁜 꽃들이 참 많이 피어 있었다. -----------------------------------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옛집'이라는 허름한 국숫집이 있습니다. 달랑 탁자 4개뿐인.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진하게 멸칫국물을 우려 내 그 멸칫국물에 국수를 말아냅니다. 10년이 넘게 국숫값을 2천 원에 묶어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무한 리필.” <윤종건의 내 세상>이란 블로그는 이렇게 국숫집을 얘기한다. 그리고 또 이어진다. “첨엔 설익고 불고하던 국수를 노력 끝에 은근히 밤새 끓인 할머니 특유의 다싯물로 국수 맛을 내서 새벽부터 국수를 팔았습니다. 컴컴한 새벽에 막노동, 학생, 군인들이 주된 단골이었습니다. ‘하느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주 름 - 홍 명 자 귀밑으로 땡겨 볼까 볼을 살짝 찝어 볼까 이마에 길게 누운 와불주름 잔뜩 불만 품은 인상주름 기분 좋게 버티고 있는 팔자주름 양 볼의 잔주름들을 화장으로 덧씌워 보지만 탁하고 더 쪼글거림을 어이 하리오 보톡스라도 맞아 볼까 필러라도 넣어볼까 생각했지만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도 멋스러울 거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세상이 주는 훈장이리라 삶에 훈장인 만큼 어루만지며 같이 가기로 했다 쭈글쭈글 친구하면서. ----------------------------------------------------------------------------------------------------------------------- ‘얼굴 주름’을 검색하면 성형ㆍ보톡스ㆍ리프트ㆍ팔자 등 성형과 관련된 온갖 광고와 글들로 넘쳐난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지대한 관심으로 가꾸려고 혈안이다. 거기에 더하여 사진을 찍으면 뽀샵(포토샵으로 화면 수정) 하는 게 예사다. 중앙일보 지난 2월 1일 기사에는 원로 연극인 박정자가 “우리는 누구라도 단역배우, 그것도 초라한 단역배우인데 사는 동안에 웬 욕심이 그렇게 많을까요”라고 말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아 버 지 - 황 선 복 어려선 멀리 보라 무등 태웠지 커서는 바른 길가라 손잡아주었네. 파란 꿈도 분화구 같은 열정도 폭풍 같은 강인함도 다 주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푸른 날 소리도 쨍쨍하던 매미 같았네. 늦여름 울다 지쳐 빈껍데기가 되어버린 매미 같았네. * 황 선 복(시인ㆍ화가). 서울문학으로 등단 ---------------------------------------------------------------------------------------------------------------------- “날마다 일찍 일어나 이부자리를 네 손으로 개어 깨끗한 곳에 두어라. 이어 비를 가지고 자리를 깨끗하게 쓸고 머리는 얼레빗으로 빗고, 빗을 빗통에 넣어 두어라. 이따금 거울을 보며 눈썹과 살쩍(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을 족집게로 뽑고 빗에 묻은 때를 씻어 깨끗하게 해라. 세수하고 양치하며 다시 이마와 살쩍을 빗질로 매만지고, 빗통을 정리하고 세수한 수건은 늘 제자리에 두어라. 무릎을 꿇고 앉아 한글 한 번 읽고 한자 몇 자를 단계에 따라 읽어라.” 원교체(圓嶠體)라는 특유한 필체를 만든 조선 후기의 명필 이광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느 할머니 환자 - 이 극 로 젊어서 몸 생각 아니 하고 자식 걱정 시부모 공양으로 온종일 일만 하신 연로한 할머니 환자 출산 후 제때 산후조리 못 하시고 밭에 나가서 채소 수확하며 일하신 이제는 꼬부라진 허리에다 아픈 무릎 고통을 낙으로 삼고 살아오신 할머니 야윈 손가락과 관절염에 거친 손바닥 화장품도 한 번 맘껏 치장 못 하시고 오랜 세월 살아오신 할머니 얼굴에는 세월에 파인 주름살이 굵고 깊다 아픈 부위에 침을 놓지만 고생한 부분마다 눈물이 살아 있어서 나도 눈물 흘리며 침을 시술한다. * 이극로(시인, 대구 성제국한의원원장) ------------------------------------------------------------------------------------------------------------------------- 1923년 8월 9일 함경북도 경흥군 웅기면 송평동(松坪洞) 신석기시대 조개무지(패총)에서 인류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짐작되는 침 폄석(貶石)이 출토되었다. 그 폄석은 다른 말로는 석침(石針)이라고도 하는데 역시 신석기시대 것이라는 골침(骨針)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중국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치자 꽃향기 - 이 연 주 담장 아래 서성이던 혼몽 깨우는 향기 지나는 발길 잡고 사랑을 고백합니다 너를 유혹하기 위해 천리를 헤맸다고 순백 환한 미소로 으스럼달을 밝힙니다. *으스럼달 / 침침하고 흐릿한 빛을 내는 달 ---------------------------------------------------------------------------------------------- 옛날 영국에 ‘가데니아(치자)’라고 하는 아름답고 순결한 소녀가 있었다. 이 소녀는 이 세상 모든 것이 깨끗한 흰빛으로 되기를 바랄 만큼 흰빛을 좋아했다. 어느 겨울밤 소녀의 창밖에는 흰 꽃을 한 아름 안고 있는 천사가 서 있었다. 천사는 소녀에게 꽃씨 한 알을 주면서 “나는 순결의 천사입니다. 이 꽃은 순결한 여자의 키스로만 자라는 꽃입니다. 매일 외출했다 돌아와서 마음의 순결을 지켰다고 생각하면 이 꽃에다가 키스하세요. 이 꽃을 아름답게 피우면 틀림없이 순결한 신랑감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후 소녀는 이 씨앗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었는데 1년 뒤 천사가 나타나서 씩씩하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변한 뒤 소녀와 혼인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친구 순이 김 태 영 너만 바라보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니 친구야 너는 왜 그리 착하니 어릴 때부터 몸이 불편했지만 누구보다 용기 있게 힘차게 잘 살아왔는데 너를 보면 왜 자꾸 눈물이 나니 너는 왜 그리 순진무구하며 착하기만 하니. ----------------------------------------------------------------------------------------------------- 7월 24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을 보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여전했다. 2017년 기준으로 장애가 있는 학생 2명 가운데 1명은 또래 학생으로부터 차별을 경험했으며, 19.8%는 교사로부터, 18.4%는 학부모로부터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장애인 10명 가운데 3명은 취업(30.9%)이나 보험제도 계약 때(36.4%)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에이블뉴스에 난 기사에는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지적장애인 김수종 씨 얘기가 실렸다. 서울에 있는 자생의료재단에 소속된 김수종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장애인 운동선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현재 자생의료재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