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지난 한날(월요일)은 설잇쉼(설연휴) 때 쉬지 않고 일을 했는데도 앞낮(오전)에 모임이 있는 바람에 보내야 할 때를 놓친 그위종이(공문) 때문에 바쁜걸음을 쳐야 했단다. 미리 받아 둘 것은 받아 두었기 때문에 낮밥을 먹자마자 바로 보내긴 했지만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구나. 뒤낮(오후)에는 실천교육교사모임 새배해 맞이 닦음(새학년 맞이 연수) '어서 와 토박이말은 처음이지?'를 하는 첫날이라 좀 일찍 와서 갖춤을 했다. 듣기바람종이(신청서)를 내신 분은 열 세 분이었는데 모두 여덟 분과 토박이말이 무엇인지, 왜 토박이말을 챙겨야 하는지 말씀을 드렸지. 지루해 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말씀을 다 듣고 토박이말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난다는 말씀들을 해 주셔서 고마웠다. 저녁에는 높배곳(고등학교) 스승님과 동무를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지. 좋은 자리느낌(분위기)에 좀 많이 마셔서 어제 앞낮(오전)에는 좀 괴로웠지만 말이야. 아버지랑 아들이 같은 배곳을 나오니 어제 같은 자리를 가질 수 있고 참 좋았는데 두 분이 아들을 추어올려 주시니 더 좋더라. 어제 뒤낮 토박이말 닦음(연수)는 다섯 분과 함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37쪽부터 3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놀랍게도 37쪽 첫째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세 낱말을 빼고는 모두 다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줄부터 둘째 줄까지 있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우리 몸에 피가 잘 돌고 숨도 잘 쉴 수 있다.”는 요즘 책이라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우리 몸의 혈액 순환이 잘 되고 호흡도 잘 할 수 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마음대로 움직인다’, ‘피가 잘 돈다’, ‘숨도 잘 쉴 수 있다’는 말이 참 쉽고 좋습니다. 셋째 줄부터 일곱째 줄까지 이어진 “여러분이 책상 앞에 앉을 때에 허리를 구부리고 앉거나,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고 앉으면 가슴이 오므라들어서 허파와 염통이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한다.”에서는 ‘책상’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 나왔던 ‘허파’와, ‘염통’도 또 나왔네요. 옛날 배움책에서는 ‘폐’와 ‘심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음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곱째 줄부터 아홉째 줄에 걸쳐 있는 “또, 이것이 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설날 구순하고 즐겁게 잘 쇠셨습니까?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새해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늘 알음이 함께하시길 비손합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평가하다'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 '꼲다'입니다. 이 말을 말집(사전)에서는 '잘잘못을 따져 평가하다' 또는 '(사람이 실적을) 잘잘못을 가려서 평가하다'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풀이 끝에 '평가하다'라는 말도 있지만 앞에 있는 '잘잘못을 따지거나 가리는 것'이 '평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집(사전) 풀이 아래에 다음과 같은 보기월(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한 명씩 불러내어 성적을 꼲았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일기가 하도 좋으니까 시험 성적을 꼲기에 피로한 선생님들까지 운동장에 나와서 테니스 선수들과 공을 치고...(염상섭, 모란꽃 필 때) 이 말은 꼲아 [꼬나], 꼲으니 [꼬느니], 꼲는 [꼰는], 꼲소 [꼰쏘]처럼 쓰이고 비슷한말로 '꼬느다'가 있다고 풀이를 해 놓을 것을 보면 '꼬느다'라고 쓰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시고 '꼲다'라는 말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건 이제까지 '평가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바이말바라기 #설인사 #빎말 #덕담 #토박이말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설날 #설 [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설인사 바꿔 보기 ] 해다마 설이 되면 서로 나누는 인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토박이말바라기에서도 설을 앞두고 설인사를 좀 바꿔 보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내 놓은 '설인사 바꾸기'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시고 널리 알려 주시면(공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흔히 많이 하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와 같이 남에게 시키는 듯한 말보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바람을 담은 말을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설날/명절 되세요."와 같이 설날이나 명절에게 하는 듯한 말보다는 "설날 구순하고 즐겁게 잘 쇠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토박이말을 잘 살린 말을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빎말(덕담)도 손아랫사람, 손윗사람 가리지 않고 " ~하세요."와 같이 시킴꼴의 말보다 옛날 어른들께서 마치 좋은 일이 일어난 것처럼 해 주시던 말처럼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손아랫사람은 손윗분들의 튼튼함을 기뻐해 드리고 손윗분은 손아랫사람이 하는 일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설과 아랑곳한 토박이말]까치설 쇠다 설빔 해마다 설을 맞이하는데 설날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는지 궁금합니다. 설을 앞뒤로 듣거나 쓰게 되는 말 가운데 알고 쓰면 좋을 말 세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까치설’이라는 말입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애노래(동요) 때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까치설’이란 말의 뜻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더라구요. 말집(사전)에 찾으면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지요. 이 ‘까치설’을 두고 여러 가지 풀이가 있지만 가장 그럴 듯한 풀이는 옛날부터 설 앞날을 ‘작은설이라고 했고 작은설이라는 뜻으로 ‘아치설’ 또는 ‘아찬설’이라고 했다는 거죠. ‘아치설’의 ‘아치’는 ‘작다’는 뜻을 지닌 말인데 그 뜻을 잃어버리면서 소리가 비슷한 ‘까치’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보기로 음력 스무이틀(22일) 조금을 남서쪽에 있는 고장에서는 ‘아치조금’이라고 하는데 경기도 쪽에 있는 고장에서는 ‘까치조금’이라고 한답니다. 그 밖에도 제가 자란 고장에서는 ‘송아지’를 ‘송아치’라고 했는데 ‘송아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꺽지다'입니다. 이 말은 '됨됨(성격)이나 몸이 억세고 꿋꿋하다'는 뜻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에 비추어 보면 우리가 흔히 많이 쓰는 '용감하다'와 비슷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용감하다'는 말이 익어서 '꺽지다'는 말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런 느낌은 제가 토박이말을 알려드릴 때마다 갖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처음 보면 낯설고 어겹게 느끼기 마련입니다. 자꾸 보고 만나다보면 낯이 익고 만만해지지요. 토박이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을 먼저 알고 쓰다보니 새로운 토박이말이 낯설고 어렵게 느끼게 되는 거죠. 이렇게 오늘 처음 만난 '꺽지다'라는 말도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말 가운데 하나인 '꺽지'라는 민물고기를 떠올려 보시면 이 말과도 이어진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서로 알려주고 쓰다보니 '용감(勇敢)하다'라는 말이나 브레이브(barve) 라는 말을 만났을 때 '꺽지다'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다면 더는 낯선 말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몸이나 됨됨 어디를 봐도 꺽진 것과는 아주 먼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둘레에 꺽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깨단하다'입니다. '오래 생각나지 않았던 일 따위를 어떤 실마리로 말미암아 환하게 깨닫거나 알다'라는 뜻입니다. 여러분도 아마 살면서 비슷한 일들 겪어 보셨을 것입니다. 저도 스무 해가 넘도록 다른 사람들한테 풀이해 드릴 때 쓸 토박이말을 살려야 할 까닭을 찾고 있었는데 아이가 저한테 한 말 한 마디로 말미암아 안 그래도 되었음을 깨단한 적이 있습니다. 토박이말을 살려야 할 까닭을 찾는 일에 그렇게 힘을 쓰지 않아도 되었음을 아이 말로 깨단하게 된 것이지요. 일이 잘 풀리지 않던 까닭을 다른 사람이 지나가는 말로 한 한 마디를 듣고 알게 되었다면 일이 잘 풀리지 않던 까닭을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깨단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무엇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서 찾지 못했는데 길을 가다가 본 가게 이름을 보고 생각이 나서 찾게 되었다면 00을 어디 뒀는지 생각이 안 났는데 가게 이름을 보고 깨단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깨단하지 못해서 힘들어 하고 계신 분도 적지 않지 싶습니다. 저도 아직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킬 더 좋은 수를 찾고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깨단하신 일은 무엇이고 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깝살리다'입니다. 낱말만 봐서는 그 뜻을 어림하기 쉽지 않은 말이지만 쓴 보기를 보면 느낌이 오실 것입니다. 이 말은 '사람이 찾아온 사람을 따돌려 보내다'는 뜻이 바탕뜻(기본의미)입니다. 일이 있어 누군가를 찾아갔는데 나를 따돌려 보내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으신지요? 저는 여러 셈(번) 그런 적이 있어서 그 느낌을 잘 압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깝살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 기분을 생각하면 남한테 함부로 그래선 안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재물이나 기회 따위를 놓치거나 흐지부지 다 없애다'는 뜻으로도 씁니다. 살면서 다들 이런 적도 있지 싶습니다. 제가 깝살린 기회도 여럿이 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기에 오늘날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좋은 기회를 깝살리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흔히 쓰는 '탕진하다'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니까 '탕진하다'는 말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한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그런 여러분이 토박이말 지킴이요 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깍두기집안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터박이말 #바람바람 [토박이말 살리기]1-16 깍두기집안 오늘 알려 드리는 토박이말은 여러 가지 까닭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이 땅 위의 많은 집안과 아랑곳한 말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반듯하며 서로 높여 주고 힘이 되어 주는 좋은 집안이 참 많습니다. 다툼은 커녕 큰소리를 낼 일도, 얼굴을 찌푸릴 일도 없으며 늘 웃음꽃이 피는 그런 구순한 집안 말이지요. 하지만 그런 집안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집안도 있습니다. '잘고 굵은 것이 대중없는 깍두기처럼 앞뒤(질서)가 없는 집안'을 가리켜 '깍두기집안'이라고 합니다. 저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깍두기집안이란 말은 듣지 않도록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은 구순한 집안이라서 이런 말은 들을 일도 없고 또 쓸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쓰는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도 있지요. 찹쌀가루나 쌀가루 같은 다른 가루들은 물에 넣고 뭉치면 잘 뭉쳐지는데 콩가루는 뭉쳐지지 않고 흩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집안 사람들 사이 위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어제 앞낮(오전)에는 뜻밖의 기별을 받고 좀 놀랐단다. 서울에서 미술세계플러스 대표 일꾼이신 정요섭 님으로부터 글을 좀 다듬어 달라는 말씀을 들었지. 남의 글에 손을 대는 것이 참으로 조심스러운 일이라 마음에 걸렸지만 아이들이 읽기 쉬운 말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말씀에 마음을 달리 먹었단다. 짧은 글이 아니라 품을 좀 들여야하겠지만 그 책을 볼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다듬고 있다. 어제 뒤낮에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눈 보는 집(안과)에 다녀왔다. 오가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을 했지. 할아버지처럼 이렇게 드물게 지내기(사회적 거리두기)를 어김없이 지키면 옮김앓이(감염병)인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에 걸리는 사람들이 확 줄어 들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떤 집을 가나 아픈 사람들이 어쩜 그리 많은지 깜짝 놀라기도 해. 어제 그곳에도 빈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새삼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더구나. 너희들도 꾸준하게 몸을 움직이며 살기 바란다. 오빠가 하는 것 보고 딸도 뭐든지 해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