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미국 역사에서 흑인 최초로 국무장관이 된 콜린 파월이 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뉴욕 빈민가 출신으로 몹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가 어느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다른 인부들과 함께 도랑을 파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삽에 몸을 기댄 채 회사가 충분한 임금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었지요. 그 옆에서 한 사람은 묵묵히 열심히 도랑을 파고 있었습니다. 몇 해가 지난 뒤 다시 그 공장을 찾았을 때 불평했던 사람은 여전히 삽에 몸을 기댄 채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지게차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삽에 기댄 채 불평만 하던 사람은 원인을 모르는 질병으로 장애인이 되어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그 회사의 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태도는 상황을 이깁니다. 우리가 운명을 고를 수는 없지만, 다양한 안팎의 사건에 대한 반응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행복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긍정적이고 감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틀(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입니다. 우린 스스로 믿는 대로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태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래전에 인적이 드문 섬 장고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걸어서 남북으로 10분 동서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아주 작은 섬이었지요. 섬엔 분교 하나, 우물 하나, 해수욕장 하나, 갯벌 하나, 염전 하나, 교회 하나…. 모든 것이 하나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덕으로 바다는 늘 생소했고, 염전을 가까이 본다는 것도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염전은 바닷물을 그냥 퍼 올려놓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행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늘 일기를 보아 눈비를 걱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증발 정도에 따라서 물꼬를 관리하고 소금 결정체가 생기면 넉가래로 거둬들여야 하는 땀과의 교환법칙이 성립되는 공간이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금은 모든 맛의 근원입니다. 뜨거운 햇볕과 해풍을 견디며 굵은 소금으로 익어가는 것이 향기롭지요.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날에 가장 영롱한 결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염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가 수렵 위주의 생활을 하던 때는 소금은 중요한 자원이 아니었습니다. 동물 고기에는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소금을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었지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풍수지리는 우리 조상들이 국토를 바라보던 대표적 인식 체계입니다. 산과 물의 생김새 등 환경에 따라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련지어 좋은 터를 찾는 사상이지요. 살기 좋은 땅을 명당이라고 하는데 길지로 알려진 명당은 지형의 윤곽선이 여성의 음부를 닮았습니다. 사람의 심성은 사는 곳의 지형에 영향을 받습니다. 노년기 지형의 부드러움을 안고 사는 마을의 사람들은 비교적 온화할 가능성이 크고 뾰족하고 우람한 산 밑에서 사는 사람들이 성질이 급하고 호전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평화를 사랑하는 까닭이 노년기 지형이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야트막한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초가집은 자연의 선을 닮았습니다. 한옥을 짓더라도 지붕과 추녀의 선이 주변과 잘 어울리는 멋짐을 갖고 있었지요. 요즘 켜켜이 위로만 쌓아 놓은 고층 아파트에 견줄 바가 아닙니다. 건물의 모양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지붕입니다. 요즘은 사각형으로 멋보다는 방수기능에 방점을 두어서 일률적 형태의 지붕이 많지만, 옛날엔 초가부터 기와의 맞배지붕, 팔작지붕, 우진각 지붕, 모임지붕 등등의 멋스러운 형태가 존재했고 지금도 절이나 한옥마을엔 여러 형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은 다른 종의 생명을 빼앗을 수는 있지만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첨단과학과 유전공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멸종동물을 복원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없애기는 쉬워도 창조하기는 어려운 것이 종의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프리카 대륙 동쪽에 모리셔스라는 독립된 섬나라가 있습니다. 그 섬에는 날지 못하는 도도새가 살고 있었지요. 도도라는 뜻은 게으름을 나타내는 현지 용어라고 하니 꽤 뚱뚱하고 둔한 새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섬에는 도도새를 잡아먹는 천적이 없었고, 먹이가 풍부했으니 새지만 날아오를 필요가 없었고 몸집은 비대해져 15킬로 이상까지 자랐다고 합니다. 도도새의 천국에 인간이 발을 들여놓습니다. 뚱뚱하고 둔한 도도새는 쉬운 사냥감이었으니 마구잡이 사냥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인간과 함께 들어온 쥐와 고양이, 원숭이까지 도도새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알을 먹어 치웠지요. 인간은 도도새의 멸종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1660년 무렵 도도새는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모리셔스 섬에는 도도나무가 있습니다. 현재 나이가 300살이 넘긴 13그루가 자라고 있다고 보고되었지요. 이 나무의 열매는 도도새의 위장을 통과해야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관찰은 한자로 쓰면 觀察이 됩니다. 엄밀하게 구분 지어서 이야기하면 대충 보는 것을 관(觀)이라 하고 자세히 살펴보는 것을 찰(察)이라고 하지요. 관계는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우린 저마다의 삶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반응하는 감정이 다릅니다.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지요. 오해를 해결하고 소통으로 나아가는 데는 이러한 존중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합니다. 내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의미 있는 타인"이라고 정의하지요. 나를 일관되게 지지해주거나 깊은 신뢰를 주거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의미 있는 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좋은 연결감과 유대감이 행복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애급옥오(愛及屋烏)라는 말이 있습니다. 옥오는 지붕 위에 있는 까마귀를 말합니다. 예로부터 까마귀는 흉조로 보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애급옥오는 "사람을 사랑하면 지붕 위의 까마귀까지 귀엽게 보인다."라는 말씀입니다. 마음가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른 것도 사실이니까요.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뽑으려 하니 모두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 꽃이었다는 말씀과 자
[우리문화신문= 정운복 칼럼니스트 ]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탓에 산과 나무는 늘 친숙한 대상이었습니다. 나무를 해 때던 시절이라 겨울이면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숲으로 난 오솔길도 아련한 추억 속에 정겨움으로 남았습니다. 앞산에는 제법 큰 소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었습니다. 넓은 그늘로 쉼을 제공하기도 하고 산길의 이정표 역할도 한 소나무는 대부분 못생긴 소나무가 많았습니다. 잘생기고 쭉쭉 뻗은 소나무는 그 쓰임새 덕분에 쉽게 베어져 대들보나 기둥, 서까래로 변신하여 어느 집 귀퉁이를 채우고 있겠지만 쓸모없고 볼품없는 소나무는 끝까지 산을 지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굽은 소나무가 산을 지키는 것을 성어로 표현하면 왕송수산(枉松守山)이 됩니다. 우리나라 전통 민화나 문인화에 등장하는 소나무는 곧은 나무가 없습니다. 배배 틀어지고 이리저리 꼬인 소나무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지요. 물론 줄기가 바람이나 지형의 영향으로 비틀려 자랐겠지만 이런 소나무가 예술적으로 아름다워 작품의 좋은 소재가 됩니다. 어쩌면 비틀어진 소나무는 포기하지 않는 의연한 인생을 닮았습니다. 옛날에는 가난 때문에 학업의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사회 초년병시절에 아마추어 무선국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핸드폰이 일반화되기 전에 무선은 신기한 꿈의 영역이었죠. 깡통 전화기로 통화를 해본 이후로 2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전기는 반이중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곧 말을 하고 있으면 들을 수 없고 듣고 있으면 말할 수 없는 양방향 서비스지만 어느 한순간은 단일 통로로 이용된다는 말씀이지요. 그때는 안테나가 참으로 중요했습니다. 무전기의 출력도 중요하지만, 안테나를 잘 세워야 통화 품질이 깨끗하고 멀리 가기 때문입니다. 다이폴, J폴, 스위스 쿼드, 휩, 야기, 3단 GP 등등의 안테나를 설치하고 만들어보면서 전파와 통신에 대한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스피커보다는 안테나가 중요합니다. 그것을 달리 표현하면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영어에 Big Mous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입이 큰 사람이 아니라 떠버리처럼 말이 많은 사람을 의미하는 용어이지요.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독특한 성품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것을 천성(天性)이라고 부르지요. 천성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천성교육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개개인 모두가 산속의 나무와 같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두어야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때론 그 나무가 내가 보기에 불편해 보입니다. 그래서 내 처지에서 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곧추세우고 구부려 놓습니다. 나는 그 나무의 멋스러움이 눈의 호사를 가져다준다고 좋아했지만 결국 그 나무는 자연스러움을 잃고 말라 죽고 맙니다. 변해야 할 것은 그 나무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음을 아는데 너무나 큰 대가를 지불했음을….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스러운 삶 속에서 사회의 변화를 꾀하는 것은 남의 변화가 아니라 나의 변화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추구하는 철학이나 지혜 지식이 비록 정당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결코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세상은 다른 사람들이 모여 무리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세상엔 절대적으로 선한 것도, 절대적으로 악한 것도 없습니다. 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어렸을 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대통령이었습니다. 로또 확률이 818만분의 1인데…. 대통령은 능력과 실력을 갖추면서도 5000만분의 1이니…. 하늘이 내리지 않고는 오를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19대 대선 때 양구에서 개표 요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전자 개표가 동원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개표과정이었는데 약 15,000의 투표용지 중에서 2,000표 정도가 무효표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사회에 대한 불만이 무효표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 유형이 상당히 재밌습니다. 첫째는 온정주의로 모든 사람에게 표를 주고 싶은 마음에 13명의 후보에게 일일이 표를 찍어주어 붉은색으로 도배된 투표지도 있고 둘째는 양다리 형으로 두 사람에게 모두 기표한 사례도 있고 셋째는 자기표현형으로 투표지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은 일도 있고 넷째는 자기만족형으로 도장 대신에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린 예도 있고 다섯째는 여백 존중형으로 기표 장소 이외의 여백에 기표를 하기도하고 여섯째는 결정 장애형으로 세심하게 두 후보 사이에 기표하기도 한 사람도 있고 일곱째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근대사는 일제강점기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 시절을 풍미했던 사람 중에 육당 최남선이 있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언론인, 시인, 역사가로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지요. 《소년》이란 잡지를 창건하고 독립선언서를 집필한 민족대표 33인 중의 하나였고 청년 시절 민족혼을 드높이고자 무던히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만년에 일제에 협조하면서 친일 행적을 남기게 됩니다.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하여 일제가 조선의 역사를 왜곡할 때 일조를 했던 사람이고 조선 유학생을 학병으로 나가게 하려고 강연을 하였는가 하면 일제의 침략 정책에 앞장서 온 변절자로 역사에 남아있습니다. 당연히 친일은 청산되어야 하고 독립운동가는 대우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의 준엄한 판단이지요. 수많은 사람이 일제에 협조하고 앞잡이 노릇을 자청해,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유독 지식인과 학자가 지탄받는 까닭은 그들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 사대부가의 여인네 셋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만약 난리가 나서 자신을 욕보일 상황이 되면 어떻게 처신하겠느냐 하는 것이 주제였지요. 두 사람은 자결하여 떳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