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섯 번째 만남 김 교수 학과 교수들은 한 학기가 끝나면 수련회를 가는 전통이 있다. 교수 사회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대학이다. 그러나 같은 학과 교수들끼리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지야 않지만, 실력 있고 자존심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사이좋게 지내는 집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배울수록 겸손해야 되지만 실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아서 그런 속담이 생겼을 것이다. 모든 세상사에는 양면성이 있다. “고개 숙인 벼”라는 속담도 있지만 “제 잘난 맛에 사는 게 인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박사 학위를 딴 으뜸 지성인들이 모두 제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함께 어울려 사는 데에는 미숙한 곳이 교수 사회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의 학과 교수들은 매 학기 마지막 성적처리가 끝나는 날에 1박 2일로 수련회를 간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그런 전통을 가진 학과는 드물 것이다. 기말고사의 성적처리가 끝나기 전에 학과 회의에서 교수 수련회를 유성 온천으로 가기로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이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안거락업’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업을 즐기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안거락업 : 본도 백성이 다시 들어가서 살게 하지 않는다는 교서를 받들고 이곳에 내려와 펴서 읽어 주면, 사람마다 모르던 것을 갑자기 깨달아서 안거락업(安居樂業)할 것이며, 떠돌아다니는 사람도 모두 고향 마을에 돌아오게 되어 떠돌아다니는 것이 당연히 없어질 것이니, 이것이 어리석은 신의 계책입니다. (⟪세종실록⟫ 25/10/24) 함길도 도관찰사 정갑손(鄭甲孫)이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지만 여기서는 ㉮모르던 것을 알게 되어 안심하고 ㉯이 땅에 돌아와 업에 기쁘게 종사하고 ㉰안거락업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목표는 모두가 안정되어 업에 종사하여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이는 비록 신하가 올리는 말이지만 당시 세종대 정치의 목표이기도 한 락생(樂生)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직(職)과 업(業)이 등장한다. ‘직’은 맡은 바 일[직무]이고 ‘업’은 일에 임하는 정신적 자세다. 생업은 살아가며 중히 여겨야 하는 일에 임하는 정신이고 천직은 일을 하늘이 준 일이라 중히 여기는 일이다. 업과 생업 : (허조에게 명하여 도도웅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침 10시 15분 무렵, 대화성당에 다니는 전아폴로(아폴로는 아폴로니아의 준말로서 세례명임) 자매가 쉬어가자고 하면서 준비한 간식을 꺼낸다. 자매님은 오이를 썰어서 플라스틱 통에 담아왔다. 우리는 싱싱한 오이를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먹는 사람이야 오이 한 조각이지만 준비한 사람의 정성이 고마웠다. 대화천 물가에는 노란 유채꽃과 애기똥풀, 그리고 하얀 당근꽃 등이 많이 피어 있었다. 때때로 엉겅퀴, 지칭개, 매발톱꽃도 보였다. 이제부터 여름을 거쳐 가을 서리가 내리기까지 들판에는 온갖 꽃이 계속 피어날 것이다. 하천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니 왼쪽에 고대동교라는 이름의 다리가 나온다. 오른쪽 산길로 올라가면 법장사라는 절이 나온다. 절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가면 거문산에 오를 수 있다. 나는 몇 년 전에 친구들과 이 길을 따라 거문산과 금당산을 등산한 적이 있다. 이틀 후인 5월 15일(음력으로 4월 8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다리에서부터 연등이 걸려있다. 다리 앞쪽에 넓은 공간이 있고 잘 지어진 정자가 있다. 정자의 현판에는 ‘허생원이 머물던 곳’이라고 한글로 쓰여 있다. 허생원은 소설 <메밀꽃 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전국이 장마권이다. 비가 억수처럼 온다는 소식이다. 비가 오는 사이사이로 잠깐 햇빛이 고개를 내밀면 바로 무더위다. 대중교통의 냉방이 가동되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더위를 잊는다. 그러나 내려서 집으로 오는 동안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장롱에 들어가 있던 부채를 꺼내어 들어본다. 꺼내어 든 부채에는 먹으로 시원한 산수가 그려져 있다. 더운 만큼 부채가 더 춤을 춘다. 한쪽 죽지는 숨겨놓고 구름 속 멀찍이 숨겨놓고 한쪽 죽지만 접었다 펼쳐 든 날개라 하자 떨리는 눈썹은 내리깔고 이마 위에 주름살 다시 걷어 안개를 실어낸 학(鶴)이라 하자 물결에 일렁이는 학(鶴)이라 하자 ... 김상옥(金相沃) ‘부채’ 중에서 시인의 영감은 부채의 움직임에서 고고한 학의 날개짓을 연상, 추출해냈다. 너울거리는 날갯짓은 한쪽 손으로 접었다가 펼쳐 드는 모양이요, 물결에 일렁이는 학은 섬섬옥수로 부채를 부치는 모양을 표현했으리라. 몹시 무더운 날 연거푸 활활 부치는 모양은 신들린 듯 너울대는 춤, 바로 그것이 아닌가? 조선시대 태종 임금은 ‘朗月淸風在手中’(낭월청풍재수중)이라고 했다. 밝은 달, 맑은 바람이 손바닥 안에 있다는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박두진의 이름 높은 노래인 <해>는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이렇게 시작한다. 이 노래가 쓰인 1946년은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때인데도,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는 아직 솟지 않았다고 느꼈던가 보다. 그러고 보면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도 남과 북은 갈라져 원수처럼 지내자는 사람들이 많고, 정권에만 눈이 어두운 정치인들은 힘센 미국만 쳐다보며 셈판을 굴리는 판국이니, 우리 겨레에게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는 여전히 솟지 않았다고 해야 옳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는 솟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온통 ‘해가 뜬다’라고만 한다. 그렇다면 ‘솟다’는 무엇이며, ‘뜨다’는 무엇인가? ‘솟다’는 제힘으로 밑에서 위로 거침없이 밀고 올라오는 것이고, ‘뜨다’는 남의 힘에 얹혀서 아래에서 위로 밀려 올라오고 또 그 힘에 얹혀 높은 곳에 머무는 것이다. 그래서 ‘샘물’도 솟고 ‘불길’도 솟고 ‘해’도 솟는 것이지만, ‘배’는 뜨고 ‘연’은 뜨고 ‘달’은 뜨는 것이다. 샘물이 제힘으로 밀고 올라오고 불길도 제힘으로 밀고 올라오는 것은 알겠고, 배는 물의 힘에 얹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7시가 되었다. 새로 나가는 술집은 강남에 있는 라마다 르네쌍스 호텔 근처에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거기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제안했고 미스 최는 “오빠,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김 교수는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커피숍을 나섰다. 아가씨는 옆으로 오더니 자연스럽게 팔장을 끼었다. 김 교수는 속으로 걱정이 되었지만, 팔장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그날은 호텔 옆의 지상 주차장이 좁아서 뒤쪽 골목 건너편에 있는 3층짜리 주차건물에 주차했었다. 호텔 정문을 나와 뒤쪽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어두워진 길에는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나라고 은근히 걱정되어 슬그머니 팔짱을 뺐다. 아가씨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로 가는 길은 벌써 퇴근시간이 되어서인지 길이 막혔다. 서울거리가 안 막힐 때가 있나? 계속 차가 가지 못하고 서게 되자 김 교수는 걱정이 되살아났다.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도 서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히 운전자끼리 눈이 마주쳤다. 대개는 남자가 운전을 하지만 차가 늘어나서인지 여성 운전자도 더러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난 2020년 9월 5일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빌보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빌보드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고 김치와 태권도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K-POP이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으로 외국에 우리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임세혁의 K-POP 서곡’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치열하게 음악의 탑을 쌓아서 오늘에 이르게 만든 음악 선학들의 이야기다. 그의 노래는 강물처럼 깊이를 알 수 없지 흘러 흘러가는 곳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그의 노래는 바람처럼 시작을 알 수 없지 불어 불어 가는 끝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그의 노랜 자유의 소리 깊은 잠을 깨우는 가슴속에 가둘 수 없는 열정을 그는 노래하네 아! 나에게 처음으로 노래를 사랑하게 한 그는 내 맘속 깊은 곳에 언제나 함께 하겠지 <새벽기차>,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같은 곡들로 유명한 그룹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산에 있는 활엽수들은 이제 거의 다 새잎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싱싱한 연두색 기운이 새잎에서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 사람으로 견주면 십 오륙 살의 소년 같다고 할까?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표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조그만 다리, 구룡교를 건너간 일행이 가지 않고 서 있다. 내가 오기를 기다린다. 다리를 지나서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이정표가 없어서 나를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며칠 전에 사전 답사 차 이 길을 갔기 때문에 알고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마을을 지나는 길이고, 왼쪽 길은 하천 둑길이다. 두 길은 조금 지나 다시 만나므로 어느 길로 가든지 길을 잃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처음 걷는 답사객은 불안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평창군 담당자에게 이곳에 표지판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이효석은 어느 쪽 길을 걸었을까? 이효석은 마을로 난 길을 걸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걷는 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콘크리트 둑길은 최근에 하천정비공사를 하면서 만들었을 것이다. 옛날 길은 직선보다는 곡선이 많다. 곡선은 자연을 따라 만들어진다. 옛날의 마을길은 모두 구불구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장마철로 접어들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살판이 난 동물세상이 있다. 바로 개구리들이다. 집으로 가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 조경을 위해 파놓은 작은 연못에서 개구리와 맹꽁이들이 정말 제 세상을 만난 듯 목소리를 높인다. 몇 마리가 그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고막이 멍멍하다. 거기 돌맹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잠시 조용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운다. 그 울음소리가 그야말로 개골개골하기에 혹은 귀를 멍멍하게 하기에 이 작은 동물의 이름도 개구리나 맹꽁이일 것이다. 자기들이 제철을 만나 신이 나서 우는 것은 좋지만 그게 사람에 따라서 듣기에 무척 괴롭고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누구는 기분이 울적할 때는 이렇게 너무 시끄럽게 우는 것을 들으면 심사가 뒤틀린다. 조선왕조 광해군, 인조 때 글을 잘해 유명해진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28)는 한양의 서쪽에 살면서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모양이다. 생육하고 번식하여 / 生育繁息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데 / 厥麗不億 이때다 생각하고 / 乘時得意 떠들썩하게 기분 내며 / 叫呶自嬉 패거리들 이끌고 와 / 命儔引類 턱을 치 받들고는 / 張頷樹頤 한목소리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몸이 더운 열증이나 찬 한증은 각기 실증(實熱)과 허증(虛證)이 있으며 이들은 음양의 관점에서 구별해야 그 참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증- 음양 어느 한 기운이 모자라거나 지나치지만 음양의 순환은 정상인 경우. 실열증- 과도한 열기(양기)로 얼굴색이 붉어지며 입속이 마르고 소변이 적어지며 대변이 굳고 맥이 빨라짐. 해열제로 양기를 감해주면 열증이 해소되며 음양의 순환이 순조로워진다. 실한증- 한기(음기)가 과하여 몸이 차고 얼굴은 창백하며 소변이 맑고 길다. 대변은 누렇고 무르며 맥은 느리다. 더운약으로 한기를 눌러 한증이 해소되며 음양이 순환도 좋아 진다. 허증- 음기 양기 어느 한쪽이 과도하거나 모자라는 점은 실증과 마찬가지이지만 기의 순환이 순조롭지 못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순환이 여의치 않으니 과도한 기운이건 약한 기운이건 끼리끼리 몰려서 기운 간에 분리가 일어난다. 기가 분리가 심화 되면 강한 기운이 부분 부분 소부위로 몰려서 더 강해 보이는 기운으로 나타난다. 분리가 일어난 경우 이런 기운을 제압하기위해 약을 써도 증상은 더 심해진다. 이렇듯 심해지는 증상을 한의학은 허증이라 하였다. 허열증- 음기가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