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가토 요시아키로는 혀를 찼다. 이런, 구루시마, 완전히 얼어 버렸구나. 멍청아, 오죽하면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에 내가 5년간 골몰했겠냐. 비록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이 대목에서 도도 다카토라 (とうどう たかとら)가 끼어들었다. 그는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고 광대뼈가 튀어나왔으며 매부리코를 지니고 있어서 대체적으로 사나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마치 매일 화를 내는 사람 같았다. 구루시마의 생각이 옳다. 가토는 신중하지 못해. 그렇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구루시마는 이순신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다. 가토는 그에 비해서 상대를 무시하는 경향이 많고. 그래도 승리가 우리 편인 것이 확실한 것은 이순신이 없는 조선 함대를 우리가 궤멸 시켰다는 점이지. 그런 의미에서 구루시마는 큰일을 해 낸 것이야. 이순신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통제사의 지위에서 물러나게 했던 것만으로도 대단힌 성과를 거둔 것이다. 가토는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해 두는 것이 좋고. 어쨌든 칠천량의 승리는 이순신이 없었기에 거둘 수 있었던 수확임은 분명하지 않았던가. 가토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원균이란 작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가토 요시아키(かとう よしあき)가 구루시마에게 위로를 한답시고 말을 던졌지만 구루시마의 안색은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내 목표는 아니야. 내가 원하는 것은 이순신의 목, 그 자의 수급일세! 그렇다면 잘 된 일이 아닌가. 그가 수군의 지휘관으로 재차 기용 되었으니 이번에 다시 기회가 오지 않겠나. 가토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반면에 구루시마의 안면은 무참하게 일그러졌다. 이순신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기에 고심하지. 넌 멍청이냐?. 임진년과 그 다음 해인 계사년에 그가 벌렸던 해전은 단 한 차례의 패배도 당하지 않았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녕 모르는가? 가토의 인상도 구겨졌다. 그것이 무슨 대수냐? 이순신의 함대라고는......아니 이제는 고작 판옥선 십 여척이거늘. 그 거지같은 판옥선이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자네는 형을 잃더니 겁쟁이가 되었군. 겁쟁이라니! 이순신을 더 이상 두려워 할 필요는 없어. 구루시마는 가토를 무섭게 노려봤다. 가토, 자네는 제 2군의 대장이 백의종군 중이던 이순신에게 암살조(暗殺組)를 왜 파견 했는지 모르는구나. 가토 요시아키로서는 처음 듣는 정보였다. 2군의 대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순신의 판옥선 13척에 각기 수군 장수들이 탑승하였다. 1호 대장선 개벽호에는 통제사 이순신과 조카 이완 2호 장군선은 원균과 곽재우 3호 전위선은 첨사 이순신과 명사수 최대성 4호 후위선은 녹도만호 송여종 5호 중선은 거제현령 안위 6호 우선은 평산포 대장 정응두 7호 좌선은 돌격장 송희립의 형 송대립과 동생 송정립 형제 8호 우척선은 첨사 김완 9호 좌척선은 첨사 김응함 10호 유격선은 군관 나대용과 바닷길의 전문 길잡이 이몽귀 11호 제1 돌격선 군관 송희립 12호 제2 돌격선 전 종사관 정경달 13호 제3 돌격선 첨사 이영남과 일당백 원사웅 특히 곽재우는 육지의 장수라 원균과 함께 장군선에 탑승하여 출정 하도록 조치하였다. 각 선박의 장수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에 넘치며 기백(氣魄)이 존재했다. 전혀 두려움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군사 정도령이 전 장수들에게 심어준 투혼 때문이었다. 이렇듯 장수들이 용기백배하여 출정하자 그 뒤를 따르는 수군 역시도 당당하였다. 전 함대 출정하라! 두둥둥--- 대장선으로부터 출항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장군선과 전, 후, 좌, 우의 판옥선, 유격선과 돌격선 등에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순신의 발이 자연 멈춰졌다. 정보라고? 믿을만한 정보요? 그렇습니다. 대단히 신뢰할 만합니다. 대단히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어디서 얻었을까.? 이순신은 정도령의 다짐을 들으면서 중요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적선에 대하여 되물었다. 300척이 넘는다? 우린 13척이고? 울둘목은 언제나 13척 대 13척, 혹은 13척 대 26척에 불과합니다. 그 정도라면 장군은 대장선에서 오수(午睡)를 즐기시면서 싸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오수라고 하였소? 그리 말씀 올렸습니다. 그렇다면 부탁이 있소. 말씀하시지요. 대장선에 탁주도 준비해 주시오. 이 사람은 낮잠을 즐기려면 술 한 잔이 있어야 하오. 이순신은 여유 있는 농담까지 던지면서 전 수군이 대기하고 있는 포구로 걸어 나갔다. 출전을 위해서 달려온 거제현령 안위와 미조항 첨사 김응함, 사도첨사 김완, 녹도만호 송여종, 정응두 평산포 대장, 첨사 이영남 등이 동참해 있었다. 또한 어떻게 소문을 입수했는지 벽파진의 좌우에는 백성들이 즐비하게 모여 있었다. 통제사 장군! 부디 승리하시고 돌아오십시오. 왜적들을 무찔러 주십시오. 장군만이 희망이십니다!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정군사, 훌륭합니다. 정말 완벽한 전술이라 아니할 수 없소이다. 내 평생 수많은 전쟁에 참여 했었으나 이와 같이 명쾌한 전술은 처음이었소. 군사 정도령이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소생이 군사전략에 대해서 조금 압니다. 정도령이 장난처럼 거만하게 말하자 조용히 말을 아끼고 있던 홍의장군 곽재우가 형형한 눈빛을 발하며 물었다. 이 작전에 정녕 문제는 없소? 정도령은 다시 진지해졌다. 세상사에 완벽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허점은 있습니다. 적들이 우리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먼저 명량해협의 양 언덕을 점거해 버린다면 역으로 위기는 우리에게 닥칩니다. 또한 우리의 유인에 말려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명량해협으로 진입하지 않는다면 이번 작전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입니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이치였다. 우리 측에서 유리한 것은 적들에게 불리할 것이고, 적들에게 유리한 것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리라. 또한 우리의 매복을 그들이 간파한다면 함정에 걸려들지 않고 뺑소니를 치게 될 것입니다. 이것 역시 재미없는 승부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함정을 팔 때에는 완전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을 해서는 안 되지요. 적에게 들통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소생이 천기를 조금, 아주 조금 엿보는 재주가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몰락은 우리의 승리를 예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소생의 말을 믿어 주신다면 일본 수군을 전멸 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여러분은 소생을 신뢰하십니다. 그래서 전투에 대승을 거두게 되고, 아마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충격으로 울화병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운명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조선의 원정돌격대에 의해서 참살(慘殺) 당하게 될 것입니다. 적병이 아무리 많다고 하여도 길목을 제대로 막아서면 능히 혼자서도 일천을 상대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우리의 남해바다에 그러한 요충지가 있습니다. 때문에 소생이 승리를 장담하는 겁니다. 첨사 이순신이 영민한 눈동자를 반짝였다. 군사(軍師)의 설명을 들으니 한 군데가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다. 나대용이 손뼉을 쳐가면서 거들었다. 군사(軍師)라고? 그렇지. 아주 어울리는 직책이외다. 정군사! 좋습니다. 정도령, 아니 정군사! 이 사람도 군사가 지목하는 곳을 알 듯 싶습니다. 조선 수군과 남해 뱃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 만 한 곳이지요. 어딥니까? 울둘목 명량(鳴梁)이 아니 옵니까! 이번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금산성 전투에서 자네의 조부 고경명 의병장이 얼마나 훌륭했던지 일본인들도 감복할 정도였다고 하네. 거기서 고 의병장과 삼촌이 전사하셨지. 예. 고진규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면서 억지로 대답했다. 그 이듬해, 부친마저도 왜적과의 전투에서 그만......아, 이런 비극이 또 있겠는가. 장군, 으으흑, 억울하나이다. 분하여 살아갈 수가 없나이다. 이순신이 젊은 혈기의 고진규를 가만히 드려다 보았다. 눈물로 범벅되어진 그의 얼굴을 어루 만져주었다. 듣거라! 이제 그대가 의병장 고경명이다.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왜적들과 단판을 지었던 의병장 고경명이 이제 새파랗게 젊은 나이로 다시 돌아 온 것이다. 바로 네가 고경명 의병장 이니라! 봉기(蜂起)하여라! 고진규가 벌떡 일어나더니 하늘을 우러르며 소리쳤다. 고경명이 돌아왔다. 의병장 고경명이 왜적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살아 돌아 왔도다! 곽재우를 비롯한 전원의 가슴이 울렁거렸다. 중봉 조헌, 의병장도 오셨구려. 이순신이 전승업과 박정량에게 말하자 그들 역시 비분강개(悲憤慷慨)하여 소리쳤다. 조헌 의병장이 이 자리에 왔습니다. 700명 의병의 넋을 모아서 우리가 왔습니다! 이순신은 목이 메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미 말했잖아요. 죽었을 것이라고. 정확히! 솔직하게 말해주시오. 일패공주의 발걸음이 이때 멈춰졌다. 당신은 내게 솔직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강요하는군요. 내게는 솔직하라고. 김충선은 자신을 조절 할 수가 없었다.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웠다. 일패공주가 장예지를 납치 했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중죄였다. 내게 뭘 원하오? 한시라도 빨리 떠나세요. 칸에게 붙들려서 팽형(烹刑 = 삶아 죽이는 형벌)을 당하게 된다면 그건 나도 원하는 바가 아니니까. 공주? 아, 그리고 이순신 장군에 대한 소식 이예요. 당신이 바로 떠나는데 도움이 될. 그래서 사실 망설였지요. 김충선은 이순신에 대한 소식이란 말에 긴장했다. 어떤 내용이요? 이순신장군이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기용 되었어요. 오오! 김충선은 내심 탄식하고 있었다. 서애 대감을 방문했을 때 유성룡이 했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장군의 잃어버린 힘을 되찾는다면 그때 이 사람도 함께 하리다!- 서애 유성룡은 그리 대답했었다. 만일 유성룡만 합류 한다면 이순신의 나라는 보다 빨리 찾아오게 될 것이었다. 김충선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여진에서 달아나야 할 이유는 충분해 졌지요. 일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김충선은 부정하지 않았다. 장군이 꿈꾸는 나라는 백성의 이상(理想)이 실현되는 나라요. 내가 장군을 도와서 열어야 하는 하늘이요! 부디 날 좀 도와주시오. 일패공주는 갑자기 온 전신의 힘이 빠져나가며 무력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가슴에는 애틋한 감정만이 가득한데 이 사내에게는 언제나 이순신과 더불어 꿈꾸는 하늘만이 전부다. 그가 쏟아냈던 모든 말은 새 하늘을 열기 위한 행위였으리라. 그래서 칸이 그토록 김충선을 죽이려고 작정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 우직하고 적막한 사내는 여진에 남아 있다가는 칸의 손에 죽음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아니, 반드시 죽음을 면지 못하리라. 그의 뇌리에 장예지가 새겨져 있는 이상 일패공주는 자신감을 상실했다. 떠나요.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일패공주는 입술을 악물었다. 당신은 칸을 설득하는데, 아니 기만하는데 서툴렀어요. 우리 관계에 대해서 칸은 이미 눈치 챘어요. 알고 있겠지만 칸은 자신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가 더 두려운 상대로 등장하기 전에 처단 한답니다. 냉정하게! 김충선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내가 여기를 찾아온 목적이 있소! 오로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실은 내게도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란 낭자를 만나니 새삼스럽게 떠올라서요. 그래요? 그래서 상냥하고 부드럽게 저를 상대해 주신 거군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은 행복하시겠어요.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자 김충선이 화제를 돌렸다. 오라버니를 기다린다고요? 오래 되었지요. 참 다정한 오빠였어요. 부모님에게도 믿음직하고. 어느 날 갑자기 행방을 감추었지요. 조선으로 떠난다는 말만 남기고서. 조선으로? 네. 갑자기 사라졌지요. 이름이 무엇이요? 오빠의 이름. 아표라고 합니다. 그때 입구에서 갑자기 아! 하는 경악성이 새어 나왔다. 누군가가 그들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었던 것이다. 김충선은 단번에 몸을 숨기고 있는 사람의 신분을 눈치 챘다. 여인이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일패공주는 놀란 시선으로 아란의 얼굴을 드려다 보았다. 아란은 공주의 등장에 잔뜩 긴장하며 공격 본능을 숨기지 않았다. 닮았네......맞아. 그와 많이 흡사......해. 일패공주는 불쑥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김충선은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었기에 그녀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요? 일패공주는 김충선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서 고개를 흔들며 독백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