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가토 요시아키(かとう よしあき)가 구루시마에게 위로를 한답시고 말을 던졌지만 구루시마의 안색은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내 목표는 아니야. 내가 원하는 것은 이순신의 목, 그 자의 수급일세! 그렇다면 잘 된 일이 아닌가. 그가 수군의 지휘관으로 재차 기용 되었으니 이번에 다시 기회가 오지 않겠나. 가토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반면에 구루시마의 안면은 무참하게 일그러졌다. 이순신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기에 고심하지. 넌 멍청이냐?. 임진년과 그 다음 해인 계사년에 그가 벌렸던 해전은 단 한 차례의 패배도 당하지 않았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녕 모르는가? 가토의 인상도 구겨졌다. 그것이 무슨 대수냐? 이순신의 함대라고는......아니 이제는 고작 판옥선 십 여척이거늘. 그 거지같은 판옥선이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자네는 형을 잃더니 겁쟁이가 되었군. 겁쟁이라니! 이순신을 더 이상 두려워 할 필요는 없어. 구루시마는 가토를 무섭게 노려봤다. 가토, 자네는 제 2군의 대장이 백의종군 중이던 이순신에게 암살조(暗殺組)를 왜 파견 했는지 모르는구나. 가토 요시아키로서는 처음 듣는 정보였다. 2군의 대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순신의 판옥선 13척에 각기 수군 장수들이 탑승하였다. 1호 대장선 개벽호에는 통제사 이순신과 조카 이완 2호 장군선은 원균과 곽재우 3호 전위선은 첨사 이순신과 명사수 최대성 4호 후위선은 녹도만호 송여종 5호 중선은 거제현령 안위 6호 우선은 평산포 대장 정응두 7호 좌선은 돌격장 송희립의 형 송대립과 동생 송정립 형제 8호 우척선은 첨사 김완 9호 좌척선은 첨사 김응함 10호 유격선은 군관 나대용과 바닷길의 전문 길잡이 이몽귀 11호 제1 돌격선 군관 송희립 12호 제2 돌격선 전 종사관 정경달 13호 제3 돌격선 첨사 이영남과 일당백 원사웅 특히 곽재우는 육지의 장수라 원균과 함께 장군선에 탑승하여 출정 하도록 조치하였다. 각 선박의 장수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에 넘치며 기백(氣魄)이 존재했다. 전혀 두려움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군사 정도령이 전 장수들에게 심어준 투혼 때문이었다. 이렇듯 장수들이 용기백배하여 출정하자 그 뒤를 따르는 수군 역시도 당당하였다. 전 함대 출정하라! 두둥둥--- 대장선으로부터 출항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장군선과 전, 후, 좌, 우의 판옥선, 유격선과 돌격선 등에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순신의 발이 자연 멈춰졌다. 정보라고? 믿을만한 정보요? 그렇습니다. 대단히 신뢰할 만합니다. 대단히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어디서 얻었을까.? 이순신은 정도령의 다짐을 들으면서 중요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적선에 대하여 되물었다. 300척이 넘는다? 우린 13척이고? 울둘목은 언제나 13척 대 13척, 혹은 13척 대 26척에 불과합니다. 그 정도라면 장군은 대장선에서 오수(午睡)를 즐기시면서 싸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오수라고 하였소? 그리 말씀 올렸습니다. 그렇다면 부탁이 있소. 말씀하시지요. 대장선에 탁주도 준비해 주시오. 이 사람은 낮잠을 즐기려면 술 한 잔이 있어야 하오. 이순신은 여유 있는 농담까지 던지면서 전 수군이 대기하고 있는 포구로 걸어 나갔다. 출전을 위해서 달려온 거제현령 안위와 미조항 첨사 김응함, 사도첨사 김완, 녹도만호 송여종, 정응두 평산포 대장, 첨사 이영남 등이 동참해 있었다. 또한 어떻게 소문을 입수했는지 벽파진의 좌우에는 백성들이 즐비하게 모여 있었다. 통제사 장군! 부디 승리하시고 돌아오십시오. 왜적들을 무찔러 주십시오. 장군만이 희망이십니다!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장군, 소생이 이번 전투에서 원하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닙니다. 정도령은 출정 직전의 이순신을 방문하였다. 그는 묵묵히 갑옷을 착용하는 이순신을 거들며 다시 강조했다. 적선을 파괴하고 도주하게 하는 그런 승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럼 군사가 원하는 승리는 어떤 것이요? 이순신이 물었다. 섬멸(殲滅)! 정도령은 짧게 응답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명량에서 일본 수군을 모조리 전멸 시켜야 한다는 요구였다. 단지 13척에 불과한 판옥선으로 정도령은 너무나도 어이없는 요구를 해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의 대답 역시 걸작이었다. 그러지요. 정도령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하옵니다. 이들 군신의 대화는 마치 어린아이들의 유희와도 같았다. 철없는 아이들의 말장난과도 흡사했다. 단지 13척의 배로 일본 함대를 어찌 전멸 시킬 수 있겠는가. 일본 함대의 선박 숫자는 300 척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군사가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지 않소? 감사는 내 몫이 아니요? 이순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도령은 이순신의 면전에 바른 자세로 섰다. 새 하늘을 여는 역사적 개벽(開闢)에 첫 문을 열 개 해 주는 영광을 소생에게 안겨 주시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정군사, 훌륭합니다. 정말 완벽한 전술이라 아니할 수 없소이다. 내 평생 수많은 전쟁에 참여 했었으나 이와 같이 명쾌한 전술은 처음이었소. 군사 정도령이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소생이 군사전략에 대해서 조금 압니다. 정도령이 장난처럼 거만하게 말하자 조용히 말을 아끼고 있던 홍의장군 곽재우가 형형한 눈빛을 발하며 물었다. 이 작전에 정녕 문제는 없소? 정도령은 다시 진지해졌다. 세상사에 완벽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허점은 있습니다. 적들이 우리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먼저 명량해협의 양 언덕을 점거해 버린다면 역으로 위기는 우리에게 닥칩니다. 또한 우리의 유인에 말려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명량해협으로 진입하지 않는다면 이번 작전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입니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이치였다. 우리 측에서 유리한 것은 적들에게 불리할 것이고, 적들에게 유리한 것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리라. 또한 우리의 매복을 그들이 간파한다면 함정에 걸려들지 않고 뺑소니를 치게 될 것입니다. 이것 역시 재미없는 승부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함정을 팔 때에는 완전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을 해서는 안 되지요. 적에게 들통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소생이 천기를 조금, 아주 조금 엿보는 재주가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몰락은 우리의 승리를 예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소생의 말을 믿어 주신다면 일본 수군을 전멸 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여러분은 소생을 신뢰하십니다. 그래서 전투에 대승을 거두게 되고, 아마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충격으로 울화병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운명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조선의 원정돌격대에 의해서 참살(慘殺) 당하게 될 것입니다. 적병이 아무리 많다고 하여도 길목을 제대로 막아서면 능히 혼자서도 일천을 상대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우리의 남해바다에 그러한 요충지가 있습니다. 때문에 소생이 승리를 장담하는 겁니다. 첨사 이순신이 영민한 눈동자를 반짝였다. 군사(軍師)의 설명을 들으니 한 군데가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다. 나대용이 손뼉을 쳐가면서 거들었다. 군사(軍師)라고? 그렇지. 아주 어울리는 직책이외다. 정군사! 좋습니다. 정도령, 아니 정군사! 이 사람도 군사가 지목하는 곳을 알 듯 싶습니다. 조선 수군과 남해 뱃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 만 한 곳이지요. 어딥니까? 울둘목 명량(鳴梁)이 아니 옵니까! 이번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곽재우가 황망히 물었다. 남해 바다는 어떻소? 도도 다카토라 (とうどう たかとら)를 총대장으로 와키자카와 구루시마, 가토 등이 수군 3만에 대형, 중형, 소형배 1,000 여 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함정에 빠져서 조선 수군이 칠천량에서 참패를 당하고 말았지요. 그러자 원균장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왜적과의 전쟁을 통하여 이 사람이 가장 많은 장병들을 죽게 하였소. 이제 내 육신은 나의 것이 아니외다. 그 이 만의 혼으로 일본 놈들을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으니 부디 나를 선봉으로 삼아 주시요! 아닙니다. 통제사 이 장군님, 아버님은 연로 하시니 일당백(一當百)의 원사웅을 선봉에 삼으시는 것이 옳은 줄 아옵니다. 원균의 두 눈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네 이노옴! 아직도 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놈이 감히 누구를 능멸하려 드는 것이냐? 썩 물러가라! 노장의 음성에서는 쇳소리가 울렸다. 바다의 노한 파도가 집채가 되어 중인들을 일거에 덮쳐오는 것만 같았다. 원균은 아들 원사웅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현실을 직시하옵소서. 일본의 장수들은 하나같이 젊고 혈기 왕성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자에게 맡겨주옵소서.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금산성 전투에서 자네의 조부 고경명 의병장이 얼마나 훌륭했던지 일본인들도 감복할 정도였다고 하네. 거기서 고 의병장과 삼촌이 전사하셨지. 예. 고진규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면서 억지로 대답했다. 그 이듬해, 부친마저도 왜적과의 전투에서 그만......아, 이런 비극이 또 있겠는가. 장군, 으으흑, 억울하나이다. 분하여 살아갈 수가 없나이다. 이순신이 젊은 혈기의 고진규를 가만히 드려다 보았다. 눈물로 범벅되어진 그의 얼굴을 어루 만져주었다. 듣거라! 이제 그대가 의병장 고경명이다.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왜적들과 단판을 지었던 의병장 고경명이 이제 새파랗게 젊은 나이로 다시 돌아 온 것이다. 바로 네가 고경명 의병장 이니라! 봉기(蜂起)하여라! 고진규가 벌떡 일어나더니 하늘을 우러르며 소리쳤다. 고경명이 돌아왔다. 의병장 고경명이 왜적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살아 돌아 왔도다! 곽재우를 비롯한 전원의 가슴이 울렁거렸다. 중봉 조헌, 의병장도 오셨구려. 이순신이 전승업과 박정량에게 말하자 그들 역시 비분강개(悲憤慷慨)하여 소리쳤다. 조헌 의병장이 이 자리에 왔습니다. 700명 의병의 넋을 모아서 우리가 왔습니다! 이순신은 목이 메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미 말했잖아요. 죽었을 것이라고. 정확히! 솔직하게 말해주시오. 일패공주의 발걸음이 이때 멈춰졌다. 당신은 내게 솔직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강요하는군요. 내게는 솔직하라고. 김충선은 자신을 조절 할 수가 없었다.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웠다. 일패공주가 장예지를 납치 했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중죄였다. 내게 뭘 원하오? 한시라도 빨리 떠나세요. 칸에게 붙들려서 팽형(烹刑 = 삶아 죽이는 형벌)을 당하게 된다면 그건 나도 원하는 바가 아니니까. 공주? 아, 그리고 이순신 장군에 대한 소식 이예요. 당신이 바로 떠나는데 도움이 될. 그래서 사실 망설였지요. 김충선은 이순신에 대한 소식이란 말에 긴장했다. 어떤 내용이요? 이순신장군이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기용 되었어요. 오오! 김충선은 내심 탄식하고 있었다. 서애 대감을 방문했을 때 유성룡이 했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장군의 잃어버린 힘을 되찾는다면 그때 이 사람도 함께 하리다!- 서애 유성룡은 그리 대답했었다. 만일 유성룡만 합류 한다면 이순신의 나라는 보다 빨리 찾아오게 될 것이었다. 김충선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여진에서 달아나야 할 이유는 충분해 졌지요. 일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김충선은 부정하지 않았다. 장군이 꿈꾸는 나라는 백성의 이상(理想)이 실현되는 나라요. 내가 장군을 도와서 열어야 하는 하늘이요! 부디 날 좀 도와주시오. 일패공주는 갑자기 온 전신의 힘이 빠져나가며 무력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가슴에는 애틋한 감정만이 가득한데 이 사내에게는 언제나 이순신과 더불어 꿈꾸는 하늘만이 전부다. 그가 쏟아냈던 모든 말은 새 하늘을 열기 위한 행위였으리라. 그래서 칸이 그토록 김충선을 죽이려고 작정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 우직하고 적막한 사내는 여진에 남아 있다가는 칸의 손에 죽음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아니, 반드시 죽음을 면지 못하리라. 그의 뇌리에 장예지가 새겨져 있는 이상 일패공주는 자신감을 상실했다. 떠나요.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일패공주는 입술을 악물었다. 당신은 칸을 설득하는데, 아니 기만하는데 서툴렀어요. 우리 관계에 대해서 칸은 이미 눈치 챘어요. 알고 있겠지만 칸은 자신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가 더 두려운 상대로 등장하기 전에 처단 한답니다. 냉정하게! 김충선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내가 여기를 찾아온 목적이 있소! 오로